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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하이드 지킬 나..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다중인격(해리성 정체장애)

 

하이드 지킬 나..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다중인격(해리성 정체장애) 

 

하이드 지킬 나..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다중인격(해리성 정체장애)

 

SBS 드라마 하이드 지킬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남자 하이드, 즉 구서준(현빈)과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남자 지킬, 즉 로빈(현빈), 동일한 사람이지만 전혀 다른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지는 장하나(한지민)의 삼각로맨스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원작은 웹툰작가 이충호님의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이고, 그 바탕은 루이스 스티븐슨의 유명한 단편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다. 

 

하이드 지킬 나..내 안의 또 다른 나..당신은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한 적이 있나요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보면, '이중인격'을 소재로 다른 이 소설에서 주인공 지킬 박사는 사람에게는 선과 악, 두 가지 본능이 있다는 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여러 실험을 거듭한 끝에 만들어낸 화학약물을 마시고 드디어 자신의 인격을 둘로 나누는 데 성공한다. 하나는 지킬 박사 자신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악의 분신인 하이드다.

 

하이드는 밤마다 집을 나가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자신의 실험이 성공한 것에 사기가 높아진 지킬 박사는 더 많은 약물을 만들어 마시고 자주 하이드로 변신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자기 내면의 하이드를 통제할 수가 없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인격과 마음을 잃게 된 지킬 박사는 완전히 사악한 하이드로 변해버린다. 이중인격을 단순한 정신병이 아니라 실제로 두 개의 인격이 공존하는 모습으로 묘사한 스티븐슨의 이 소설은 그 후 이중인격이라는 주제를 다룬 소설이며 영화, 연극 등에 큰 영향을 미쳤다.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도 이중인격을 가진 남자가 등장한다. 구서준이라는 남자와 로빈이라는 남자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구서진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호텔과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원더그룹의 외아들로 원더랜드에서 상무직을 맡고 있다. 365일 신나는 놀이공간으로 꿈과 동심이 가득한 세상이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이 놀이공원에서 전혀 즐겁지도 않고 짜릿하지도 않은 유일한 한 사람이 바로 구서진이다. 잘나가는 재벌가 3세지만 마치 수도승, 아니 좀비처럼 산다. 술도 안마시고 도박도 안 한다 .운전도 운동도 안하고 외박도 외출도 잘 안 한다. 결정적으로 연애도 결혼도 안 한다.

 

 

한편 구서진의 또 다른 인격인 로빈은 맑은 눈빛과 선량한 인상, 살인미소를 지닌 꽃미남이다. 그러나 이런 훈훈한 외모와는 달리 엄청난 스피드와 상상을 불허하는 파워, 고도의 싸움실력을 갖춘 멋진 남자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착한 심성과 배려가 넘치는 섬세함, 다정다감한 말투, 달달한 매너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서 대체 이 남자의 매력은 그 끝이 어디인가 싶을 정도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그것은 로빈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 즉 구서진의 몸을 나누어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이드 지킬 나]는 이제 1, 2회를 마쳤을 뿐이지만, 그 두 회를 보면서 기존의 관점을 깨뜨려야 했던 부분이 있었다. 원작에서는 평범하고 선량하게 살던 지킬 박사가 밤이면 악귀 같은 하이드로 변신해 광기에 넘치는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그리고 [두 얼굴의 사나이] 같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주인공은 평소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지만 자신이나 타인이 궁지에 처하거나 불의에 맞닥뜨리면 분노해서 괴물로 변하곤 한다. 그런데 [하이드 지킬 나]에서는 뜻밖에도 평소엔 소시오패스로까지 치부되는 구서진이 누군가 위기에 처한 모습만 보면 착한 수호천사가 되어 나타나서는 열 길 물 속도 마다 않고 목숨을 구해준다는 것이다.

