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외 2편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외 2편

 

지금 영화관에서는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어느 가족]이 상영중이다. 아직 보러 가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 동안 보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 중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바닷마을 다이어리] 외 2편(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태풍이 지나가고)에 대한 후기를 간략하게 써보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가족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를 펼쳐나가는데, 그가 보여주는 가족은 사실 이혼을 했거나, 별거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혼외자식을 두고 있는 등 이른바 '정상적인 가족'이라고는 할 수 없는 가족들이다. 물론 같이 산다고 해서 반드시 '정상적인 가족'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특히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들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 ‘가족을 뛰어넘는 유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외 2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후쿠야마 마사하루/릴리 프랭키/니노미야 케이타/황 쇼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일명 '아빠의 성장기록'이다. 자신을 닮은 똑똑한 아들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내 유카리(마키 요코)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던 성공한 비즈니스맨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6년간 키운 아들 케이타가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외 2편

 

료타는 삶의 방식이 너무나도 다른 친아들의 가족들을 만나고, 두 가정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갑자기 바뀐 환경에 충격을 받을까봐 서로의 집에서 며칠씩 묵게 하며 적응해 갈 수 있도록 하자고 합의한다.   

 

 

료타의 아들 케이타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아버지를 닮고 싶어서 어린 마음에도 나름 노력을 하며 살아온 케이타다. 하지만 아빠 료타는 그런 아들을 늘 부족하게 여겨왔던 듯, 아이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음..역시.."라는 말을 해서 아내 유카리를 가슴아프게 만든다. 

 

사실 "아빠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처럼 가슴아픈 말도 없을 듯하다. 아이들은 잘났든 못났든 관계 없이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먹고 자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모 역시 오롯이 자신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깊은 사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의 마음에 들기 위해,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 노력하고 안 하고가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료타는 그런 잣대를 가진 아빠였다는 것이 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밝혀지게 된 셈이다.      

    


료타의 친아들이지만 병원에서 바뀐 탓에 유다이(릴리 프랭키)의 아들로 자란 류세이(황 쇼겐)다. 다행히 류세이는 자유분방한 아빠 유다이 덕분에  밝고 구김없는 성격의 아이로 성장해 있었다.

 

 

료타의 친아들 류세이를 길러준 아빠 유다이다. 늘 바빠서 아들과 놀아줄 시간이 거의 없었던데다 성공지상주의적인 성품으로 아들에게도 매우 엄격한 료타와 달리 유다이는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같이 목욕도 하면서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아빠다.      

 

료타는 친아들 류세이가 가정형편이 여유롭고 경제적으로 더 많이 베풀 수 있는 아빠를 당연히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충분히 능력이 되니 두 아이 다 자기가 키울 생각까지 한다. 하지만 아이들을 더없이 사랑하는 유다이 부부에겐 어림없는 소리다. 게다가 류세이도 케이타도 경제적으로는 그리 풍족하진 못해도 진정한 사랑을 듬뿍 주는 유다이를 더 따르는 것처럼 여겨지자 두 아이 다 키우기는커녕 자칫 둘 다 뺏길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도 슬몃 갖게 되는 료타다. 이어서 자신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도 깨닫게 되고 말이다.

 

결국 자신에게는 물론 아들에게도 따뜻한 아빠이기보다는 냉정한 아빠였다는 것을 깨달은 료타는 이 일을 통해 ‘진짜 아버지가 되어가는’ 성장통을 겪으며 가슴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자기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를 제 아이처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알고 나서야 비로소 어린시절 아버지와 재혼해 자신을 키우느라 아픈 가슴을 다독여야 했을 새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도 온 마음으로 느끼게 된다. 흔히 자식을 낳아 길러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들 하는데, 그 말이 꼭 맞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 것이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을 잇는 것은 핏줄일까, 함께한 시간일까?’라는 화두를 던진다. 물론 감독이 듣고자 하는 답은 '함께한 시간'일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가진 특징은, 본의 아니게 가족의 부재나 상실로 인해 가족해체를 맞게 되어도 하나같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의연함과 이성적인 모습, 따뜻한 마음으로 지극히 <어른스럽게> 대처한다는 것이다. 내 짧은 지식으로는 일본도 가족해체가 무척 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감독은 가족해체가 심해지는 것을 어쩔 없는 기정사실이니, 그에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사람들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누구에게나 언제든 닥치게 될지도 모르는 이 시대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를 영화를 통해 소망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그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교훈적이라기보다는 물에 스며들 듯 자연스레 젖어들게 함으로써 이 변화에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2013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2013년 산세바스티안영화제, 밴쿠버영화제, 상파울루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고,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가 전격적으로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영화 중에 료타의 상사로 나오는 사람이 눈에 익었는데, 바로 2년 전에 상영했던 우리 영화 [곡성]에 출연해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쿠니무라 준이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아야세 하루카/나가사와 마사미/카호/히로세 스즈/키키 키린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작은 바닷가 마을 카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아야세 하루카) ,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가 15년 전 가족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홀로 남겨진 이복 여동생 스즈(히로세 스즈)를 만나면서 시작된 네 자매의 일상을 담아낸 가족영화다. 부모의 부재로 어린 나이부터 서로 의지하며 살던 세 자매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스즈를 만나 함께 살자고 제안하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2013년 일본 만화대상을 수상한 작품를 영화화한 것인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처음 만나게 된 세 자매와 이복 여동생 스즈의 관계, 그리고 스즈로 인해 세 자매가 그 동안 가졌던 부모에 대한 시각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지, 나아가 스즈가 새로운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네 자매가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스크린에 담고자 했다"고 한다.  
  

