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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귀향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진혼굿 귀향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진혼굿 모두 75,270명이 후원한 12억여 원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을 보고는 선뜻 일어날 수가 없어 잠시 그대로 앉아 있노라니 온 화면을 가득 채우며 그 후원자들의 명단이 좌악~~ 올라가는 장관이 펼쳐졌다. 저 75,270명 중 한 사람이 못 됐구나 싶으니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마음이 불편하고 가슴이 아플까봐 어차피 볼 거면서도 무척이나 망설이며 예매를 했었는데, 가슴이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아무리 전쟁중이었다 한들 치떨리는 일본군들의 만행에 분노가 치솟아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어야 했다. 영화는 먼저 평온하기 그지 없는 일상을 보여준다. 경남 거창 한디기골,.. 더보기
동주 찬란한 부끄러움을 노래한 윤동주(강하늘) 동주 찬란한 부끄러움을 노래한 윤동주(강하늘) 언제 별을 보았던가? 아니, 별은커녕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하늘을 우러러본 것도 언제인지 모르겠다. 이준익 감독 영화 [동주]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동주(강하늘)가 읊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잎새에 부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서정 가득 넘치는 시어(詩語) 하나하나에 그렇게나 가늠할 길 없는 아픔과 고뇌, 고통의 삶이 깃들어 있었던가 생각하니, 좀 부끄러웠다. 시의 주제니, 시의 본뜻이니 하며 공부했어도 겉핥기식으로 했던 탓인지 한 편의 영화 [동주]가 주는 아픔만큼 짙은 아픔은 느끼지 못했던 것 같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묵화 같은 흑백영화의 담백함이 그 아픔.. 더보기
검사외전 꽃미남사기꾼 강동원의 재롱잔치와 다혈질검사 황정민의 고해성사 검사외전 꽃미남사기꾼 강동원의 재롱잔치와 다혈질검사 황정민의 고해성사 거친 수사로 악명을 날리는 다혈질 검사 변재욱(황정민)과 전과 9범인 꽃미남 사기꾼 치원(강동원)의 버디 무비 [검사외전](이일형 감독)은 오락범죄물답게 가족들과 함께 두 시간 남짓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에 딱 좋았다. 아마 설연휴여서 여느때보다 마음이 느긋하고 시간이 여유로웠던 것도 큰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후의 느낌은 역시 찝찝했다. 마치 "질소를 샀는데 과자가 들어 있네?"라는 말이 회자됐던 것처럼 포장이 빵빵해서 잔뜩 기대를 가지고 뜯어보니 정작 과자는 몇 개 안 되고 질소만 가득 채워진 과자봉지를 보고 실망한 느낌과 흡사하다고나 할까. 다행히 그 몇 개밖에 안 들어.. 더보기
로봇, 소리 아버지 이성민에게 일깨워준 진정한 사랑 로봇, 소리 아버지 이성민에게 일깨워준 진정한 사랑 이 비유가 적합한지 모르겠지만, 이호재 감독의 영화 [로봇, 소리]를 보면서 느낀 황당함은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했다. 10년 전 실종된 딸 유주(채수빈)를 찾아나선 아버지 김해관(이성민)의 가슴 절절한 부성애를 보여주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 NASA가 동원되는 것도 모자라 우리나라 국정원에 인공지능 로봇까지 내세우다니! 평소 무채색의 현실을 무작정 아름다운 파스텔존으로 바꿔 보여주고자 하는 판타지물이나 공상 속에서나 가능한 스토리를 펼쳐 보여주는 SF류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터여서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큰 내용에 더 적응이 안 되었던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영화에 관한 한, 그런 황당함이 불쾌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더보기
오빠생각 오빠 임시완은 말한다 "너희 잘못이 아니야" 오빠생각 오빠 임시완은 말한다 "너희 잘못이 아니야" 아마 전쟁의 참상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하모니의 합창을 더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에서였겠지만, 일단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보여준 전쟁 장면은 좀 버거워서 어서 끝나기만을 바랐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전쟁 자체는 아니었으니 차라리 [오빠생각]의 주연인 한상렬(임시완)이 아이들의 합창을 맡게 된 장면부터 시작하고,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회상하는 씬으로 보여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 있었던 실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 전쟁 장면을 피해갈 수는 없었겠지만, 솔직히 영화에서나마 전쟁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앞부분이 좀 어수선한데다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서두르는 감이 있어서 .. 더보기
