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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보는 세상

[정월대보름 시 모음과 관련 설화] 올 한 해 건강하시고 꼭! 소원성취하세요!

 

 

올 정월대보름은 밸러타인데이와 겹쳐 더 풍성한 느낌입니다.
정월대보름을 맞아 남산골 한옥마을과 북촌 한옥마을, 한성백제박물관 등에서는
연 만들기, 윷놀이, 투호던지기 등 전통문화체험과

지신밟기, 국악공연 등 민속공연 한마당, 귀밝이술 시음 및 부럼체험 등

대보름 음식 체험까지 풍성하고 특별한 하루를 선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월대보름 분위기를 한껏 만끽하면서 읊조리기에 좋은 시와

정월대보름 관련 설화를 모아 포스팅해 보았습니다.

 

 

흥겨운 풍물놀이 패가
집집이 찾아다니며
지신밟기를 하고
오곡으로 찰밥을 지어
소쿠리에 담아내면
나는 으레 이웃집으로
희덕거리며
찰밥을 얻으러
쏜살같이 내달렸다

 

대보름 전날은
상자일(上子日)이라
쥐불놀이를 하였으니
빈 깡통에 바람구멍을 송송 뚫어
쇠줄로 묶어 들고
숯불을 담아 빙글빙글 돌리며
논두렁으로 내달렸다
쥐를 잡고 벌레를 죽여
마른풀이 재가 되어 거름이 되게 하면
풍년이 들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무병장수를 빌며 부럼을 깨물고
귀밝이술로 청주 한 잔을 억지로 마시고
살찌라고 두부를 먹은 뒤에
친구 이름 불러내어
더위를 파는 맛은 고소했다

 

해가 뉘엿뉘엿할 무렵
생솔가지와 대나무를 잘라내어
논바닥에 달집을 지어 놓고
연을 높이 매단 후에
한 해의 모든 액을 거두어 가게 하고
달이 동산에 휘영청 뜨기를 기다려
불을 질러 꼬실라 대니
온 동네가 불꽃으로 휘황하고
대나무 튀는 소리가
가슴을 콩닥거리게 하였다

 

어른들은
새끼를 꼬아
암줄과 숫줄을 만들어
길게 용처럼 늘어놓고
윗뜸과 아랫뜸끼리 줄다리기를 하여
이기는 쪽이 풍년이 든다 하였으니
벌겋게 상기된 얼굴마다
힘줄이 솟아오를 즈음
나는 잘 익은 농주를 가지러
집으로 내달렸다
그 허연 고샅길에
슬쩍슬쩍 마시던 술에 취하여
버얼건 얼굴로
비틀거리며 달집을 돌고 돌았다

 

그때 소원을
제대로 빌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던 걸음을
지금까지 계속하는 것이었다

 

–유응교 <정월 대보름 풍경>

 

 

 
보름날이라 밝기도 하구나
요사이 아이들은
부름을 깨물기보다는 마이신주사를 맞고
달집불꽃놀이보다는 딱총불꽃놀이를 더 하고
윷놀이보다는 전자오락게임을
오곡찰밥보다는 선물용 케이크를 더 즐긴다


-구자운 <정월 대보름>


떳떳한 마음으로 소망을 외고 빕니다
가슴을 채우고 남은 여백이 선선하고
내놓아 부끄럽지 않은 속살이 떠오릅니다.
 
대보름 달을 보며 달에게 물어봅니다
거짓과 위선이 얼마나 우울한지
빛나고 눈부시지 않은 대답이 들려옵니다.

 

-강세화 <대보름달을 보며>

  
지난해 찾아왔다
말없이 떠나버린

 

대보름 둥근 달이
올해도 높이 떴네

 

그 모습
변함없음에
님 본듯이 반갑네

 

-오정방 <정월 대보름 달>

 

     


아파트 베란다에 보름달이 찾아왔다
들판과 바람 속을 거슬러 오느라
달이 창백하다
달이 어색하다
보름달은 피고처럼 떠 있다
 
세상의 어디로도 갈 수 없어서
만민의 소원이 밀물 같아서
얼굴을 붉히고 귀를 막았는지
눈치를 보면서 덩그렇게 떠 있다

 

