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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세 번 결혼하는 여자] 김준구 씨, 몰상식한 사람은 바로 당신 아닌가요?

 

TV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은수(이지아) 남편 준구(하석진)은

"똥뀐놈이 성낸다"고 불륜을 저지른 주제에 아내가 상간녀 다미(정희진)의 따귀를 때리자 

아내를 향해 “이게 무슨 몰상식이야! 당신 이런 여자였어?” 하고 되려 소리치고, 

자신이 말리는데도 기어이 고집을 부리고 다미의 집을 찾아간 아내를 나무라며

“고집이 자랑 아니야. 내 말 들었으면 50점은 됐어. 망신이나 당하고.

사람이 왜 그렇게 감정적이야. 감정적이다 보면 실수가 많은 법이야.
누구보다도 이성적인 척하면서. 쳇!"
하고 잘도 가르칩니다.

 

 

자전적 이야기를 많이 쓰셨던 박완서님의 에세이 중에 이런 내용의 글이 있다.

젊은시절엔 여자로서의 질투심도 있어서 남편분이 다른 여자들과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웃음을 터뜨리거나 하면 화가 나고 남편이 미웠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워낙 오래도록 의좋게 지내다 보니 큰 기둥 같은 믿음이 생겨 어느덧 남편이

기쁜 얼굴로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아도 아무렇지도 않으시더란다.

아니, 오히려 남편이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것이 은근히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도 들어서, 

그래, 이 정도면 남편이 젊은 여성과 중년 후반의 로맨스를 만든다 해도 

슬쩍 눈감아줄 수도 있겠다 싶으셨단다.

 

그런데 어느 날 밤에 주무시다가 꿈을 꿨는데, 정말로 남편이 젊고 아리따운

아가씨와 연애를 하면서 어찌나 즐거워하는지 밤새 질투심이 불타오르는

심정을 다스리질 못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리다가 아침에 일어나서는 얼핏 꿈인 줄 알 것 같았는데도

마치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물고기가 펄떡거리는 것 같은 그 싱싱하고 생생한

질투심을 새삼 떠올리면서 아, 아무리 나이가 들고 또 남편을 믿거라 하는 마음이 커도

외도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구나..하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셨다는 거였다.  

 


 

그러나 질투심이 여자의 전유물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아무래도 그 동안 여러 가지 여건상 남자들이

여자들의 질투심을 유발케 하는 행동들을 많이 해오다 보니 여자들이 질투심이 더 강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일 뿐, 사실은 남자의 질투심이란 여자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절대 더 약하지는 않을 듯싶다.
그래서 남자가 일단 질투심에 눈이 멀면 피를 부른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OK목장의 결투>와 같은서부영화에서도 보면 멋진 모자를 쓴 남자들이 권총을 손에 들고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정해진 걸음 수대로 나아가다가 비호같이 돌아서면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권총결투도 

보통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받았다는 이유로 벌어졌지만, 때로는 한 여자를 두고 서로 차지하기 위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여친이나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상대방 여자를 죽이려 하거나, 심지어는 가족까지 상해를 입히는 기사도 종종 접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거나 여자든 남자든 연애를 해도 그렇고, 결혼을 해서 살아도 그렇고, 서로 믿음으로 맺어진

관계여야지 상대방의 질투심에 불을 댕기게 하는 행동은 절대 삼가는 것이 철칙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른바 불륜에 이르기까지 한다면, 그 이유가 어떻든

불륜을 저지른 당사자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것이 원칙이고 그나마 양심적인 행동이다. 

그러니까 아내가 사근사근한 성품이 아니어서 바람을 피웠다느니,  남편이 무심해서 따뜻한 성품의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느니 하며 불륜을 저지르게 된 핑계를 상대방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근사근하지 못한 아내를 둔 남편이나 무심한 남편을 둔 아내가 다 불륜을 저지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본론으로 들어가기까지 너무 길어진 것 같지만, 위 장면은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상간녀 다미가 준구 부부가 사는 꼴을 기어이 망가뜨리고 싶어서 자꾸 집적거리는 바람에  

아내 은수가 남편을 대동하고 다미의 집으로 달려가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야죽거리는

다미의 태도에 분노한 은수가 화를 못 참고 기어이 따귀를 올려붙이는 장면이다. 

그러자 어이없게도 준구는 “이게 무슨 몰상식이야! 당신 이런 여자였어?” 하고 소리치며

상간녀 다미를 두둔하듯 아내의 팔을 잡고 막아선다. 

 

누가 몰상식하다는 것인지, 아내더러 몰상식하다고 소리치는 준구, 그 남자야말로 몰상식의 극치가 아닐까.

그리고 그는 다미에겐 아무 말도 못하고, 꺼져버리란 소리에 마치 아내를 죄인 다루듯하며

“나가! 가자구!” 몰아세워 가지고 다미 집을 나온다.

 

 

 

 

말이란 것이 말 자체가 옳은 말이라고 해서 다 납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 말을 한 당사자가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하고, 그 말을 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할 만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에만 잠자코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이다. 그렇지 않고 사기를 치고 다니는 사람이

사기는 나쁜 짓이라거나, 살인을 한 사람이 살인은 인간으로서 절대로 할 일이 아니라거나,

불륜을 저지른 남편이 자신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아내더러 몰상식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조용히 눈물만 흘리는 은수를 태우고 집에 돌아와서는 한다는 짓이

"그러게 가지 말자"고 했잖느냐며 아내를 아이 가르치듯 하나하나 가르친다.

“고집이 자랑 아니야. 내 말 들었으면 50점은 됐어. 망신이나 당하고.

사람이 왜 그렇게 감정적이야. 감정적이다 보면 실수가 많은 법이야.

누구보다도 이성적인 척하면서. 쳇!“

 

 

 

예전에  어느 분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남편이 외도를 한 사실을 알고 이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은수 부부처럼 그분도 남편을 대동하고

그 여자 집을 찾아갔고, 역시 위 장면과 유사한 일이 벌어져 자기도 모르게 그 여자와 몸싸움을 벌이게 됐는데,

그때 남편이 그 여자 편을 안 들고 자기 편을 들어주더라는 거였다. 그래서 그 마음을 믿고 이혼은 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그 후 실제로 남편분이 돌아와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 말대로라면 은수는 준구와 결국은 이혼을 하게 되겠구나 싶다.

그리고 실제로 그 후 준구는 다미를 만나고, 얼마 뒤 술에 취한 듯 보이는 두 사람은 함께 블루스를 추다가

짙은 키스를 나눈다. 임신한 아내 은수를 두고 준구는 다시금 불륜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불륜은 지난번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불륜이다.
지난 과정에서 은수는 준구의 불륜을 알고 이혼을 선언했다가 남편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같자 

마지못해 용서하며 대신 다미와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 후 은수가 임신을 하면서 잠시 부부의 갈등이 해소되는 듯 보였지만, 임신한 아내를 향한

준구의 몰상식한 행위로 다시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은수 부부는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던 것이다.

 

준구의 외도는 현재 남편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은수를 다시금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릴 것 같다. 

두 번 배신당한 은수가 과연 임신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세 번 결혼하는 여자>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정말로 은수가 세 번 결혼을 해야만 끝이 날 모양이다.

그러면 그 세번째 남자는 누구일까?

새로운 제3의 남자일까?
아니면 먼 길을 돌아 다시 첫남편과 만나게 될까? (이건 희망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