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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계춘할망(윤여정) "가족이 뭐여? 정붙이고 살면 그게 가족이지" 계춘할망(윤여정) "가족이 뭐여? 정붙이고 살면 그게 가족이지" 네 살 때 제주도 주재원으로 간 아빠를 따라가서 살다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다시 서울로 돌아왔으니 꼬박 4년을 제주도에서 산 셈이다. 유아원, 유치원도 제주도 연동에서 다녔고, 태권도 학원이며 피아노, 미술학원도 그곳에서 다니며 현장학습이니 봄소풍, 가을소풍 때에는 제주도 명소를, 여름이면 바닷가를 찾았다.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놀기만 하면 되었던 어린시절이었기에 마냥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빠를 따라나선 낚시다. 낮에도 갔지만 밤낚시도 졸린 눈을 비비며 따라나서곤 했었다. 지명을 일일이 외우지는 못하지만, 오징어 낚시를 하던 서부두는 잊지 않았다. 부둣가에 짙은 어둠이 내리면 바다에 던져진 낚싯대.. 더보기
곡성 아니땐 굴뚝에 연기를 피우고 불을 지르는 의심의 불씨 곡성 아니땐 굴뚝에 연기를 피우고 불을 지르는 의심의 불씨 장대비가 쏟아지고 강풍이 몰아치는 산길을 힘겹게 걷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이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저녁 어스름이어서 시야도 좁아지고 발밑도 컴컴해서 행여 발이라도 헛디뎌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는 건 아닌가 싶어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무려 156분이라는 긴 시간을 나홍진 감독은 영화 [곡성]에서 절대 현혹되지 말라고 했음에도 기어이 덥석 미끼를 문 종구(곽도원)를 괴력의 힘으로 내달리게 한 것처럼 관객들도 그렇게 내달리도록 만들고 싶었던가 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싹뚝 칼로 자른 듯 영화가 끝났는데, 아무런 생각도 할 겨를 없이 종구와 함께 무작정 내달려온 탓인지 잠시 동안 말 그대로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영화관을 나서면서야 어느덧.. 더보기
탐정 홍길동 말순 자매가 끊게 해준 이제훈의 복수의 고리 탐정 홍길동 말순 자매가 끊게 해준 이제훈의 복수의 고리 탐정 홍길동 말순 자매가 끊게 해준 이제훈의 복수의 고리 유난히 행사가 많은 5월이지만, 그 중에서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빼놓을 수가 없다. 얇아지는 지갑 때문에 걱정도 앞서지만,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사람들도 이 날만큼은 선물을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하거나, 나들이를 떠나는 등 나름대로 가족을 챙긴다. 사실 매일매일을 어린이날, 어버이날로 여기고 산다면 새삼 그런 날들을 따로 만들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말들도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 부랴부랴 이 날만 잘 챙겨도 나쁜 부모, 못된 자식 소리는 안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로지 돈으로 모든 가치를 평가하는 세태 탓인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던 짙은.. 더보기
시간이탈자 망각의 강 레테도 뛰어넘은 조정석의 절절한 사랑 시간이탈자 망각의 강 레테도 뛰어넘은 조정석의 절절한 사랑 "다시 태어나도 너만을 사랑할 거야." 이 말은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 번쯤 해봤음직한 말이다. 혹 무덤덤한 성격이거나 오글거리는 멘트는 아예 입에 담지 못하는 타입이어서 입밖으로는 내뱉은 적 없더라도 마음속으로는 분명 해봤을 것이다. 만일 그런 말을 직접 해본 적도 없고 또 마음속으로나마 해본 적 없다면, 그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리라. 다시 태어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거니와, 설령 다시 태어난다 한들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다는 보장도 전혀 없지만, 적어도 상대를 사랑한다면 "다시 태어나도 너만을 사랑하겠다"는 말을 진심을 담아 할 수 있을 정도의 콩깍지쯤은 씌워줘야 할 터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래야만 수많은 동화의 말미.. 더보기
강예원 이상윤의 [날, 보러와요] 합법과 불법 사이의 줄타기 강예원 이상윤의 [날, 보러와요] 합법과 불법 사이의 줄타기 영화 [날, 보러와요]는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여주인공 강수아(강예원)가 느닷없이 납치를 당해 정신병원으로 강제이송되고 감금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강예원이 납치되기 전에 걷던 거리가 눈에 익은 걸 보면 아마도 여의도이지 싶다. 어둠이 내리는 저녁도 캄캄한 밤도 아니고, 행인들이 별로 없는 한적한 거리도 아니다. 엄연히 해가 환한 백주 대낮이고, 주변은 빌딩이 즐비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건만 그녀는 후다닥 달려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눈깜짝할 사이에 납치되어 차에 실린다. 강예원 이상윤의 [날, 보러와요] 합법과 불법 사이의 줄타기 쉴새없이 이곳저곳을 헤매는 공포어린 눈동자만으로도 강예원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를 잘 .. 더보기
