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리스트 라 로슈푸코가 들려주는 잠언 30선

모랄리스트 라 로슈푸코가 들려주는 잠언 30선

 

프랑스의 모랄리스트이자 귀족 출신의 작가 라 로슈푸코(François de La Rochefoucauld)의 잠언입니다. 프랑스어로 '인간성 탐구자'를 뜻하는 모랄리스트(moraliste)란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에세이나 격언집의 형식으로 남긴 일련의 프랑스 작가들을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인간 모습을 허심탄회하게 규명하고 늘 현실과 접촉하고자 시도했던 라 로슈푸코 외에 파스칼, 라 브뤼예르, 보브나르그, 샹포르, 쥐베르 등이 그들입니다. 그리고 잠언이란 귀에 거슬리고 역설적인 진실을 경구로 간결하게 표현하는 프랑스 문학 형식을 말합니다.

 

간결하고 재치있게 예절과 행동에 대한 격언들을 지어내는 데 뛰어난 자질을 보였던 라 로슈푸코의 유쾌하면서도 시니컬한 명언들은 인간의 심성에 대한 사색과 성찰만이 아니라 인간의 속성을 꼬집는 위트와 풍자, 독설로 넘쳐납니다. 그의 [잠언집]에 실린 글 중 30개를 뽑아 포스팅해 보았습니다. [모랄리스트 라 로슈푸코가 들려주는 잠언 30선]입니다.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촌철살인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랄리스트 라 로슈푸코가 들려주는 잠언 30선

 

 1  

사람은 은혜도 모욕도 쉽게 잊곤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지어는 은혜를 베푼 사람을 미워하는가 하면 모욕을 준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은혜에 보답하고 모욕당한 수모를 되갚겠다고 벼르는 일이 그들에겐 더없는 고역인 것이다.

 

 2 

정치가는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찬란한 위업들이 웅대한 계획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떠벌이지만, 사실은 그들의 기질과 열정이 빚어낸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아우구스투스와 안토니우스의 전쟁도 서로 세계의 패권을 쥐겠다는 야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들 하지만, 실은 질투심에서 빚어진 결과일 뿐일지도 모른다.

 

 3  

우리가 미덕(美德)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연이거나 우리의 계략에서 빚어진 온갖 행동과 이해관계가 그럴싸하게 합쳐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남자의 용감함과 여자의 정숙함이 반드시 용기나 순결이라는 미덕을 지녔기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모랄리스트 라 로슈푸코가 들려주는 잠언 30선

 

 4  

겸양은 행복에 도취된 사람이 받기 십상인 타인의 시기와 경멸을 두려워하는 데서 나온 마음이다. 즉 정신력을 과시해 보이려는 헛된 노력인 것이다. 또한 최고의 지위에 오른 사람의 겸양은 실제보다 훨씬 더 위대해 보이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5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은 때때로 침착함을 가장하고 죽음을 경멸하는 태도를 보이는데, 사실 이것은 죽음을 눈앞에 둔 데 대한 두려움을 드러낸 것일 뿐이다. 즉 눈가리개가 그들의 두 눈을 가리고 있듯이 침착함을 가장하고 죽음을 경멸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그들의 정신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6  

위대한 사람들이 오랜 불운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무릎을 꿇을 때, 그 동안 견뎌온 것은 야망의 힘이었지 영혼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더불어 그들이 남달리 허영심이 강하다는 것말고는 여느사람들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7 

질투는 나름대로 정당하고 합리적인 면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혹은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믿는 행복을 지키고자 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기심은 타인의 행복을 용납하지 못하는 데서 치솟는 분노다.

 

 8  

제아무리 불행한 사건이라도 영리한 사람이라면 거기에서 무엇이고 얻는 바 이로운 점이 있고, 또 아무리 행복한 사건일지라도 경솔한 사람이라면 복을 바꾸어 화로 삼는 일이 있을 것이다.

 

 9 

솔직하다는 것은 마음이 열려진 상태다. 세상에 솔직한 사람은 얼마 없다. 보통 세상에서 찾아보게 되는 솔직함은 다른 사람에게 신용을 얻고자 하는 교묘한 허위에 지나지 않는다.

