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 유해진 이서진 김지수 완벽한 타인 / 프랑스판 위험한 만찬

조진웅 이서진 유해진 김지수 완벽한 타인 / 프랑스판 위험한 만찬

 

이재규 감독 조진웅 이서진 김지수 주연의 영화 [완벽한 타인]은 2016년에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Perfetti sconosciuti)가 원작이다. 영어로는 'Perfect Strangers'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어제목은 Intimate Strangers로, Intimate는 친밀한 혹은 은밀한이라는 뜻이니 'Perfect Strangers'와는 그 의미와 뉘앙스가 좀 다르다. 

 

[완벽한 타인]은 프랑스판으로도 개봉됐는데,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위험한 만찬]으로 번역되고 영어제목은 Nothing to Hide, 즉 '숨길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숨길 게 아무것도 없는데 왜 위험한 만찬이라고 하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아무래도 '숨길 게 없다'가 아니라 그 뒤에 물음표를 붙여 "숨길 게 아무것도 없다고?"라고 반문하는 표현이 더 옳을 것 같다. 숨길 게 아무것도 없기는커녕 저마다 저마다 숨길 게 한두 가지씩은 인물들이 등장해 말 그대로 '위험한 만찬'을 벌이기 때문이다. 프랑스판 [위험한 만찬]을 먼저 보았는데, 우리나라 명배우들이 연기를 펼치는 [완벽한 타인]이 더 이해도도 높고 친밀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조진웅 유해진 이서진 김지수 완벽한 타인 / 프랑스판  위험한 만찬

 

저녁식사가 차려진 식탁, 어린시절부터 절친인 남자 셋(조진웅, 유해진, 이서진)과 그 배우자(김지수, 염정아, 송하윤), 그리고 한 남자(윤경호)가 위험한 만찬을 시작한다. 윤경호는 이혼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날 함께 오기로 했는데 혼자 등장해 다들 섭섭해한다. 그런데 그가 혼자 온 데에는 남모를 사연? 비밀이 있다.

 

친구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한 조진웅의 아내 김지수가 먼저 휴대폰을 잠금해제해서 식탁 위에 올려놓고 전화나 메시지가 오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에게 공개하는 일종의 진실게임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냥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한다며 싫다고 하면 될 텐데도 그 말을 하면 혹 비밀이 있다고 의심받게 될까봐 그런지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게임을 시작한다. 

 

이 게임이 어떤 최후를 가져오리라는 건 끝까지 가지 않아도 뻔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왜 별로 떳떳하지도 않은 비밀을 저마다 가슴에 품은 채 그 위험한 장난을 시작하려 했을까? 굳이 상대방을 속일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누구나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 한두 개쯤은 있게 마련인데 말이다. 더욱이 살다 보면 차라리 남에게는 털어놓을 수 있어도 부부간이어서, 혹은 친한 친구여서 더 말하지 못하는 일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들을 들쑤셔봐야 분란만 생길 게 분명하다. 

 

조진웅 유해진 이서진 김지수 완벽한 타인 / 프랑스판  위험한 만찬

 

우리는 누구나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그 이상이다. 부모로서의 가면, 자식으로서의 가면, 배우자로서의 가면, 또는 친구나 동료, 이웃으로서의 가면 등. 이 가면은 자신을 감추고 살고자 하는 방편이 아니라 서로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한 방패막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가면 없이 상대를 대하는 것이 꼭 솔직한 태도라고만은 볼 수 없다. 또 때로는 오히려 그 솔직함을 빙자한 진실이 상대방은 물론 자신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상대에 따른 퍼스널 스페이스가 중요하다. 배우자나 가족, 절친 등 아무리 친밀하고 가까운 사이라도 일정한 개인적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가깝다고 해서, 혹은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해서 무작정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히려 드는 행동은 상대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하물며 상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나아가 털어놓기 어려운 비밀을 굳이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상대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는 짓이자 참으로 무례하고 매너없는 짓이다. 

 

프랑스판 위험한 만찬 / 같은 자리는 아니지만 일곱 명의 주인공이 서 있는 구도다 

 

그러니 개인의 사생활을 헤집어 비밀을 공간을 열어보이려는 시도는 위험천만한 짓일 수밖에 없다. 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거나 진배 없는 짓인 것이다. 상대를 속이고, 비밀을 만들고,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로의 프라이버시는 확실하게 지켜줘야 한다는 인식이 우선시돼야 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키기 위해서는 완벽한 타인, 나아가 완벽한 개인이 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그 개인과 개인 간의 일정한 거리가 서로의 관계를 더 오래도록 완벽하게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의 [위험한 만찬]이라는 제목보다는 우리나라의 [완벽한 타인]이라는 제목이 더 이 영화에 어울리는 듯싶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영화 속 일곱 명의 친구도 저마다 적게는 하나씩, 많게는 여러 개의 숨기고 싶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친구에게 비밀로 한 일정, 다른 사람에게 했던 뒷담화, 수습하려고 노력 중이어서 아직 배우자에게 말하지 않은 문제 등 크고 작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누설러의 염려가 있으니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이 주인공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자.  

 

 

먼저 조진웅 김지수 부부다. 성형외과 의사인 조진웅은 정신과 의사인 아내를 두고 다른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다. 아내가 알면 무척이나 기분나빠할 비밀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 아닌 아내와의 문제인 만큼 아내에게만큼은 그 속내를 털어놓을 수가 없다. 실제로 그 비밀은 김지수만 빼고 그 식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비밀 아닌 비밀이기도 하다.

