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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응답하라 1988 도롱뇽 이동휘의 가출 배부른 투정일까?

 

응답하라 1988 도롱뇽 이동휘의 가출 배부른 투정일까?

 

 

아무리 돈이면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지만 우리 삶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우리 영혼은 물질적 풍요만이 아닌 정신적 풍요도 필요로 하는데, 이 중 정신적 풍요는 돈만으로는 결코 채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방송인이자 칼럼니스트 마이클 바이어스덴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로 예의, 도덕, 존중, 신뢰, 인내, 지위, 진실성, 사랑, 기질, 상식 등 10가지를 꼽았고,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돈 이외의 것들에 대한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1988]에는 바로 이처럼 돈으로는 마음의 허기를 메울 수 없다는 일깨움을 주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생일을 맞은 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볼 생각도 않고 무조건 돈만 넉넉히 주면 부모 역할을 다했다고 믿는 엄마와 그런 엄마 때문에 텅 빈 마음을 부여안고 가출을 감행한 응답하라 1988 도롱뇽 이동휘의 가출 배부른 투정일까?입니다. 마음의 허기도 신체의 허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기에 동룡의 가출을 그저 배부른 투정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응답하라 1988 도롱뇽 이동휘의 가출 배부른 투정일까?

 

도롱뇽 이동휘가 가출을 했다. 동룡이라는 이름도 도롱뇽을 연상케 하지만 얼굴모습 또한 진짜 도롱뇽과 묘하게 닮아보이는 동룡은 [응답하라 1988]에서 아들만 다섯인 아들부잣집 막내 역을 맡고 있는데, 춤솜씨가 남달리 뛰어나 일명 쌍문동 박남정으로 불릴 정도다. 학생의 주업인 공부보다 노는 것을 더 밝히는 그는 늘 대책없을 만큼 유쾌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가출을 감행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남들이 생각하기엔 좀 어이가 없다. 엄마가 자신의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딩도 아니고, 대체 그깟 미역국이 뭐라고 가출까지 하게 된 건지 언뜻 납득이 안 가지만, 알고 보니 동룡에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맞벌이 부모님을 둔 탓에 엄마가 해준 밥을 언제 먹어봤는지 모르는 동룡이다. 가족들보다 고객들을 더 챙겨온 엄마 때문에 늘 밖에서 형들과 함께 밥을 사먹거나 아니면 친구집에 가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생일날만은 잊지 않고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이 동룡에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1년에 한 번뿐인 그 생일 미역국마저도 엄마가 대한생명 보험왕에 오른 후로는 못 먹어본 지가 7년째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엄마가 이번 생일엔 미역국을 끓여주겠다고 해서 동룡은 잔뜩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고, 생일날 아침 기대에 부푼 모습으로 방에서 나온 동룡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마가 쓴 쪽지와 만원짜리 지폐 세 장이다. 쪽지에는 엄마가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니 놔두고 간 돈으로 친구들과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씌어 있다. 마지막에 씌어 있는 "사랑해!"라는 말이 참으로 공허하게 느껴진다.

 

 

1988년에는 라면이 100원이었으니 엄마가 식탁에 두고 간 3만원이면 라면 300개 값이다. 요즘 라면값이 700원 안팎이니 단순계산으로 하면 약 20만원 남짓한 돈이다. 그 돈이면 친구들에게 푸짐한 생일턱을 낼 수 있으니 좀 좋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몽룡이 바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생일날 단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아들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는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다. 결국 급실망한 동룡은 "내가 없어져 봐야 엄마가 아들 소중한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 같은 생각으로 가출을 감행한다. 덩치는 커졌지만, 마음속엔 아직 충족되지 못한 욕구로 인해 더 이상 자라지 못한 아이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 여기저기 떠돌던 동룡은 돈이 떨어지자 친구 정환(류준열)에게 자신이 가출을 했으며 지금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 깜짝 놀란 친구들은 고맙게도 곧 동룡이 있는 곳으로 달려와 그를 붙잡아 질질 끌고 가서는 강제로 차에 태운다. 다행히 친구복은 많은 동룡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동룡은 자신이 가출한 이유를 친구들에게 털어놓는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미역국 때문에 가출했다는 말에 친구들은 좀 머쓱해하고, 동룡을 태워가기 위해 차를 운전해 온 덕선(혜리)의 언니 보라(류혜영)는 "니가 지금 엄마 아빠가 필요한 나이냐? 어디서 투정이야 투정이!" 하며 나무란다. 이어서 보라는 동룡의 메이커 운동화, 파카, 청바지 등을 지적하면서 "니 나이 때는 부모가 자상한 게 좋은 게 아니라 돈 많은 게 좋은 거야 "라며 위로 같지 않은 위로의 말을 덧붙인다. 그런 말이 위로가 될 수 없는 것은, 예를 들어 시원한 물 한잔이 필요한 사람에게 초호화 크림케익을 준다고 해서 갈증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보상이 충분하면 바쁜 엄마한테서 그깟 미역국쯤 못 얻어먹어도 상관 없지 않느냐며 동룡의 행동을 배부른 투정으로 치부하는 보라이지만, 그건 매일 알뜰히 아침저녁상을 차려주는 엄마를 둔 덕선이나 보라로서는 절대로 짐작할 수 없는 몽룡의 서글픈 삶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부모의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 그것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살펴 제공하는 것 아닐까? 즉 관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사랑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 그것을 건네주는 것이어야 한다.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미역국을 주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미역국을 바라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것도 진정한 사랑이랄 수는 없다.            

 

 

설왕설래하는 사이에 동룡을 태운 는 이윽고 집에 도착하고, 친구들은 부모님이 밤새 집나간 아들을 걱정하느라 한숨도 못 주무셨을 거라며 어서 들어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몽룡은 행여 부모님에게 맞기라도 할까봐 집에 들어가기가 무서워 잔뜩 얼어 있다. 

 

 

그러나 호되게 야단을 치면 달게 받으리라고 단단히 각오하고 들어선 동룡을 업무적인 일로 통화를 하느라 바쁜 엄마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아니, 심지어는 어제 가출했었다는 것도 모르고 그저 "일찍 일찍 좀 다니라"는 영혼 없는 멘트를 날릴 뿐이다.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지레 용서를 받으려고 만반의 포즈를 취한 것이 머쓱할 뿐이다. (블친님 뽀시기님 표현대로라면 걱정은 개뿔!이다.ㅎㅎ)

 

 

아버지(유재명)는 혹시나 다를까 싶었지만, 역시나였다. 아들이 친구집에서 자고 온 줄 알고 "친구집이 그렇게 좋으면 아예 거기서 눌러 살아라!" 하고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었을 뿐이다. 차라리 "어디서 가출을 해! 배부른 투정이야 뭐야?" 하고 제대로 한 대 얻어맞은 것만도 못한 동룡의 가출작전의 씁쓸한 엔딩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어도 가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시계는 살 수 있어도 시간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잠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책은 살 수 있어도 지식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의사는 살 수 있어도 건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직위는 살 수 있어도  존경은 살 수 없다. 

돈으로 피는 살 수 있어도 생명은 살 수 없다. 
돈으로 관계는 살 수 있어도 사랑은 살 수 없다. 

 

이상, 응답하라 1988 도롱뇽 이동휘의 가출 배부른 투정일까?였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