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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살인자의 기억법 가정폭력이 만들어낸 살인마 설경구 김남길 살인자의 기억법 가정폭력이 만들어낸 살인마 설경구 김남길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설경구, 김남길, 두 살인자, 아니, 두 살인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착잡한 심정으로 보고 있는 동안에 문득 떠오른 시귀절이다. 누구의 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정호승 시인의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시귀절이었다. 아무리 죽어라 열심히 살아도 누구 하나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지 않는 서글프고 비참한 삶을 살아온 사람의 넋두리였다. 정호승 시인 또한 인생이 나를 사랑하지 않기에 이렇듯 고통의 도가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어느 날 쓴 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인생에 대한 강한 분노도 뼈아프게 느껴진다.. 더보기
루시드 드림 납치된 아들을 찾아나선 고수의 자각몽 루시드 드림 납치된 아들을 찾아나선 고수의 자각몽 지난 2월에 개봉했던 고수 주연의 영화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은 아내와 사별한 뒤 혼자 아들을 키우던 대기업 비리고발 전문기자 대호(고수)가 납치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을 이용해 범인의 단서를 추적해 나가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던 고수는 우연히 ‘루시드 드림’을 이용한 수사에 대해 알게 되고, ‘루시드 드림’을 통해 꿈속으로 들어가 아들이 사라졌던 그 날의 기억을 돌이킨다. Lucid Dream, 즉 자각몽이란 꿈을 꾸는 중에 꿈이라는 사실을 깨닫거나, 처음부터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거나 혹은 애초에 꿈을 꾸는 사람이 꿈을 컨트롤하는 것을 말한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더보기
덩케르크 그냥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덩케르크 그냥 살아서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중딩 시절 팝송을 즐겨 듣던 시기가 있었다. 현대 팝송은 물론 올드팝송까지 꽤나 열심히 챙겨들었었는데, 특히 올드팝송은 하나같이 곡이 좋아서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충분하다 싶었다. 게다가 낭만이 깃든 가사들은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더욱 마음에 와닿는 듯했다. 지난해 작가도 아닌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움에 빠뜨렸는데, 반전(反戰), 평화, 자유, 저항정신이 깃든 노래가사가 문학성이 뛰어나 그를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 것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노래가사가 더없이 감동적인 올드팝송 중에는 ‘타이어 옐로 리본 라운드 더 올 오크 트리’(tie a .. 더보기
택시운전사 송강호를 통해 본 '때린 놈이 발 뻗고 사는 세상' 택시운전사 송강호를 통해 본 '때린 놈이 발 뻗고 사는 세상' 지난해 여름 [채식주의자]로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작가 한강의 작품 중에는 [소년이 온다]라는 장편소설도 있는데, 사실은 이 책이 더 좋다는 말을 듣고 그때 함께 읽었었다. 덕분에 (이런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뜻하지 않은 피서를 하게 됐는데, 어떻게도 자제하기 어려울 것 같은 감정을 최대한 억누른 채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담하게 써나간 책을 읽고 있는 동안 마치 납량특집이라도 보는 것처럼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소설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중학교 3학년생이었던 소년과 그 주변사람들의 고통을 통해 5.18의 진실을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폭동을 일으킨 .. 더보기
군함도 <그리고 이경영>과 윤학철..제발 더 이상 그 허상에 속지 말자 군함도 과 윤학철..제발 더 이상 그 허상에 속지 말자 개봉일만을 기다리고 있던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였기에 오프닝 크레딧부터 긴장된 마음으로 하나하나 가슴에 새기듯 읽어나갔다. 출연배우들 중에서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의 이름이 죽 나오고, 마지막으로 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요즘 많은 영화에 출연해 갖가지 배역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경영이기에 '아, 이 영화에도 출연했구나' 생각하면서도, '그런데 왜 그냥 이경영이라고 하면 되지 이라고 했지?' 하고 잠깐 의문이 들었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에 그 의문이 풀렸다. 과연 이라는 식으로 소개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팩트를 바탕으로 창작이 가미된 이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인 독립운동의 핵심인물 윤학철이라는 중요.. 더보기
