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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강하늘 김무열의 기억의 밤 기억과 망각,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강하늘 김무열의 기억의 밤 기억과 망각,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다. 나 자신이 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것을 말한다. 내 위주로만 생각하고, 내 몫만 따질 때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도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서거나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신비의 사자성어다. 국가나 회사, 가정에서 예기지 못한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자신에게 직접 닥친 일이 아니어도 발을 동동 구르는 심정으로 안타까워하는 것도 역지사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남의 불행 앞에서 어이없게도 "무슨 그깟 일로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며 코웃음치는 사람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렇듯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애초에 그런 성향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권력의 구조.. 더보기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 정의와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유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 정의와 균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유 그 동안 영국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통해 머릿속에 그려진 명탐정 에르큘 포아로의 모습은 키가 좀 작은 듯하고 옆으로 살짝 퍼진 오동통한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에서의 에르큘 포아로는 키도 크고 적당히 보기 좋은 몸집의 멋진 신사였다. 이 영화의 감독인 케네스 브래너가 바로 포와로 역을 맡았는데, 특히 양옆으로 잘 다듬어 슬쩍 끝을 올린 콧수염은 한껏 멋을 부릴 대로 부린 모습이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영국 전체를 통틀어 가장 멋진 콧수염’이라고 묘사한 이 콧수염을 만들기 위해 케네스 브래너와 제작진은 무려 9개월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오리엔트특급살인사건 .. 더보기
꾼 현빈과 유지태의 예측불가 팀플레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꾼 현빈과 유지태의 예측불가 팀플레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말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한 전설의 명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그가 뉴욕 메츠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때 신통치 않은 성적을 딛고 마침내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했을 때 한 말로, 어디가 그 끝인지 예측하기가 어려울 만큼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매력적인 사기꾼 현빈과 강렬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검사 유지태가 만나 예측불가의 팀플레이를 펼치는 영화 [꾼](장창원 감독) 또한 비록 사기행각이긴 하지만 가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스토리를 펼쳐나간다. 속고 속이고, 끊임없이 뒤통수를 치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것을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잘 풀어나가서 어찌 보면 전혀.. 더보기
7호실 DVD방 사장 신하균과 알바생 도경수의 웃픈 열혈생존극 7호실 DVD방 사장 신하균과 알바생 도경수의 웃픈 열혈생존극 '웃픈'이라는 단어가 있다. '웃기면서도 슬프다'는 의미를 담은 조어다. 웃기면서도 슬프다니, 웃기면 웃기는 거고 슬프면 슬픈 거지, 왜 웃기면서도 슬플까? 보나마나 생존을 위해서라면 염치고 체면이고 다 내던지는 서글픈 코미디 같은 요즘 세태를 풍자한 것일 테니, 평소 보는 것도 쓰는 것도 그리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 단어 중 하나다. 그런데 DVD방 사장 신하균과 그곳 알바생 도경수를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 [7호실](이용승 감독)을 보고 있노라니, 이 이라는 단어가 이토록이나 절묘하게 어울리는 스토리가 또 있을까 싶다. 장르는 코미디라고 하지만 블랙코미디이고, 블랙코미디라곤 해도 블랙코미디라고만 치부해 버리엔 너무나 씁쓸하고 짠한 삶의 모습이.. 더보기
부라더 마동석 이동휘 형제는 찌질했다 부라더 마동석 이동휘 형제는 찌질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지인 중에 집에서 제사를 13번이나 지내는 분이 있었다. 2대 독자였는데, 당시 대학 때부터 사귀어온 여자에게 결혼하자는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던 분이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차마 한 해 제사 13번에 추석, 설명절까지 합쳐 총 15번이나 제삿상과 차례상을 차리게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제사를 13번이나 지내야 한다면 결혼조건으로는 최악인 셈이었다. 마동석과 이동휘 주연의 영화 [부라더](장유정 감독)를 보는 동안 내내 그 지인 생각이 났다. 식구도 적어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결혼한 누나가 전부였는데, 1년 열두 달 거의 매일 제삿상에 올렸던 음식을 먹어치워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고역이라며 씁쓸한 표정으로 머리를.. 더보기