다 안다, 걱정하지 말거라
동네 개들은 짖지 말거라
오늘밤은 다만 대보름달을
넋 놓고 오래오래
바라만 보련다
당신이신가
달이신가
대보름달이신가
미안해서 미안해서
올려다만 보련다

 

-이향아 <대보름달>

 

눈 내리지 않는 겨울
추위를 붙잡고
쇠똥에 불붙여
들불의 축제를 준비한다

 

찢긴 깡통 사이
마지막 살아 있는
빨 - 간
숯불 하나
손에 들고

 

자꾸 자꾸
불어 봐도
따스한 그리움
파묻히고 싶은 품속

 

전설처럼
아름다운
내 고향 보이지 않는다
달은 밝은데

 

-노태웅 <정월 대보름>

 

 

한 해 처음 시작하는 정월 세시풍속 맞이하여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 반찬 아홉 번 먹고서
초저녁 떠오르는 달 보며 소원 빌고 기원하는 날

 

비타민 무기질 미네랄 성분 영양소마저도 풍부한
지난 가을날 햇볕에 미리 말려둔 묵은 나물 진채로
귀밝이술 한잔 마셔 귀에다 상승 기운 생기 불어넣던
겨우내 부족했던 식이섬유 섭취 식욕 입맛 돋우던 추억

 

액막이연 높이 날려 연줄 끊어 액운 저 멀리 날려버린 채
늘 조심스레 경건함 삼가하고 배려하는 마음 더 가득해지도록
지신밟기 풍물놀이 쥐불놀이 줄다리기 뒤 달집 태우던 전통 풍습

 

-손병흥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달집을 태우며 소원 빌어
이루지 못한 염원을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 우애하며
재물 얻고 다복하게 수명장수 하길

 

옛 선조로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나에게로
이어 오는 소박하고 맑은 염원

 

연약한 인간이
하늘 밝히는 장대한 달에게
달집 태워 소원 비는 소박한 정

 

그 정 때문에
모든 국민이 가난해도 청순하고
가정 화목하고 나라가 화평하여 융성했다

 

징과 꽹과리
북과 장고소리
우리 조상의 소리요 우리의 소리이다

 

-박태강 <정월 대보름 달집놀이>

 

 

휘영청 달 밝은 밤
강가에 세워둔 솔잎
바람에 덩실덩실 춤을 추고
징소리 장구소리 꽹과리의
어울림에
거리의 불빛은 강물 위로 내려온다

 

치렁치렁 엮어 놓은 푸른 솔가지에
한 해의 하얀 소망
문어발 되어 허공 끝에 나부낀다

 

활활 타오르는
저 불길로 겨울 내내 쌓인
산 같은 그리움
산 같은 아픔의 서러움
타오르는 불 속에 함께 태워 버리자

 

오늘밤 연기 되고 재가 되어
하늘로 바다로 멀리멀리 사라지게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살라 버리자

 

한 해의 액운을 물리치고
소원을 비는 저 타오르는 솔가지에
이미 꺾어진 꽃으로 살아가는
내 마음도 함께 태워 버리자

 

강물이 웃고
하늘이 웃고
땅이 비웃더라도 그리움에 젖고
아픔에 젖어 꺾어진 지난 세월
춤추는 저 불 길속으로 던져버리자

 

이글이글거리는
저 불길 속으로 산 같은 그리움
산더미 같은 서러움 살라 버리자

 

-자수정 <정월 대보름 달집살이>

 

 

측간도 쓸고 뒤안도 쓸고
외양간도 쳐내고
휘영청 달 밝은 정월 대보름
아버지는 지등을 달았다
달빛이야 저 먼저 밝았어도
달빛이야 저 혼자 밝았어도
불빛마다 고여오는 당신의 사랑
밤마다 혼자 안고 뒹굴다
밤마다 사립 열고 먼길을 가다
아버지는 지등을 달았다
그것이 눈물인 줄을 모르고
그것이 사랑인 줄을 모르고
한밤내 지등에다 기름을 부었다

 

-정군수 <아버지의 지등(紙燈)>


천지인(天地人)
신과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를 계획하고 길흉을 점쳐보는
정월 대보름 달이 만삭의 몸이로다