옥자 그 많은 돼지들이 처절하게 죽어가는데 옥자만 구해내면 되나? 옥자 그 많은 돼지들이 처절하게 죽어가는데 옥자만 구해내면 되나? 갖가지 화제몰이를 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보고 있노라니 지난해 여름 요즘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토요일, 외부에 볼일이 있었음에도 거실에 누워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몰입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큰 주목을 받았었는데, 노벨문학상, 공쿠르문학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손꼽히는 터여서 다들 들뜬 분위기였다. 책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사료는 적게 먹고, 배설물은 적게 만들어내고, 고기는 더욱 맛난, 즉 효율성이 뛰어난 슈퍼돼지 생산 프로젝트의 희생양이 된 옥자를 둘러싼 스토리가 펼쳐지는 영화 [옥자]를 보고 후기를 쓰려다 보니 1년 .. 더보기
박열 아나키스트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불의에 대처하는 자세 박열 아나키스트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불의에 대처하는 자세 이제훈, 최희서 주연의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을 보기 전에는 조선인 독립운동가 박열(이제훈)과 함께하기 위해 자신의 조국인 일본을 저버린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의 선택에 대해 좀 의구심이 있었다. 남녀간의 사랑이 아무리 깊고 뜨거운들 그 시대의 일본인들과 조선인들이라면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하늘을 찔렀을 법한데, 어떻게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또 남녀를 떠난 보편적인 인간애라고 하기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당시 주변상황이 자기 한 목숨 부지하고 살기에도 버거울 만큼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현실적으로 누군가를 너그럽게 봐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영화를 .. 더보기
하루 김명민과 변요한이 보여준 악업의 나비효과와 용서의 힘 하루 김명민과 변요한이 보여준 악업의 나비효과와 용서의 힘 영화 [사랑의 블랙홀]은 기상캐스터 필 코너스(빌 머레이)가 매해 펑츄토니에서 열리는 성촉절(聖燭節) 취재를 하러 갔다가 겪게 된 묘한 경험을 통해 매일 새로이 맞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날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예상치 못했던 폭설이 내려 발이 묶인 그는 별수없이 하룻밤을 더 묵게 되는데,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어이없게도 어제와 똑같은 성촉절의 하루를 맞는다. 이 이상한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다음날도 또 그다음날도 똑같이 반복되는데, 이제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이미 알고 있는 그는 유유자적하게 여자를 만나 유혹하기도 하고 금고 수송차량을 털어 멋진 차를 사기도 하며 나름 즐거움을 .. 더보기
대립군 대립왕 광해(여진구)와 대립군(이정재)의 동병상련 대립군 대립왕 광해(여진구)와 대립군(이정재)의 동병상련 이정재, 여진구 주연의 [대립군](代立軍)은 '대립'(代立)이라는 낯선 낱말의 의미를 영화를 보면서 깨달아가게 해주는 시대극이다. '대립'(代立)이란 '대신 세운다'는 뜻이고, '대립군'(代立軍)이란 대신 군역을 서는 병사를 말한다. 영화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백성들을 두고 도망간 아버지 선조 대신 세자로 책봉돼 분조(分朝)를 이끌었던 광해, 그리고 생계를 위해 군역을 대신 치르던 병사를 가리킨다. 대신 군역을 치른이나 아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비겁한 찌질이 아버지 선조 대신 왕위에 앉게 된 대립왕 광해, 즉 은 전쟁의 한복판에서 왜군을 피해 달아나는 동안에 함께 시련을 겪으면서 누군가를 대신한다는 억울함의 굴레를 벗고 홀로서기를 한다. 대립군(代立軍.. 더보기
한 그루의 믿음직스러운 나무 같았던 대통령 [노무현입니다] 한 그루의 믿음직스러운 나무 같았던 대통령 [노무현입니다] 독일의 역사학자 헤겔은 "하인에게 영웅은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아무리 걸출한 영웅도 지근거리에서 모시는 하인 앞에서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남들 눈에는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한 사람으로 존경받는 사람이라 해도 주인의 장단점이며 습관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하인에게는 그리 대단한 존재로 보이지 않기 십상이다. 대외적으로 명망 높은 남편이라 해도 아내 앞에서 쩔쩔매는 공처가 내지 경처가(?)가 되는 것 또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즉 하인이나 아내, 혹은 아주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성을 지닌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여겨도 전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