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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믿음이 클수록 배신의 상처도 크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믿음이 클수록 배신의 상처도 크다 지난 화요일 17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 이보영, 이상윤 주연의 드라마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法匪)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스토리였다. 란 '법을 악용한 권력의 무리'라는 뜻으로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이보영이 출연해서 믿고 보기 시작했는데, 안타깝게도, 아니, 화가 치밀어오를 만큼 1회부터 16회까지 시종일관 경찰과 검찰, 법원, 법률회사 등 이 법비들이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는 장면의 나열이었다. 일단 부부가 언제라도 배신할 태세가 되어 있다. 아니, 백 퍼센트 배신할 것을 알고도 결혼한다. 그리고 몇 년을 함께 연인으로 지내.. 더보기
보안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될 뻔한 오지라퍼 형사 이성민 보안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될 뻔한 오지라퍼 형사 이성민 보안관이 그렇게나 멋져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 그것도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따금 보게 되는 보안관이었지만, 미국 개척시대 영웅의 상징인 카우보이풍 모자에 보안관 뱃지를 턱 달고, 허리춤에는 권총이 든 권총집을 느슨하게 차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근사해 보여 어린 마음에 나중에 크면 저런 멋진 보안관이 되겠다는 꿈도 잠시 꿔봤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김형주 감독의 영화 [보안관]은 그 제목만으로도 흥미가 끌렸고, 게다가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인 이성민이 일명 '오지라퍼' 보안관으로 출연한다고 하니 안 보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물론 기억 속 보안관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이는 느낌으로 스.. 더보기
임금님의 사건수첩 예종 이선균 쫄보왕이 아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임금님의 사건수첩 예종 이선균 쫄보왕이 아니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어제가 부처님오신날이었다. 부처님오신날이면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평생 불교를 믿으셨던 외할머니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전국의 절이란 절에는 다 가보셨던 외할머니 때문에 어머니도 천주교를 믿기 전까지는 절에 다녔고, 그 때문에 나도 어렸을 때는 어머니를 따라 종종 절에 가곤 했다. 어린시절 제주도에 살았을 때도 딸집에 다니러 오신 외할머니는 절부터 찾아나섰었다. 이처럼 불교에 심취했던 외할머니는 옛날이야기삼아 부처님 관련 이야기를 곧잘 들려주었는데, 그 중에는 최근 사태에 빗댈 만한 이야기도 있었다. 아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다시 한 번 그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어느 날 부처님이 제자를 데리고 길을 나섰는데 저 앞 길 가장자리에서 용변을 보는 나.. 더보기
특별시민 변종구(최민식) 시장의 아귀를 닮은 정치쇼 특별시민 변종구(최민식) 시장의 아귀를 닮은 정치쇼 아귀는 불교에서 생전에 탐욕이나 질투가 많아 육도(六道) 중 하나인 아귀도(餓鬼道)에 이르게 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일컫는 말이다. 배가 산처럼 크고 목구멍은 바늘처럼 좁아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으니, 늘 배고픔의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 사전적인 뜻으로는 염치없이 먹을것을 탐하는 사람이나 몹시 탐욕스러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귀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 아귀도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아마 머리는 납작하고 몸통과 더불어 매우 넓으며 꼬리부분은 뒤로 갈수록 좁아지면서 짧은 것이 배가 불룩한 아귀를 닮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박인제 감독, 최민식/곽도원 주연의 영화 [특별시민]의 엔딩에서 상치를 두세 장 겹치고 고기도 두세 점 올린 큰 .. 더보기
프리즌 또 하나의 세상을 지배하는 한석규와 맞짱뜬 김래원 프리즌 또 하나의 세상을 지배하는 한석규와 맞짱뜬 김래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많은 사람들, 특히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과 어울려 사는 데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 행복을 느낀다. 요즘은 혼밥, 혼술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어쩔 수 없는 삶의 방편일 뿐, 평생 혼자만의 고독한 삶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즉 주변사람들과 자유롭게 살던 삶에서 격리시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벌이 되기 때문이다. 감옥에서조차 더 큰 응징은 독방으로 보내는 것이니, 여느사람들에게 있어 감옥은 지옥이나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 형무소라는 섬찟한 단어 대신 요즘은 교도소라는 순화된 말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감옥에 가는 것도 싫고, 감옥에 갔다 온 사람도 꺼리고, 아무.. 더보기
