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이어서 신파도 봐줄 만했던 [신과 함께]

 

차태현이어서 신파도 봐줄 만했던 [신과 함께]

 

 

되도록이면 개봉일에 맞추어 영화를 보려고 하고 있는데, 지난주에는 바쁜 일이 있어서 이번주에 정우성, 곽도원 주연의 [강철비]와 차태현, 하정우, 주지훈 주연의 [신과 함께]를 연거푸 보았다. [강철비]도 괜찮았지만, 개봉일에 맞춰 본 [신과 함께]가 좀더 생생해서 먼저 후기를 쓰기로 했다.

 

[신과 함께]는 인기 웹툰작가 주호민의 대표작을 김용화 감독이 영화화한 것인데, 어린시절 보았던 만화, 애니메이션, 어린이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잘 버무려 최대한의 스케일로 만든 판타지 블록버스터였다. 꼬마 주인공들은 어른이 되고, 픽션으로만 생각했던 스토리에는 팩션의 재미가 더해져 무려 139분이라는 런닝타임이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굽이굽이 신파로 이어지는 스토리도 주인공 차홍 역을 맡은 차태현이라는 배우의 선함이 억지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그러고 보면 차태현이 참 보배는 보배다 싶다.

 

차태현이어서 신파도 봐줄 만했던 [신과 함께]

 

저승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만 한단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단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있다 보니 문득 죽기가 싫어졌다. 죽는 게 무섭다는 뜻은 아니고, 7개의 지옥을 거쳐야만 죽음의 세계에서도 온전하게 안착할 수 있다니, 살아서도 죽어서도 고통을 면치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동안엔 힘들었다 해도 죽어서나마 행복하게 살아야 할 텐데 말이다. 

 

게다가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 새로운 삶이 누구에게나 살 만한 삶으로 여겨질 때에나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   

 

 

“김자홍 씨께선, 오늘 예정대로 무사히 사망하셨습니다.” 

 

화재사고 현장에서 여자아이를 구하고 죽은 소방관 자홍(차태현) 앞에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이 나타난다. 자신의 죽음이 아직 믿기지 않는 자홍에게 덕춘은 정의로운 망자이자 귀인이라며 그를 치켜세운다. 저승으로 가는 입구, 초군문에서 그를 기다리는 또 한 명의 차사 강림(하정우)은 차사들의 리더이자 앞으로 자홍이 겪어야 할 7개의 재판에서 변호를 맡아줄 변호사이기도 하다.

 

염라대왕(이정재)에게 천 년 동안 49명의 망자를 환생시키면 자신들 역시 인간으로 환생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해원맥, 덕춘, 강림 세 명의 차사들은 자신들이 변호하고 호위해야 하는 48번째 망자이자 19년 만에 나타난 의로운 귀인 자홍의 환생을 확신하지만, 각 지옥에서 자홍의 그리 향기롭지만은 않은 과거가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고난과 맞닥뜨린다. 

 

그런데 이 세 명의 차사들이 자홍의 환생을 적극 돕는 것은 결국 자신의 환생을 위해서라는 것이 참 씁쓸하다. 사람이나 차사들이나 제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적 동물이라는 것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차홍은 반드시 행복하리라는 보장도 없는 새로운 환생을 위해 7개의 지옥을 거치면서 죽을 고생을 한다. 문제는 그가 살아 생전에 크고 작은 죄를 지은 것은 결코 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태어나보니 궁핍한 살림에 어머니는 아프고 어린 동생마저 돌봐야 하는 크나큰 짐을 짊어져야 했던 차홍이다.

 

물론 그것이 힘들고 고생스러우면 죄를 지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염라대왕으로서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려면 무조건 지은 죄에 대한 잣대만 들이댈 게 아니라, 그 죄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먼저 살필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제 한목숨 부지하기 위해 타인의 불행엔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 요즘 세상에서는 너무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그런 고해 같은 삶에서 너만은 착하게 살다가 죽어서 7개의 지옥을 잘 거쳐 새로 환생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타고난 악인이 아니라면, 혹은 재미삼아 죄를 지은 게 아니라면, 오직 살아내느라 지은 죄에 대해서는 염라대왕이 너무 현실적인 법의 잣대만 들이댈 게 아니라 좀더 따뜻한 눈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이상, 차태현이어서 신파도 봐줄 만했던 [신과 함께]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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