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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레버넌트 불사신 디카프리오 지옥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하리라!

 

레버넌트 불사신 디카프리오 지옥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하리라!

 

 

이 거칠고 야성미가 넘치다 못해 섬뜩해 보이기까지 한 얼굴의 주인공이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에서 보았던 저 해맑은 미소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지만, 이젠 과거의 디카프리오는 깨끗이 잊어줘야 할 것 같다. 게다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제목에서 뿜어나오는 포스 또한 예사롭지 않아 영화를 보러 가면서 낙락한 즐거움은 아예 접었는데, 역시나 <죽음에서 돌아온 자>답게 지옥끝도 마다 않을 기세로 복수의 일념을 불태우는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지옥의 불사신을 방불케 했다.

 

레버넌트 불사신 디카프리오 지옥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하리라!

 

누설의 염려가 있으니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스토리를 소개하면, 2016년 골든 글로브 3관왕(남우주연상과 감독상, 작품상)에 빛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는 서부 개척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한 실화다. 1823년, 필라델피아 출신의 모험가이자 개척자였던 휴 글래스는 모피 사냥꾼으로 일하고 있던 중 당시 미서부 자연에서 가장 두려운 대상이었던 회색 곰을 만난다. 목과 머리, 등, 어깨, 허벅지까지 찢긴 그는 가까스로 동료들을 찾아가지만, 동료들은 들것에 실은 그를 데려가기가 어려워지자 존 피츠제럴드와 짐 브리저(윌 폴터) 두 동료에세 죽기 전까지 그를 잘 돌봐주다가 무덤까지 만들어준 다음 돌아오라는 특별 임무를 남기고 떠난다.

 

하지만 인디언들과 마주치자 두 사람은 달아나버리고, 휴 글래스는 그들의 배신에 격분하여 복수하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상상을 초월하는 상처의 고통과 추위, 배고픔과 싸워가며 4천 킬로미터가 넘는 기나긴 여정을 뚫고 돌아온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여러 신문사를 통해 전국으로 퍼졌고, 그의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다. 휴 글래스가 당시 상황에 대해 직접 남긴 것은 사냥 중 목숨을 잃은 동료의 부모에게 보낸 편지 한 통뿐이지만, 영화는 이러한 휴 글래스의 전설 같은 실화를 모티브로 삼아 만들었다,.

 

 

19세기 말의 모피산업은 금광과 석유산업이 개발되기 전 미국의 서부산업 발달의 밑거름이었다. 원주민이 유럽인의 금속도구와 모피를 교환하면서 시작된 이 산업은 유럽에서의 넘치는 수요로 급격히 발달했고,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로키산맥을 비롯해 서부의 무역경로를 개척하는 것에 크게 일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업발달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피무역 역시 어두운 이면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냥꾼들이 집중적으로 사냥한 종은 빠르게 멸종위기에 처하고 그 과정에서 사냥꾼들과 원주민의 반목의 골은 더욱 깊어져 갔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원주민 아리카라족이다. 이들은 미주리 강 근처의 비옥한 땅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원주민으로, 모피사냥꾼과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지속적인 공격으로 적대적 관계가 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에게 평화적으로 다가오는 외부인들과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으며, 이 과정에서 혼혈아가 탄생했다. 이냐리투 감독은 이러한 영화의 역사적 배경들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와이오밍 마운틴 맨 박물관과 네브래스카의 모피무역 박물관을 연계해 활동하는 역사학자 클레이 랜드리를 섭외해 자문을 구했고,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 등 배우들에게 모피사냥꾼들의 활 쏘는 방법, 비버가죽 벗기는 법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이 영화를 촬영하기 전 이냐리투 감독과 루베즈키 촬영감독은 3가지 중요한 원칙을 세웠는데, 영화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할 것, 인공조명은 사용하지 않을 것, [버드맨]처럼 하나로 매끄럽게 연결된 롱샷에 도전할 것 등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바로 빛이었다고 한다.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시대였으니 원칙에 맞춰 햇빛과 불빛으로만 촬영하기로 했는데 이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촬영이 로케이션이었기에 매일 날씨와 일조량을 체크해야 했는데 주요 촬영지였던 캐나다 캘거리는 겨울에 해가 매우 짧아서 시간적인 제한과 압박이 컸다. 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서는 완벽한 계획과 사전리허설은 필수였고, 적당한 시기에 원하는 조도와 색감을 얻을 수 있는 로케이션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했다고 한다. 또 영화 속 CG로 작업된 곰의 습격 장면은 첨단 특수효과기술이 더해져 리얼리즘을 강화했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무척 괴로웠다. 런닝타임이 156분이나 되니, 결코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상영시간 때문만은 아니었다. 또 어지간한 범죄스릴러보다 더 끔찍하고 잔혹한 장면들로 인해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지고 머릿속에 하얘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끊임없이 이어진 휴 글래스의 거친 숨소리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글래스의 복수의 대상이 된 피츠제럴드가 쉴새없이 투덜투덜 늘어놓는 불평 때문이었다.