 

위 사진은 구서진이 장하나가 위기에 처한 것을 알고 다른 인격체로 변하기 직전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사진만 보아서는 다음 순간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 나타날 것만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보기 좋게 예상을 깨고 짠! 하고 나타난 것은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천사 로빈이다.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설정을 했을까 궁금해하면서 보고 있다가 2회 엔딩에 다음 문구가 나오는 것을 보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음 글은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다.

 

"인간의 욕망이 과연 악하기만 할까?

인간은 누군가를 해하려는 욕망보다 사랑하려는 욕망이 더 크다.

누군가를 해치고 싶은 사람보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더 많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는 벌써 멸망했을 거다.

이 드라마는 여기서 시작됐다.

하이드가 인간 내면의 악한 본성이 아니라 사랑 넘치는 선한 본성의 결정체라면?

오히려 지킬이 윤리에 갇힌 착한 남자가 아니라 사랑 따위 모르는 극한이기주의자에 나쁜 남자라면?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뒤집어보려고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두려워 까칠남으로 살아온 지킬박사와

사랑밖에 모르는 스윗가이, 하이드씨의 이야기로!"

 

기획의도도 그렇고 "내 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는 말이 가슴에 따스하게 와닿았다. 아마도 누구할 것 없이 잘못 건드렸다가는 <악마를 보았다>는 말이 떠오를 만큼 광기어린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의 마음속에든 선과 악이 존재한다면, 이왕이면 악은 잘 다독여서 절대로 나타나지 못하게 하고 반대로 선은 자꾸 끄집어내어서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지금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중에 이중인격을 넘어 다중인격을 다루고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지성과 황정음 주연의 [킬미힐미]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7개의 인격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4개의 인격이 나타났는데, 한 사람 안에 여러 개의 인격체가 산다는 소재가 참 흥미롭다. 그런데 드라마상에서도 7개의 인격이 한 사람의 몸속에 산다는 것이 놀라운 일인데, 실제로 무려 24개의 인격으로 살았던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하이드 지킬 나]에서 언급이 된다. 바로 윌리엄 스탠리 밀리건이라는 사람이다.

 

 

윌리엄 스탠리 밀리건의 생애를 다룬 책인 [빌리 밀리건]에 따르면, 열 살 때부터 계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던 그는 성장하면서 다중인격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퇴학을 당하는 등 큰 사건을 겪을 때마다 새 인격이 그의 정신을 지배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인격들은 핵심인격인 빌리 밀리건을 중심으로 19세 여자, 사기꾼 앨런, 난독증이 있는 3세 여자아이, 이 여자아이의 14세 오빠, 16세 예술가, 남성을 두려워하는 14세 남자아이 등 23개의 인격체를 자아와 융합시키게 된다. 

 

빌리 밀리건은 그 후에도 강간, 폭행, 절도 등 숱한 범죄를 저질러 법원과 정신병원을 수시로 들락거린다. 하지만 1997년 강간과 무장강도 혐으로 체포되자 그는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느냐"고 묻는다. 수사관과 의사들은 그가 연기를 한다고 의심하고 갖가지 검사를 실시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를 중퇴했을 뿐인 그에게 다른 인격이 들어오면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때로는 수학과 물리학, 의학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발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는 미국 최초로 ‘다중인격 장애와 정신이상’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두 개, 세 개, 혹은 24개의 인격을 가진 사람들을 일컬어 DID(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 해리성 정체장애 또는 다중인격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빌리 밀리건의 이런 다중인격(해리성 정체장애)은 어린시절 겪은 육체적, 성적학대 등 정신적 충격이 원인이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빌리는 이런 끔찍한 일을 겪을 때마다 "이 일을 겪는 것은 내가 아니야, 그건 티미이거나 월터야"라고 생각했고, 나아가 "아서나 레이건이 나 대신 복수를 해줄 거야"라고 상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은 빌리를 대신해서 살인 강간, 폭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요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소시오패스도 어린시절의 가정폭력이나 학대 등 후천적 환경요인이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해리성 정체장애에 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하이드 지킬 나..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다중인격(해리성 정체장애), 재미있게 읽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