23아이덴티티 제임스 맥어보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23아이덴티티 제임스 맥어보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영화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는 매일 일어나면 남자, 여자, 아이, 노인, 심지어 외국인으로까지 모습이 변하는 우진이라는 남자가 나온다. 우연한 기회에 우진을 사랑하게 된 이수(한효주)는 그의 남다른 비밀을 알게 되면서 혼란과 고뇌에 빠진다. 한효주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관객들은 엄연히 동일인물이지만, 외모가 바뀌면 도저히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상대의 내면보다는 외모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외모가 아닌 내면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텐데, 사실 쉽지는 않은 일이다. 외모지상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기까지 외모.. 더보기
재심 강하늘과 정우가 보여준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재심 강하늘과 정우가 보여준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재심 강하늘과 정우가 보여준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다!" 얼마 전 수년째 기술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오고 있던 공시생이 도서관에서 3만원 가량의 공무원 시험 대비용 문제집을 몰래 들고 나왔다고 한다. 시험준비를 위해 꼭 필요한 문제집인데, 3만원이 없어서 책을 못 사고 훔친 것이었다. 대학 졸업 후 잠시 중소기업에 다녔지만 회사생활이 여의치 않아 퇴사하고 주말 오전에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던 그에게는 3만원도 큰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훔치고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피해자가 도서관 앞에 '잃어어버린 책을 찾아달라'는 벽보를 붙인 것을 보고는 책을 돌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책주인 이름의 영문.. 더보기
컨택트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다면 불행을 피해갈 수 있을까? 컨택트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다면 불행을 피해갈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났는데도 금세 일어날 수가 없어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구 헝클어진 실타래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혹은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에도 내내 계속되었다. 이상한 것은, 그 복잡미묘한 느낌이 그닥 나쁘지는 않아서, 굳이 빨리 빠져나오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천히 흐르는 물살에 편안하게 몸을 맡기듯,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았던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어서 파악하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생각이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그러자 얼마 후 마치 짙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듯 사라지면서 선명한 실체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여주인공 루이스(에이미 아담스)가 이.. 더보기
공조 유해진 현빈이 맛깔스럽게 빚어낸 진정한 공조 공조 유해진 현빈이 맛깔스럽게 빚어낸 진정한 공조 현빈, 유해진, 김주혁 주연의 [공조](김성훈 감독)는 일단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조인성과 정우성의 [더 킹]과 개봉일이 같아서 뭘 먼저 볼까 망설이다가 아무래도 요즘 세태에 더 어울리는 [더 킹]이 더 흥미로울 것 같은데다 예매율도 1위여서 먼저 예매를 했다. 솔직히 [공조]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예매를 하면서도 어떤 스토리인지도 굳이 알아보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영화가 시작되고 잠시 동안은 "웬 난데없는 북한형사? 식상하네.." 하고 좀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더 킹]에는 미안하지만, [더 킹]을 먼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만일 [공조]를 보고 [더 킹]을 봤다면 [더 킹]이 더 따분하게 느껴졌을 것 같기 때문이.. 더보기
더 킹 권력 해바라기 조인성이 쓴 부패검찰 보고서 더 킹 권력 해바라기 조인성이 쓴 부패검찰 보고서 대한민국 부패검찰의 뒷세계를 낱낱이 까발린 영화 [더 킹]에서 그 보고자 박태수 역을 맡은 조인성은 "나의 아버지는 동네 양아치였다"고 고백한다. 어릴 때부터 보아온 아버지는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며 남의 것을 빼앗거나 훔치는 잡범이 할 법한 짓은 하나도 빼놓지 않는 양아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대로만 산다면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태수 역시 아버지와 하등 다를 게 없는 양아치의 삶을 살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검사가 태수가 사는 동네에까지 와서 태수 아버지에게 마구 발길질을 하고 또 태수 아버지는 태수 아버지대로 검사의 발길질을 고스란히 받으면서도 두 손이 발이 되도록 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아버지를 한방에 제압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