 

여느사람이라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고비고비를 휴 글래스는 마치 지옥의 불사신이라도 된 것처럼 잘도 넘기는데, 그 질기딘 질긴 생명력을 거칠게 내뿜는 숨소리로 증명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온 영화관을 가득 메우는 거친 호흡을 계속 듣고 있다 보니 나중엔 그것이 휴 글래스의 숨소리인지 아니면 내 숨소리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느낌마저 들었다. 어쩌면 같이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거기다가 개구쟁이 스머프에 나오는 투덜이마냥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기회만 있으면 쉬지 않고 투덜대는 피츠제럴드의 불평은 나중엔 거의 고문에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평소에도 대안도 없이 불만불평을 늘어놓는 그런 타입을 가장 싫어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옆에 있으면 그 입을 틀어막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사람이란 얼마나 놀라울 만큼 적응력 강한 동물인지, 영화가 끝나갈 때무렵쯤엔 대체 다음엔 그의 입에서 어떤 불평이 나올지 궁금해졌고, 그가 입을 다물고 있으면 이상하기까지 했다.  

 

아무튼 거친 숨소리와 끊임없는 불평을 고문의 도구로 이용해도 좋겠다고 여겨질 만큼 신경을 긁어대 영화를 보는 내내 무척 괴로웠는데, 어쩌면 그것이 영화가 바라는 바일지도 몰랐다. 인생은 휴 글래스 같은 <질긴 놈>, 그리고 피츠 제럴드 같은 <나쁜 놈>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고해의 연속이라는 것, 휴 글래스에게서는 어떤 상황에서든 목숨을 이어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책임이자 의무인지(혹은 소중한 권리인지), 그리고 피츠 제럴드에게서는 그런 인간을 견디는 것이 곧 수행의 길임을 넌지시 말해 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끌어나가는 2시간 30여 분은 오직 숨이 끊어지지 않게 하는 데 바치는 시간이었고, 그렇게 살아남아서 아들의 복수를 하기 위한 피눈물나는 투쟁이었다. 그 때문인지 처음엔 <저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나> 싶었지만, 그 생각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래, 저렇게까지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해>라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그 마음은 곧이어 <인간이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질긴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경외심으로 바뀌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삶이란 그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숭고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그 순간 앞으로는 어지간한 어려움으로는 엄살을 부리지도, 응석을 피울 수도 없겠다는 생각도 머릿속 한구석에 슬몃 끼어들었다. 

 

좋은 영화든 마음에 별로 들지 않은 영화든 그 영화만이 주는 메시지에 주목해서 영화를 보는 편이어서 어떤 영화를든 보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반대로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데, [레버넌트]는 이 영화를 만드느라고 수고한 사람들의 노고가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져 말 그대로 돈이 아깝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디카프리오가 말 그대로 개고생을 하고 있는 상황치고는 몸이 좀더 여위었거나 아니면 근육질의 몸으로 나왔더라면 좋았을 뻔했다는 것이었다. 온몸이 부서지고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극한상황인데도 살집이 두둑한 것이 영 어울리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ㅎㅎ)

 

 

하지만 자기 아들을 죽여 훼손해서 몇 년씩 냉동실에 보관해 둔 채 살아온 엽기아버지도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 아들을 죽인 동료에게 복수하기 위해 죽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도 없는 아버지라면 그 어떤 일도 용서가 가능하리라. 삶이 무료하거나 고달파서 우울한 사람, 혹은 행여 이 힘겨운 삶을 스스로 끝내버리고 싶을 만큼 심정적으로  좌절에 빠진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디카프리오가 온몸과 온마음을 바쳐 처절하게 보여주는 질긴 생명력에 저도 모르게 동화되어 삶에의 의지를 되찾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마지막으로 휴 글래스가 죽음의 고비에 이를 때마다 스스로 용기와 기운을 북돋우며 자신에게 들려주곤 하던 말을 덧붙여본다.  

 

폭풍이 오면, 나무 앞에 서 있으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이지. 하지만 땅속에 뿌리를 단단히 내린 나무는 절대 무너지지 않아. 내 아들아, 빨리 끝나길 바란다는것을 안단다. 이 아빠가 곁에 있잖니, 아빠가 널 끝까지 지켜줄 거란다. 절대 포기하지 말거라 숨이 붙어 있는 한 끝까지 싸워야 해.

 
이상, 레버넌트 불사신 디카프리오 지옥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하리라!였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