레버넌트 불사신 디카프리오 지옥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하리라! 레버넌트 불사신 디카프리오 지옥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하리라! 이 거칠고 야성미가 넘치다 못해 섬뜩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의 주인공이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에서 보았던 저 해맑은 미소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지만, 이젠 과거의 디카프리오는 깨끗이 잊어줘야 할 것 같다. 게다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제목에서 뿜어나오는 포스 또한 예사롭지 않아 영화를 보러 가면서 낙락한 즐거움은 아예 접었는데, 역시나 답게 지옥끝도 마다 않을 기세로 복수의 일념을 불태우는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지옥의 불사신을 방불케 했다. 레버넌트 불사신 디카프리오 지옥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하리라! 누설의 염려가 있으니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스토리를 소개하면, 2016년 골든 글로브 3관왕(남우주.. 더보기
좋은친구들 잘못된 의리와 빗나간 우정 그리고 의심 좋은친구들 잘못된 의리와 빗나간 우정 그리고 의심 "신부는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다리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곤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십 년인가 오십 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저고리 다홍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 더보기
내부자들 디오리지널 뒤통수를 후려치는 이강희(백윤식)의 엔딩 멘트 내부자들 디오리지널 뒤통수를 후려치는 이강희(백윤식)의 엔딩 멘트 한 번 더 봐도 좋겠다 싶었는데 때마침 영화 [내부자들 디오리지널](우민호 감독)이 상영돼 기꺼이 보러 갔다. 무려 50분 정도 분량이 늘어났다고 해서 좀 지루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오히려 [내부자들]보다 더 몰입해서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으니 이 영화,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흡입력만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것 같다. 미래자동차 오현수 회장(김홍파)의 돈, 신정당 대권후보 장필우(이경영)의 정치,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로 대표되는 언론, 이 셋이 힘을 합치면 얼마든지 한 나라를 떡 주무르릇 마음대로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강하게 머리를 때렸다. 어쩌면 그저 저마다 자기들 삶을 꾸리느라 오롯이 깨닫질 못.. 더보기
히말라야에서 산쟁이들보다 더 빛났던 정유미 히말라야에서 산쟁이들보다 더 빛났던 정유미 산쟁이. 전문 산악인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었다. 자신을 겸허하게 낮추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단단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그 말은 여느사람으로서는 감히 가닿지 못할 경지에 이른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렸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을 허락받는 것일 뿐"이라는 영화 속 대사도 오직 그런 산쟁이들에게만 허락된 깨달음일 터였다. 그런데 그런 산쟁이들의 뜨거운 의리를 다룬 감동실화를 황정민 주연의 영화로 만들었다는 [히말라야]여서 하루라도 빨리 보려고 허겁지겁 달려간 결과는 좀 씁쓸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어서 평소 영화를 보기 전에 되도록 큰 기대를 갖지 않으려고 하는데, 믿고 보는 배우 황정민이기에 방심했던 탓인지 이.. 더보기
대호 인간 대호 최민식이 총을 들어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대호 인간 대호 최민식이 총을 들어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리산을 지키는 영험한 산군(山君),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는 마을사람들에게 섬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1925년 일제강점기, 박제수집가인 일본군 고관 마에노조(오스기 렌)는 귀국 전 대호의 가죽을 손에 넣으려고 혈안이 된다. 이 와중에 출세와 돈에 눈이 먼 조선인 출신 일본 장교 류(정석원)와 도포수 구경(정만식)을 비롯한 조선의 포수들이 너도 나도 가세한다. 하지만 아내를 잃고 늦둥이 아들 석(성유빈)과 단둘이 살아가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은 그들의 대호사냥에 전혀 관심이 없다."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남자들의 세계, 자신의 목표와 욕망을 향해 목숨까지 걸고 나아가는 멋진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