 

세 자매가 모두 부모 없이도 너무나 잘 성장해서, 이 정도라면 굳이 부모가 곁에 있어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불화가 깊은 부모 밑에서 자라느니 차라리 헤어지는 게 아이들에게는 더 낫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 영화의 배경인 카마쿠라는 도쿄에서 불과 50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들 만큼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도시인데,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말도 있듯이 세 자매가 참으로 의연하면서도 따뜻하고 지혜로운 인성을 갖게 된 것은 이 바닷마을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아름다운 카마쿠라의 풍경 외에도 아침마다 불단에 종을 치며 기도하고 계절마다 제철음식을 먹는 등 이제 대도시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들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하는데, 네 자매가 아침만이 아니라 수시로 집안에 간소하게 차려둔 불단의 종을 땡 치고는 두 손을 모으고 짧게나마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렇듯 마음이 어지러울 때 종소리와 함께 정신을 한데로 모으는 짧은 명상의 순간을 수시로 갖는다면 훨씬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마에다 코우키/마에다 오시로/오다기리 죠/오츠카 네네/키키 키린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에는 형 코이치(마에다 코우키), 동생 류노스케(마에다 오시로), 아빠 켄지(오다기리 죠), 엄마 노조미(오츠카 네네) 등 가족 네 명과 할머니 키키 키린이 등장한다. 부모가 별거를 하면서 형 코이치는 엄마를 따라 외갓집으로 오고 동생 류노스케는 아빠와 함께 남는다. 

 

엄마가 아빠를 떠난 이유는 룸펜처럼 놀기나 좋아하면서 가족을 책임지지 못하는 아빠가 싫어서였다, 그리고 동생 류노스케가 엄마를 따라오지 않고 아빠 곁에 남은 이유는 "엄마가 아빠를 많이 닮은 자기를 싫어할까봐"였다. 류노스케는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했지만, 듣는 순간 가슴이 울컥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정말 못할 짓을 많이도 하는구나 싶기도 했고 말이다.  

 

 

두 아이가 바라는 간절한 소망은 <기적이 일어나> 가족 넷이 함께 모여사는 것이다. 그리하여 형 코이치의 소원은 외갓집 마을에 화산이 폭발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빠와 동생 류노스케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듣자니 새로 개통되는 큐슈 신칸센 고속열차가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열차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좋아하는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은 친구,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친구 등과 함께 <진짜로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가출(?) 아닌 그들만의 여행을 감행한다.

 

남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일 수도 있는 가족 네 명이 함께 사는 것을 기적으로 생각하다니, 낳기만 했지 제대로 키울 줄 모르는 부모들이 깊이 반성해야만 할 일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고시마의 사쿠라지마 화산을 로케이션 촬영지로 선택했다고 한다. 

 

 

태풍이 지나가고(2016) 아베 히로시/마키 요코/요시자와 타이요/키키 키린

 

[태풍이 지나가고]는 한때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이혼해서 헤어져 사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한 채 유명작가를 꿈꾸는 사설탐정 료타(아베 히로시)는 태풍이 휘몰아치는 날 밤, 예기치 않게 이혼한 아내 쿄코(마키 요코), 아들 싱고(요시자와 타이요)와 함께 료타의 부모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아빠와 아들을 만나게 해주기 위해 잠시 옛 시부모 댁에 들른 아내 쿄코는 그날 밤 큰 태풍이 휘몰아칠 거라는 뉴스에 어쩔 수 없이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다.  .

 

 

가족을 책임질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아내에게 이혼당하긴 했지만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는 료타는 아들에게도 좋은 아바가 되고 싶다는 소망 또한 누구보다도 크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도 높아서 결국 "모두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하던 삶의 모습이 아니라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인생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며 뒤늦게나마 남편으로서 또 아빠로서 성장해 가는 료타다. 어서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어서 그가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살게 될 날을 기다려본다. 

 

 

료타의 어머니 역을 맡은 키키 키린이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데다 유머 감각까지 갖춘 어머니다. 그런데 이 시어머니는 뜻하지 않게 불시착한 비행기처럼 자신의 집에 들어와 하룻밤을 묵게 된 며느리로 인해 마치 새신랑을 만난 새색시처럼 마음이 들뜬다. 그리고 맛있는 것도 해서 먹이고, 도란도란 지난 이야기도 나누던 어머니는 결국 간절한 마음을 담아 며느리에게 자신의 아들과 재결합의 가능성은 없는지 넌지시 떠본다. 하지만 곧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내 욕심만 부려 미안하다"며 정식으로 사과를 한다.    

 

요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라는 TV 프로그램에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 언행을 일삼는 시어머니들이 곧잘 등장하는데, 그분들이 이 키키 키린을 본다면 생각할 일과 바로잡아야 할 일이 많을 듯싶다. 자기 아들을 버리고 떠난 며느리이니 밉기만 할 텐데도 전혀 그런 내색 없이, 아니, 내색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런 미운 마음 자체가 없이 며느리를 소중히 대하고 그 의견을 존중해 주는 그 인품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기분이었다. 

 

키키 키린은 아베 히로시와 모자 관계로 출연했던 [걸어도 걸어도]를 비롯해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리고 이 [태풍이 지나가고]에 이르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에 계속 출연하면서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외 2편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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