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상암동 경기장 쪽에서 일찌감치 모여 응원을 하는지
밤공기를 타고 열기 어린 함성이 들려왔었습니다. 불꽃을 쏘아올리는 소리도 대단했구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알제리전에서 패하고 말았네요.
금요일 벨기에전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기를 기원합니다.
새벽부터 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치셨을 게 분명하니
오늘 포스팅은 그저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사진들을 올립니다.
2년 전인가, 초여름에 인사동에서 모임이 있어 나갔다가 조금 일찍 도착해서
남은 시간을 이용해 들렀던 경인미술관에서 만나게 된 닥종이 인형들입니다.
경인미술관은 홈페이지에 있는 것을 올렸습니다.
인사동은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는 외국인들이 더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예전엔 좀 점잖고 고전적인 느낌이 드는 거리였다면
요즘은 좀 알록달록하고 시끄럽고 번잡해진 것 같아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길가는 물론이고 몇 발자국만 골목을 걸어들어가기만 하면
이런 미술관들이 있어서 시간 여유가 넉넉할 때면 아주 풍요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날 경인미술관 내 다른 전시관에서도 여러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 중 닥종이 인형전시회를 하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 작품을 보면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양해를 구한 다음 휴대폰에 담았던 사진들입니다.
전시된 작품의 제목과 작가의 이름을 한꺼번에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한두 개는 표시물이 없네요.
그래서 제 마음대로 제목을 붙여봅니다. 물론 작품 제목만입니다.
작가분의 성함이야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요..(ㅎㅎ)
▶ 모정/편미순
모정이라는 제목답게 이불을 꿰매는 어머니의 손길에서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종이라는 재질에서 전해져 오는 따뜻함도 느껴지구요.
하지만 하루 종일 눈쿠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했던 옛 어머니들의 고단함도 아련히 느껴지네요.
▶ 닭장/정은주
이 작품을 보면서 그때 어릴 때 읽었던 쥘 르나르의 동화 <홍당무>가 생각났었습니다.
지금은 세세한 내용은 잘 생각이 안 나지만, 홍당무만 구박하는 어머니에게 무척이나
화가 났었던 기억만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요즘도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는
같은 자식인데도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을 하는 부모님들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을
곧잘 보거나 듣게 되는데, 왜 그런 것인지 심리학적으로 좀 따져보고 싶은 생각이 문득 듭니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따뜻합니다. 병아리들의 노란색 때문에 더 따스한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 물긷기/작가 이름 모름
에효! 이렇게 어린 소년들에게 물동이를 지게 하고 있네요.
어르신들 이야기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물동이로 물을 져날랐다던 것인데,
그때는 수도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서 공동우물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말로만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이 작품을 통해 보니 어린 소년들이 무척이나 고달팠겟다는 생각이 듭니다.
▶ 봄나들이/편미순
아, 다시 너무나도 따뜻한 작품이 등장합니다. 봄을 맞아 너무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봄나들이를 떠나는 소녀들이네요. 아니면 이미 한아름 꽃을 안고 있는 걸 보니
봄나들이를 다녀오는 길인지도 모르겠겟습니다.
아무튼 소녀들이 입고 있는 치마저고리의 색감이 너무나도 환하고 밝고 따스합니다.
▶ 손에 손 잡고/ 작가 이름 모름
손에 손잡고는 제가 마음대로 붙인 제목입니다. 아마 이 소녀들도 월드컵 축국경기를
응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ㅎㅎ. 역시나 치마저고리 빛깔이 너무나도 곱고 따스해 보입니다.
▶ 추억/편미순
이 작품은 찹쌀떡을 팔러 다니는 소년이지 싶습니다. 우리나라 창작동화에서도
이렇게 찹쌀떡을 팔러 다니는 이야기며 그림들을 보았습니다.
낮에는 공부를 하고 밤이면 얼마간의 돈을 벌기 위해 찹쌀떡을 팔러 다니는 고학생들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얼굴표정이 밝아서 피곤해 보인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 피리부는 소년/작가 이름 모름
이 제목도 제 마음대로 붙였습니다. 당연히 피리를 불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 그러고보니 <피리를 부는 두 소년>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둥글둥글한 머리며 얼굴이며 손이며 발에서 역시 따스한 정감이 느껴집니다.
▶ 사랑의 이름으로 오래오래/김세란
아마 아들이나 딸 중 누군가의 생일인 것 같습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딸과 아들의 얼굴에서 하나 가득 사랑이 느껴집니다.
제목 그대로 사랑의 이름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바래봅니다.
닥종이인형 만들기를 맨 처음 시도한 분은 닥종이 조형작가 김영희님이라고 합니다.
우리 민족의 숨결이 배어 있는 닥종이, 즉 한지를 한 겹 한 겹 뜯어 붙이고
말리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시간과 정성으로 빚어낸 예술작품이지요.
닥종이의 질감과 곱게 물든 색상이 정말 정겹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