침묵 아버지 최민식의 선택 - 돈이냐, 진심이냐? 아니면 침묵이냐? 침묵 아버지 최민식의 선택 - 돈이냐, 진심이냐? 아니면 침묵이냐? ■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잖아!"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요즘,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돈으로도 안 되는 일은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일 정도랄까. 아니, 이것도 앞으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무덤에 들어갔다가도 상상도 못할 돈을 준다면, 관을 뚫고서라도 뛰쳐나오고 싶을 만큼 돈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최민식 주연, 정지우 감독의 영화 [침묵]에서 최민식은 바로 그런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임태산 역을 맡고 있다. 재력과 사랑, 세상을 다 가진 그는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고, 사람의 마음도 얼마든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도, 친지도, 동료도 돈이 없으면 결국에는 다 떨어져나간다.. 더보기
희생부활자 모르고 지은 죄, 귀찮아서 지은 죗값까지 치른 김래원 희생부활자 모르고 지은 죄, 귀찮아서 지은 죗값까지 치른 김래원 김래원 김해숙 주연, 곽경택 감독의 [희생부활자]는 박하익 작가의 웹툰 [종료되었습니다]를 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로, 전 세계 89번째이자 국내 첫 희생부활자(RV) 사례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희생부활자, 이른바 Resurrected Victims(RV)란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경우 복수를 하기 위해 살아 돌아오는 사람을 뜻하는데, 작가는 우리 사회가 죄지은 사람에게 온당한 처벌을 주고 있는지,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동시에 가해자에게 그에 걸맞는 벌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생각하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실제로 때로는 큰 죄를 지었음에도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자신이 지은 죄에 비해 지나치게.. 더보기
대장 김창수 조진웅을 통해 본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의 청년시절 대장 김창수 조진웅을 통해 본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의 청년시절 조진웅 주연의 영화 [대장 김창수](이원태 감독)가 개봉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김창수가 누구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백범 김구의 청년시절 이름이어서 놀라는 한편 그분 삶의 여정이 궁금해졌다. 사실 백범 김구에 대해서도 민족의 지도자였다는 지극히 피상적인 정도의 지식만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더 김창수라는 인물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게다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일본인을 살해했다는 사실 또한 처음 알게 되면서 더 흥미가 끌렸다. 그래서 인간이 기후를 조작하고 지구의 대재앙이 시작된다는 스토리의 [지오스톰]과 [대장 김창수] 중 무엇을 먼저 볼까 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역사적 인물을 다룬 영화를 먼저 보는 것이 .. 더보기
남한산성 죽음보다 치욕을 택한 최명길(이병헌)의 주화론 남한산성 죽음보다 치욕을 택한 최명길(이병헌)의 주화론 4년 전 JT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은 사랑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어간 왕의 여인들의 처절한 암투를 다룬 이야기였다. 여기서 왕은 무능하기로 치자면 선조와 1,2등을 다투는 인조였는데, 이 인조 역을 이덕화씨가 맡았었다. 당시 이 드라마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인조가 남한산성 삼전도에서 청태종을 향해 삼배구고두례라는 의식을 행하는 치욕적인 장면이었는데, 삼배구고두례란 앞으로 나아가면서 한 번 절할 때마다 머리를 세 번 땅에 조아리는 것을 세 번 하는 의식을 말한다. 그러니까 총 아홉 번을 땅에 머리를 찧게 되는 것이다. 왕의 옷이 아닌 하급관리의 의복색인 남색 옷을 입고 절을 하면서 청태종에게로 한 걸음.. 더보기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와 이제훈 열연의 휴먼감동스 토리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와 이제훈 열연의 휴먼감동 스토리 하도 영화나 드라마 혹은 현실에서 막장스토리가 판을 치는 세상이어서 그런지 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끝날 때까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놈들의 위안부로 끌려가 성노예로 살면서 그 치욕과 고통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했던, 그러나 죽고 싶어도 죽을 운조차 타고나지 못했던 나옥분 할머니(나문희)의 지울 길 없는 상처를 되짚어봐야만 하는 것으로도 마음이 저려오는데, 행여 옥분 할머니가 그 동안 꽁꽁 숨겨온 과거의 비밀을 알게 된 주변사람들이 그 뼈아픈 상처에 소금이라도 뿌린다면 그 고통과 분노를 어찌 감당할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이 지극히 상식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