 

지신(地神)밟기로
못된 잡귀들아, 물러서거라
이명주(耳明酒) 귀밝이술로 귀가 밝아지고
부럼 깨기로 부스럼이 나지 말고
동무들아 내 더위 사가거라

 

가가호호(家家戶戶)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
아홉 번 얻어먹고
무병장수(無病長壽)하니

 

달집 태우며 이루고자 하는 소원
운수대통(運輸大通) 만사형통(萬事亨通)을
정월 대보름 달님께 빌어본다

 

-김영국 <정월 대보름>

 

엮은이 정연복(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정월대보름 설화 - 경주 서출지 

 

신라 21대 소지왕이 서기 488년 정월 보름날 행차에 나설 때다.

까마귀와 쥐가 와서 울더니 쥐가 말했다.

이 까마귀 가는 곳을 살피십시오.”

 

왕은 장수를 시켜 따라가게 했다.

동남산 양피촌 못가에 이르러 장수는 그만 까마귀를 놓쳐버렸다.

이때 갑자기 못 가운데서 풀옷을 입은 한 노인이 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장수께서는 이 글을 왕에게 전하시오.”

노인은 글이 써진 봉투를 건넨 뒤 물속으로 사라졌다.

 

왕이 봉투를 받아보자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적혀 있었다.

이를 본 신하가 말 했다.

두 사람은 평민이고 한 사람은 왕을 가리킴이오니 열어보시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왕은 신하의 조언에 따라 봉투를 뜯었다.

사금갑(射琴匣)’, 거문고갑을 쏘아라라고 적혀 있었다.

 

대궐로 간 왕은 왕비의 침실에 세워둔 거문고갑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거문고갑 속에는 왕실에서 불공을 보살피는 승려가 죽어 있었다.

승려는 왕비와 짜고 소지왕을 해치려 한 것이었다.

왕비는 곧 사형되었으며 왕은 노인이 건네준 봉투 덕분에 죽음을 면하게 되었다.

 

이 연못은 글이 적힌 봉투가 나온 곳이라 해서 서출지라고 부른다.

소지왕 10년은 신라에 불교가 공인되기 40년 전이다.

신라 눌지왕 시대에 묵호자가 불교를 전하러 왔으나 펴지 못했다.

소지왕 시대 아도 스님 역시 불교전파에 실패했다.

법흥왕 15년 이차돈의 순교로 비로소 신라에 불교가 공인된 것이다.

당시 신라 귀족들은 민속신앙 특히 조상을 섬기는 신앙이 강해 쉽게 불교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출지의 전설은 전통적 민속신앙속에 새로운 불교문화가

전래되는 과정에 빚어지는 갈등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경주 서출지(이미지 및 설화 출처 한국관광공사)

 

 

  • 티코햄 2014.02.13 16:21

    대보름만 생각했는데 발렌타인도 있었군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 주는 날 맞지요. 오늘 같이 사는 여자 둘에게 운을 쫌 띄워 봐야 겠습니다..ㅎ

    • 봉리브르 2014.02.13 16:56 신고

      운만 띄우지 마시고 무조건 해내라고 하십시요.
      생일 아니고 이날 아니면 언제 공식적으로 받아보겠습니까? ㅎㅎ.

  • 힐링마초. 2014.02.13 20:44 신고

    대보름이라 ... 한번도 챙겨본적이 없어서 이해를 잘 못하고 있엇는데 좋은글 보고 갑니다.
    이번은 발렌타인데이도 껴있어서 .. 한껏 시끌벅적한 대보름이 되것네요 ㅎ

    • 봉리브르 2014.02.13 21:29 신고

      대부분은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오곡밥도 해주면 먹고, 안 주면 말구요..ㅎㅎ
      호도나 땅콩도 보이면 먹는 정도로 지나가구요.
      그래도 예전엔 다 의미가 있어서 한 일이었구나 하는 것을
      저도 포스팅하면서 새삼 알게 되었답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02.13 21:01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봉리브르님도 소원성취 기원 합니다^^

  • 와코루 2014.02.14 10:36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시와 사진이 참 잘 어울리네요.

