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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으로 보는 세상

<말꼬리에 파리가 천리 간다> 말의 해에 하는 다짐! 내 힘으로 천리 가기!

 

<말꼬리에 파리가 천리 간다>는 말은 남의 세력에 의지하여
기운을 펴고 활개를 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5,8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살았다는 말이 인류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된 것은

가축화가 이뤄지기 시작한 5,000년 전부터다.
개가 1만 2,000년 전, 돼지는 1만 년 전, 소와 닭이 8,000년 전 가축화됐다니
가장 늦게 인간 곁에서 살게 된 동물 중 하나가 말인 셈이다.

하지만 말을 사육하면서 인간 문명은 다른 가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센 소용돌이를 맞는다.
전차와 기마병이 등장하면서 고대사회의 정치, 경제적 세력 판도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위만조선 시대에 한무제에게 말 5,000마리를 헌상했다는

내용이 사기(史記)를 통해 전해진다.
삼국시대에 들어와서는 각국이 말 생산에 치중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고려, 조선시대에도 말은 주요 교통, 전투수단으로써 중요성이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말은 우리 민족과 함께 했다.
그러다 보니 말과 관련된 속담이나 속설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특히 전통사회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런 속담, 속설을 통해서는
당시 사람들이 말에 대해 어떤 관념을 갖고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는 속담은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것을 빗댄 말로,
과거에는 신분이 높지 않으면 말을 타기 어려웠으리라고 쉬이 추측해 볼 수 있다.
‘말 발이 젖어야 잘 산다’는 말은 장가가는 신랑이 탄 말의 발이 젖을 정도로 촉촉하게
비가 내려야 그 부부가 잘 산다는 뜻으로, 결혼식 날에 비가 오는 것을 위로하는 말이었다.

 

남의 세력에 의지해 기운을 펴는 것을 비꼰  말꼬리에 파리가 천리 간다’는 말에서는
말이 당시 가장 빠른 운송, 교통 수단이었음을 새삼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식용으로도 애용됐다.
‘말 잡은 집에 소금이 해자라’는 말은 여럿이 말을 잡아먹을 때 집주인이
소금은 거저 낸다는 말로, 부득이한 처지에 생색도 못 내고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를 이른다.
같은 표현으로 ‘말 죽은 집에 소금 삭는다’는 말도 있다.

술에 취해 얼굴이 붉은 사람을 두고 ’말고기 자반’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사람의 편의에 따라 타기도, 먹기도 할 만큼 말은 흔히 볼 수 있는 가축이었다.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고 했으니 그렇다.'

대표적인 가축인 소만큼 흔했는지 ‘말 잃고 외양간 고친다’, ‘말 귀에 염불’ 처럼

소 대신 말이 들어간 유사속담이 버젓이 있을 정도다.

그래도 말은 결코 천대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신성시된 흔적이 더 많다.
‘말해에 오시생이면 과거를 띄워서 이름을 팔린다’는 말은
말해, 오시에 태어난 사람은 말발 네 기둥이 꿋꿋이 선 것처럼 잘 산다는 뜻이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는 말이 전해준 알에서 태어났고
고구려 시조 주몽은 말을 타고 승천했듯 제왕 출현의 징표로 여겨진 것이 말이다.
무속에선 말이 하늘을 상징한다고 했다.

 

 

<말꼬리에 파리가 천리 간다>는 속담과 관련된 우화


달리기를 잘하는 천리마가 있었다.
천리마는 자기 재주를 자랑하느라고 늘 콧대를 잔뜩 세우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큰소리를 쳐댔다.

 

“어느 누가 달리기에서 감히 나와 견주겠느냐? 나는 적어도 한달음에 천리씩 내달린단 말이다!”

 

그 말에 모두들 주눅이 들어 슬슬 피하고 있는데, 눈에 넣어도 차나마나한 파리란 놈이

그 말을 듣고 있다가 천리마 등에 올라앉으며 비아냥거렸다.

 

“흥! 그래 한달음에 천리를 가는 재주가 너에게만 있다고 그리 법석을 떠는 것이냐?
나도 한달음에 천리를 갈 수 있단 말이다!”


파리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천리마는 코웃음을 쳤다.

“방자한 놈 같으니라고. 눈에 비벼 넣어도 모자랄 놈이 공연히 큰소리만 치는구나!
콱 밟아 죽이기 전에 저리 썩 못 비킬까?”


그러나 파리도 발을 비비며 지지 않고 소리쳤다.

“정 못 믿겠으면 어디 나하고 한번 내기를 걸어보는 게 어떠냐?”

결국 천리마와 파리는 내기를 하게 되었다. 시작 소리와 함께 천리마는 힘껏 내달렸다.
한참을 달려 목적지에 다다르자 천리마는 둘러보며 파리를 찾았다.
그런데 머리를 돌려 뒤를 보니 자기 꼬리에 파리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그러고는 “헤헤헤, 이래도 내 말을 못 믿겠느냐!”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었다.

더 자세히 보니 자기와 달리기 내기를 했던 바로 그 작디작은 파리가 틀림없었다.
천리마는 할 수 없이 “음, 너도 정말로 한달음에 천리를 날았구나”라고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부터 “말꼬리에 파리가 천리 간다”라는 속담이 생겨났는데,
대개 남의 세력 밑에서 우쭐해서 으스대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라고 하겠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말꼬리에 붙어 천리를 가려고 했더라도 

청마의 해인 갑오년에는 스스로 역량을 키워 비록 천리를 못 갈지라도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달려나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