 

 

 10  

사소한 몇 마디 말로써 많은 일을 이해시키는 것이 큰 인물의 특질이라면, 소인은 이와 반대로 다변(多辯)을 늘어놓고도 하나도 쓸모 있는 말이 없는 천부의 재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11  

호기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호기심, 이해관계로부터 오는 호기심, 그리고 또 하나는 교만에서 오는 호기심, 즉 남이 알지 못하는 일을 알고자 생각하는 욕망에서 오는 것이다.

 

 12 

아량이 크게 보이는 것은 흔히 조그만 이익을 대단치 않게 여김으로써 보다 큰 이익을 손에 넣기 위한 위장된 야심에 지나지 않는다.

 

 

 13

스스로 낮추는 것은 종종 남을 복종시키기 위하여 세상 사람들이 써먹는 거짓 복종에 지나지 않는다. 즉 스스로를 낮추는 오만한 자의 수단이다.

 

 14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도 사람은 저마다 그럴 듯한 표정을 짓고 또 외모를 꾸며 남에게 자기 심정을 이해하게 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세상은 표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5  

친구나 은인의 결점을 멋대로 말한다면, 친교나 은혜를 생각하는 마음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16  

작은 인물은 작은 일에 몹시 기분을 상한다. 반면에 큰 인물은 작은 일을 하나 빼놓지 않고 충분히 보고서도 기분을 상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17  

어떤 인간의 가치는 그의 큰 장점을 통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 큰 장점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18  

운명에 이끌려 차차 도달한 것도 아니고 또 자기가 갈망하며 밀고 올라간 것도 아닌데 뜻하지 않은 계기에 의외로 어느 큰 지위에 올라갔을 경우, 그 지위를 잘 지키고 거기에 어울리게 행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19  

신은 자연 가운데 여러 가지 나무를 심은 것처럼 인간 속에도 가지가지 재능을 늘어 놓았다. 그러기에 아무리 훌륭한 배나무일지라도 지극히 평범한 사과 열매조차 맺을 수 없는 것이고, 또 아무리 훌륭한 재능일지라도 지극히 평범한 재능과 똑같은 일조차도 해낼 수 없게 된다.

 

 20  

인간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 때문에 우습게 보일 때도 있지만,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고 있는 체하는 것은 그보다 더 우스

운 일이다.


 21  

세상은 인간의 가치 그 자체보다도 가치가 있을 듯이 보이는 사람을 대우하는 경향이 있다.

 

 

 22  

자기는 세상 사람이 없을지라도 상관없이 해나갈 만하다고 믿는 사람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자기 없이는 아무도 잘 해나갈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은 더욱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23 

우리가 조그만 결점을 승인하는 것은 오직 큰 결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사람에게 믿게 하기 위함이다.

 

 24  

우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결점을 자랑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 마음이 약할 때 완고한 것을 자랑으로 삼는다.

 

 

 25  

참으로 온순하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은 확고한 결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뿐이다. 온순한 듯이 보이는 사람은 흔히 약한 성격밖에는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이다.


 26  

사람은 남의 결점을 거리낌없이 비난하지만, 그것을 활용하여 자기 결점을 고치려고는 하지 않는다.

 

 27  

우리는 행복하게 되기 위해서 애쓰기보다는 행복하다고 남에게 생각되도록 하는 일에 더 많이 애를 쓴다.

 

 

 28

참다운 친구는 모든 재산 중에서 가장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손에 넣으려고 가장 애쓰지 않는 재산이다.

 

 29 

정열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있어서 결코 실패하는 일 없는 유일한 웅변가다. 정열은 절대불변의 자연법칙과도 같다. 따라서 아무리 말솜씨가 없는 사람이라도 열정이 있으면 열정이 없는 뛰어난 웅변가보다 훨씬 큰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  

 

 30  

인간의 마음을 드러내는 잠언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빈번히 논쟁을 일삼는 것은, 그런 잠언들로 해서 자기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상, 모랄리스트 라 로슈푸코가 들려주는 잠언 30선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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