  • 2014.02.19 01:27

    휘영청 밝은 달~ 이태백이 놀던 달... 달은 매력, 마력이 있나 봅니다. 수많은 시인들과 음악가들이 달을 노래했었죠. 정월 대보름에도 우리네 조상들은 밝은 달을 보며 그 매력에 푹 빠졌나 봅니다. 밤하늘의 장막을 뚫고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듯한 느낌은 신비롭기도 합니다. 유응교 님의 <정월 대보름 풍경>은 말 그대로 정월대보름의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부럼, 귀밝이 술등 그 날의 풍습을 시로 읊고 있네요. 마지막 연은 묘하네요. "그 때 소원을 제대로 빌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던 걸음을 지금도 계속하는 것이었다"??? 어린 동심의 마음에 소원비는 것도 잊은 채 그저 대보름의 재미난 풍습에 취하여 즐기던 그 아이는 커서도 여전히 동심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하여 아직도 정월 대보름의 추억을 즐기고 있다는 말일까요? 아마 시인은 동심을 지닌 어른인가 봅니다.

    • 봉리브르 2014.02.19 21:59 신고

      하하.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시인이 그래서 위대하다는 것이겠지요.
      동심을 잃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동심만으로 살 수도 없지만, 동심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하면서
      사는 것도 요즘 세상에서는 그야말로 대단한 일 같거든요.

      사랑의 눈을 잃지 않고 동심을 간직한 채 사는 시인들이기에
      이렇게 짧은 글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겠지요..

      달이 차츰 더 좋아집니다..ㅎㅎ.
      편안한 밤 보내세요^^

  • 2014.02.21 18:24

    구자운의 <정월 대보름>에서는 현대 물질 문명에 밀려 사라져 가는 풍습을 건조하게 이야기하고 있군요. '보름날이라 밝기도 하구나' 시인은 아직도 보름날의 밝은 달을 즐기는 듯 한데, 우리의 아이들에겐 의미를 잃어버린 날이 되었군요. 대보름 풍습은 농경사회의 유산인지라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작별을 고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단지 문화 유산으로서 명맥만 유지할 뿐이겠죠. 하지만 보름달이 뜰 때면 하늘을 쳐다보면서 밝은 달을 감상할 여유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 봉리브르 2014.02.22 12:27 신고

      네, 저 싯귀대로 참 많이 변한 모습이네요.
      하긴 달빛만으로 밤길을 다녔던 옛날과 오늘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기계적인 문명 앞에서는
      마음마저 기계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람 마음이 기계적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건데 말이죠..

  • 2014.02.24 13:29

    노태웅의 <정월대보름>, 어릴 때 고향에서 놀던 쥐불놀이, 꺼져가던 불씨에 대한 안타까움에 불고 또 불어보지만... 안기고 싶은 품속, 아름다운 고향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지고 사라져만 갑니다. 달은 그저 덩그러니 환한 빛을 예전과 같이 비추는데...

    • 봉리브르 2014.02.24 21:49 신고

      어린시절, 옛시절, 그러나 결코 돌아갈 수는 없는 데 대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짙게 묻어나오는 것 같네요.
      그래도 이렇게 그리워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뜻인 것 같아
      참 좋네요..^^

  • 2014.02.25 20:50

    정군수의 <아버지의 지등>, 그 옛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절절합니다. 정월대보름 달도 휘영청 밝은데 아버지는 왜 지등을 달았을까요? 그 지등에는 아버지의 사랑과 눈물이 담겨있다고 하는데...그 사연을 우리네는 알 수가 없지만, 어른이 된 아들은 그 때를 되돌아보며, 아버지를 그리워하는군요. 그의 마음는 벌써 사립문을 열고 아버지를 찾아 먼길을 떠납니다. 그 당시 아버지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선 그냥 밤새 기름을 붓던 그 소년은.

    • 봉리브르 2014.02.25 22:52 신고

      왜 우리는 꼭 지나놓고 나서야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이었음을,
      그것이 어머니의 뜨거운 애정이었음을 느끼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인지 참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저 내리사랑이라는 말만으로 표현하기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물 모르고 사는 것 같거든요.
      다른 사람들 사는 모습을 보면서
      좀 배워도 될 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