덩케르크 그냥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덩케르크 그냥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중딩 시절 팝송을 즐겨 듣던 시기가 있었다. 현대 팝송은 물론 올드팝송까지 꽤나 열심히 챙겨들었었는데, 특히 올드팝송은 하나같이 곡이 좋아서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충분하다 싶었다. 게다가 낭만이 깃든 가사들은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더욱 마음에 와닿는 듯했다. 지난해 작가도 아닌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움에 빠뜨렸는데, 반전(反戰), 평화, 자유, 저항정신이 깃든 노래가사가 문학성이 뛰어나 그를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 것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노래가사가 더없이 감동적인 올드팝송 중에는 ‘타이어 옐로 리본 라운드 더 올 오크 트리’(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라는 곡이 있는데, 밝고 쾌활한 멜로디가 흥얼거리기에 딱 좋은 그 곡의 가사에 담긴 의미를 알고는 몹시 놀랐던 적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되풀이하면, 감옥에 있다가 출소한 한 남자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버스에 함께 탄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소 전 아내에게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면 집 앞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달아다오, 만일 노란 리본이 없으면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그냥 지나가겠다"고 말했다는 거였다. 

 

그 말에 다들 과연 그 남자의 아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궁금도 하고 걱정도 하던 승객들은 버스 정류장께에 있는 떡갈나무에 하나도 아닌, 수많은 노란 리본들이 그의 출소를 환영하듯 마구 휘날리는 것을 보고는 모두 감격해했다는 내용이다.

 

덩케르크 그냥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일부러 아이맥스 상영관을 찾아간 탓에 시종일관 전쟁터에서 철수하는 군인들의 침통한 모습으로 가득 채워진 스크린 앞에서 덩달아 우울해지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던 영화 [덩케르크](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민들의 진심어린 격한 환영을 받고 활짝 표정이 밝아지는 군인들을 보면서 문득 그 노래가 생각이 났다. 

 

토미 역을 맡은 핀 화이트헤드를 비롯해서 패잔병이 되어 살아 돌아온 것이 죄스러워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의 눈길을 예상하며 몸도 마음도 잔뜩 얼어붙은 군인들의 마음속에 따스한 물이 흘러 삶의 온기를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으리라. 오직 살아 돌아오는 데 온몸을 바친 그들에게 사람들은 환한 얼굴로 “수고했네”라고 말하고, “그냥 살아서 돌아온 것뿐인데요”라는 말에 “그거면 충분해!”라고 기쁜 목소리로 덧붙인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식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엄마처럼 전쟁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 돌아온 군인들을 따스하게 감싸안는 모국이었던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영국군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35만여 명의 고립된 병사들을 철수시키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일명 '덩케르크 철수작전'인데, 그 철수작전의 내용을 좀더 살펴보면 1940년 5월 독일군이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지대의 프랑스 방어선을 뚫고 그대로 영국해협을 향해 서쪽으로 밀고 나가는 과정에서 연합군은 둘로 갈라진다. 

 

결국 퇴로를 차단당한 영국군이 해안에 고립되자 영국군 사령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사명은 병사들 구출이라고 결론내린 뒤 프랑스 북부와 벨기에 해안으로부터 철수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독일 공군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으면서도 철수하는 군대와 이들을 나르는 선박은 12만 명의 프랑스 병사를 포함한 총 33만 8천여 명의 병사를 영국으로 철수시킨다.

 

이후 영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되새기게 되는 '덩케르크 정신'은 일반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요트와 어선을 띄워 병사들을 구출한 점이 특히 감동을 준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상륙지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들판에서 싸우고 거리에서도 싸울 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영국 시민들과 군인들을 한마음으로 만든 윈스턴 처칠 수상의 목소리도 잠깐 들렸지만, 그 감동은 더없이 컸다.

 

 

수많은 전쟁영화가 만들어지고 또 그 전쟁영화를 보고 있지만, 언제나 착잡한 마음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전쟁은 어떤 이유, 어떤 명분으로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 시대시대마다 몇몇 사람의 광기어린 권력에의 집착으로 영문도 모른 채 전장으로 끌려나가 소중한 목숨을 잃어야 하나?

 

역사적으로 숱한 나라들이 수많은 국민들을 전장(戰場)으로 내몰고 승패와 관계 없이 국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온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이 영화 [덩케르크]에서는 조국이 그들을 버리지 않았지만, 그 이전에 조국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전쟁터에 끌려나가는 일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조국이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이상, 덩케르크 그냥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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