대배우 오달수 만만함과 절실함, 내공의 힘이 빚어낸 걸작 대배우 오달수 만만함과 절실함, 내공의 힘이 빚어낸 걸작 차라리 천만요정이라는 애칭에 1억 배우로 등극한 오달수의 다큐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오달수라는 배우를 보기 위해 석민우 감독의 영화 [대배우]를 관람하러 간 것이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오달수에 관한 이야기만 주저리주저리 잔뜩 늘어놔도 다 들어줄 생각이었으니까. 그런데 배우 오달수의 자전적 스토리를 다루었다고 하면서 공연히 장성필이라는 극중 배우를 내세운 바람에 픽션인지 다큐인지 좀 어정쩡해서 몰입을 방해한 것이 아쉬웠다. 또 무엇보다도 결말부분에서 장성필 자신이 아닌 아들 원석(고우림)이 아빠의 눈물어린 오랜 염원을 대신 이뤄낸다는 전개는 더욱 아쉬운 감이 있었다. 작은 단역으로라도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스스로 자기 다리를 다치게.. 더보기
스포트라이트 "이런 걸 보도 안 하면 그게 언론입니까?" 스포트라이트 "이런 걸 보도 안 하면 그게 언론입니까?" 보통 전화벨이 끊이지 않고 계속 울리면 짜증이 나게 마련인데, 귀찮다거나 시끄럽다고 여겨지기는커녕 그 소리에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울컥해질 줄이야. 토마스 맥카시 감독의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엔딩을 장식하며 쉼없이 울려퍼지는 전화벨 소리는 그렇게 뜻하지 않은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 벨소리 하나하나에 마침내 검은 베일에 싸인 채 꾹꾹 억눌려져 있던 진실을 호소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의 간절함이 깃들어 있음을 알기에 더 그렇게 들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스포트라이트 "이런 걸 보도 안 하면 그게 언론입니까?" 범죄가 저질러지면 언론은 그것을 밝혀내고 법은 반드시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당연한 일을 한 .. 더보기
런던 해즈 폴른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 런던 해즈 폴른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 제라드 버틀러의 화려한 액션 원맨쇼 [런던 해즈 폴른]은 [백악관 최후의 날], 원제 올림푸스 해즈 폴른의 속편답게 기본구조와 등장인물들이 거의 같았다. 다만, [백악관 최후의 날]에서는 세계 제1강대국 미국의 백악관이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처참히 테러를 당한 것이었다면 [런던 해즈 폴른]에서는 영국 런던이 무자비한 테러로 파괴되었고, 전편에서는 백악관을 초토화시키고 미 대통령을 인질로 붙잡은 것이 한국측 경호요원으로 신분을 위장한 북한 출신 ‘강’을 중심으로 한 테러리스트들이었다면, 속편에서는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무기상 알론 어부트불이 테러를 감행한다는 스토리만 다를 뿐이다. 런던 해즈 폴른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 누설의 염려가 있으니 .. 더보기
갓 오브 이집트 태양의 신 호루스와 어둠의 신 세트의 대결 갓 오브 이집트 태양의 신 호루스와 어둠의 신 세트의 대결 태양의 신 호루스 이집트 신들의 부름이라도 받았던 것일까? 영화관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분명 5관 3,4번 좌석으로 예약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보러 갔는데, 표를 점검하는 직원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오른편 4관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라고 하기에 손에 쥔 표를 살펴볼 생각도 않고 '5관이 아니라 4관이었나?' 하며 기계적으로 4관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상영관에 들어가서도 예매할 때 가운데 통로 왼쪽 끝좌석을 선택했는데 이상하게 왼쪽 통로 오른쪽 끝인데도 '내가 착각했나?' 하며 그대로 앉아 영화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공교롭게도 영화가 시작되는 시각마저 같아서 "예고편이 왜 이리 길지?"라는 생각에 이어 "아차! 5관이었구나!" 싶은.. 더보기
나를 잊지 말아요 정우성이 건네는 말 <나를 잊진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 정우성이 건네는 말 멜로물은 즐기는 편이 아닌데다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지극히 고전적인 제목 때문에 크게 끌리지 않은 영화였다. 그래서 개봉했을 때도 그렇고 그 후로도 선뜻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었는데, 지난 토요일 봄비도 추적추적 내리겠다, 모처럼 집에서 온종일을 늘어지게 쉬면서 감성 돋는 정통멜로물임을 강조하는 이윤정 감독의 [나를 잊지 말아요]를 보았다. 안 보고 그냥 지나가기에는 아무래도 투톱주연 정우성과 김하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도 한몫했다.(ㅎㅎ) 정우성 한 사람만으로도, 또 김하늘 한 사람만으로도 봐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게다가 정통멜로에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되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는 흥미를 둗구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에 내내 드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