 

정신과 의사인 김지수는 차갑고 이기적인 성격인데다 매사를, 그리고 사람들 또한 정신과 의사의 시각에서 보고 해석한다. 그러니 남편은 물론 딸도 아빠에겐 털어놓을 수 있는 말도 엄마에게는 하지 못한다. 게다가 다른 사람에 대해 끝없이 자기만의 잣대를 들이대며 지적질을 해대는, 더없이 품행이 방정해 보이는 그녀는 어처구니 없게도 남편의 친구와 불륜 관계라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찌 그렇듯 용감하게 위험한 장난을 시작하자는 말을 먼저 꺼낼 수 있었는지 납득이 안 간다.  

 

 

그 다음 유해진 염정아 부부다. 바른생활 사나이인 유해진은 기분나쁘리만큼 까칠하고 융통성도 없는 남자다. 게다가 아내 염정아를 여자로 보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껏 이용해도 좋은 일꾼으로만 보는 몰염치한 인간이다. 게다가 아내가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하는 정신적 노고를 인정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집안일이며 아이들을 돌봐주니 어머니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큰소리를 뻥뻥 칠 만큼 가부장적이다.  

 

그 때문에 아내는 친구 따라 요양원에 갔다가 더 자세한 것을 알고 싶어서 연락해 달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치도곤을 당한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아내를 한 인간으로 또 한 여자로 존중해 주지 않고 함부로 대한다면, 앞으로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이런 앞뒤 꽉 막힌 남편 때문에 아내는 다른 데서 허한 마음을 채울 길밖에 없는데, 이런 아내를 두고 그는 그대로 누구에게도 밝히기 민망한 비밀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의 입에서 아내에게 바른생활을 강조하며 하나하나 지적질해 대는 말을 듣기가 역겹고 가증스럽다.   

 

 

마지막으로 이서진 송하윤 부부다. 이서진은 전형적인 나쁜 남자의 표본이자 인간적으로도 이기심으로 똘똘뭉친 남자다. 꽃중년 레스토랑 사장으로 아내에게 도가 넘칠 정도의 사랑을 보란 듯이 보여주지만, 그 뒤에서는 몇 다리를 걸치고 다니는지 모르는 뻔뻔스러운 인간이다. 

 

그럼에도 아내의 숨통을 꽉 쥔 채 여차하면 언제든 비틀어버릴 듯 고압적이고 폭력성까지 갖춘 제멋대로인 캐릭터다. 사랑 표현이 너무 과한 것이 오히려 언제 떨어져 깨질지 모르는 유리꽃병 같아서 위태위태해 보인다. 송하윤 또한 남편의 장단에 지금은 잘도 맞춰주고 있지만, 남편이 어떤 인간인지 알면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릴 게 틀림없다.

 

 

사귀는 사람을 두고 혼자 온 윤경호는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남자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커밍아웃이 되자 예상을 뛰어넘는 친구들의 반응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한편 씁쓸한 심정을 이겨내기 힘들어한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어릴적 절친들이라면 더 이해해 주고 감싸주리라고 여겼었는데, 믿었던 도끼에 보기 좋게 발등을 찍힌 꼴이다. 

 

하긴 그런 문제에서는 남보다 가족이나 친구가 더 상처를 주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게다가 남들은 뒤에서라도 수군거리지만, 그들은 가깝다는 이유로 벌레 보듯하면서도 상처가 될 독설을 면전에서 거침없이 내뱉는다. 진작 말하지 않았다는 분노도 더불어 표출하면서. 실망하고 화내는 모습을 보니, 진작 말했다 한들 뭐가 다를까 싶은데도 말이다. 그나저나 이 영화를 통해 소수자에 대한 지나친 편견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책에서인가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주 평화로운 마을이었는데, 이 마을에 갑자기 큰 변화가 생겼다. 마을의 한 소년이 어디선가 가져온 이상한 안경 때문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안경이었다.

 

소년의 친구들은 신기해하면서 저마다 그 안경을 번갈아 써보았다. 그러자 그들 눈에 친구들의 속마음이 그대로 들여다보이고, 친구들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들어앉아 있는지도 훤히 알게 된다. 그 동안 다정하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었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미움, 시기심 등 미처 예상치 못했던 부정적 생각들이 가득차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그들은 서로를 공격하며 싸우기 시작하고, 그 싸움은 그 안경을 내다버릴 때까지 끊이질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처럼 상대의 속마음을 샅샅이 안다고 해서 뭐가 좋을까. 게다가 저마다 숨기고 싶어하는 그 비밀을 캐봐야 자신에게 숨겼다는 데 대한 분노와 배신감만 느끼게 될 뿐이다. 그러니 서로 완벽한 타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오히려 기꺼이 완벽한 타인이 되어 상대에 대해 몰라도 되는 것은 굳이 알려고 하지 말고, 설사 안다 해도 적당히 눈감아주고 감싸주면서 상대가 필요로 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만 손을 내밀어주면 되지 않을까. 자칫하다가는 희망조차 들어 있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완벽한 타인]에 출연한 배우들이 ‘휴대폰 잠금해제 게임’에 대해 “실제로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 것도 그런 위험성을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서진도 “괜히 [완벽한 타인] 때문에 결별했다는 커플이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조진웅도 “절대 따라 하시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이상, 조진웅 유해진 이서진 김지수 완벽한 타인 / 프랑스판  위험한 만찬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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