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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빌린 패러독스..최상위 지배층이 빠지기 쉬운 4가지 신드롬

 

애빌린 패러독스..최상위 지배층이 빠지기 쉬운 4가지 신드롬

 

 

애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애빌린의 역설이라고도 부르는 애빌린 패러독스의 사전적 정의는 "한 집단 내 모든 구성원이 저마다 원치 않는 결정임에도 자기 의사와 다른 결정을 내리는 데 동의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직장에서든 가정에서든 어떤 일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 자신은 별로 원치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 같아 말없이 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은 마음으로 그 결정에 동의한 것이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상사가 회식장소로 고깃집이 어떠냐고 말하자 지난번에도 고깃집에 갔으니 오늘은 횟집에 갔으면 싶은데도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다들 고깃집을 원하는 것 같아 아무 말 않고 따라나섭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두 내키지 않는데도 다수의 의견에 따랐던 것임을 알게 된 경우이지요. 

 

아마 우리 주변에는 이와 유사한 일들이 비일비재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본디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이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고, 혹은 자기 의견을 분명히 밝히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누군가(주로 상사나 윗사람 등)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까봐  몸을 사리는 탓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암묵적 동의가 계속되면 본의 아니게 예스맨이 될 수도 있으며, 특히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를 노리고 다수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고약한 리더들이 있음을 안다면 자신의 의견이 소수에 속한다 하더라도 저마다 명확하게 밝히는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 경제학자 오헨 마이와 다니엘 레티히가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에서 들려주는 애빌린 패러독스최상위 지배층이 빠지기 쉬운 4가지 신드롬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애빌린 패러독스..최상위 지배층이 빠지기 쉬운 4가지 신드롬

 

 애빌린 패러독스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만 다르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만이 반대자라고 생각한다. 아무 말 하지 않으면 반대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다원적 무지` 또는 `애빌린 패러독스'라고 한다. 개인이 조직 속에서 다수의 의사에 반하는 입장을 취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이 때문이며, 보수적이고 관료화된 조직일수록 `No!`라고 말할 줄 모르는 예스맨들이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지워싱턴대 제리 하비(Jerry Harvey) 교수는 모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대세에 묻어가는 현상, 즉 누구도 동의하지 않은 합의를 일컫는 애빌린 패러독스는 조직을 파열시킨다고 말하며 한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하비 교수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아내와 처가를 방문했는데, 장인이 “우리 애빌린에 가서 외식이나 할까”라고 제안했고 아내는 “괜찮은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하비 교수는 “장모님이 가시면”이라고 했고 장모 역시 찬성했다. 하지만 몹시 더운 날씨였던데다 음식까지 별로여서 하루를 망치고 말았다. 집에 돌아오자 모두  남 탓을 하기 시작했다. 하비 교수는 이런 상황이 일어난 원인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연구를 거듭한 그는 이 현상에 애빌린 시의 이름을 붙였다. 동시에 애빌린 패러독스는 경영상 저지르는 전형적인 오류는 물론 회의에서 발생하는 잘못된 결정을 뜻하는 용어가 되었다.

 

 

회의에서도 자신의 의견이 소수파에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발언을 삼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제정신으로 한 말일까 싶은 제안을 보스가 제안할 때가 그런 경우인데, 이때 회의실에는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한 적막이 흐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모두 보스의 제안에 동의하여 그 제안을 수락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단지 부정적인 인상

을 풍기거나 불평불만꾼 또는 이단자로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튀는 의견을 낸 대가로 보스의 뿔난 표정이나 뾰족한 눈총을 받게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에는 강력한 논리적 오류가 숨어 있다.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힐 때 비로소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그때까지는 순전히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즉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으면 동의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모두 침묵을 지키면 누구나 찬성한다고 믿게 된다. 사실은 모두 정반대로 생각하는데 말이다. 이것이 바로 애빌린 패러독스다. 수많은 결정이 겉으로는 의견일치를 이루려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선택적 지각'이 자리한다. 선택적 지각이란 여러 다양한 정보 가운데 자신한테 의미있는 특정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때 선택적 지각에는 상당한 결함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의도와 다른 정반대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다.

 

 

하비 교수는 애빌린 패러독스가 조직의 흥망이 걸릴 정도의 중요한 문제에서도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컨설팅기업 맥킨지 브뤼셀 사무소 대표인 올리버 시보니도 교수이자 교수이자 연구원인 로발로와 재벌기업 경영자가 내린 1,048가지 결정을 연구한 뒤 "사장실이나 회의실에서는 편파적인 태도가 다반사로 발생한다. 누가 선택하느냐에 대해 논의하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대체로 어떻게 선택할지 논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보니는 "경영자 대부분은 누가 이 과정에 참여해야 할지, 일부러 반대입장을 취하는 역할은 누가 맡아야 할지 전혀 숙고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확실성, 위험성이나 대안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대상자 가운데 27퍼센트만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목표를 확고히 한 후 서열 높은 지도층의 의견에 대해서도 반대하거나 의심하는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나머지  회의 참석자들은 비록 속으로는 강한 의구심을 품기는 했지만 암묵적인 동의를 나타냈다. 이렇게 되면 중대한 결과가 기업을 덮친다. 거액을 들여 잘못된 투자를 감행하게 되는 것이다.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또한 “결정권자 대부분은 직감을 믿는다. 본인에게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탄식한 적이 있다.  

 

(이미지 출처 메디컬칼럼)

 

 최상위 지배층이나 지식층이 빠지기 쉬운 4가지 신드롬  

 

1  키큰 양귀비 신드롬

경영진이 전형적으로 부딪치는 딜레마다. 요약하면 직원 하나하나는 모두 괜찮지만 뛰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뜻이다. 사장은 더 많은 책임감과 뛰어난 아이디어를 요구하지만 아무도 감히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우난히 튀는 사람은 확실히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기와 질투, 심지어 방해공작까지 저지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인재는 일을 더 많이 짊어지는 상황에 놓인다. 경영주 입장에서는 최고의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한다고 해봐야 보상이 따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뛰어난 업무능력을 요구하려면 제대로 보상하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NH신드롬

Not-invented-here 신드롬은 전형적으로 자만심을 보이는 현상을 뜻하며, 특히 창의적인 직업군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아이디어 면에서 팀원들은 누구보다도 탁월하지만 공동으로 최상의 해결책을 끌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우위에 둔다. 그리고 이에 걸맞게 다른 사

람을 헐뜯는다. 즉 본인 것 외에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는 좋을 리 없다고 치부하는 상황이다.

 

3  만리장성 신드롬
지도층의 상당수가 오직 서류로만 정보를 분류해 두는 태도를 가리킨다. 즉 그들의 정보는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 최상위 지배층 및 지식층 집단에서 발견되는 현상인데, 이러한 태도는 신분상승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변질되었으며, 그 이면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남과 공유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그에 따라 회의에 참여하는 횟수도 줄어들며 외부에 대한 불신은 물론 차단까지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경영주는 중요한 발전이나 새로운 계획, 구체적인 제안을 받아들여 본인 것으로 만들고 적절한 시기에 소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은 ‘우리 모두 완전히 다른 배에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톰톰 신드롬

톰톰 신드롬에 대해서는 “진짜 사나이라면 길을 물어선 안 된다”라는 좌우명으로 익숙할지 모른다. 이 현상은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는 길에서 알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물은 적이 있는가? 절대 없다면, 그렇게 되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허영심이다. 직업에서도 이런 상황이 존재한다. 업무상 곤경에 처해 있으면서도 도움을 요청하길 꺼리는 것이다. 이것은 지나친 자부심이나 불안 때문일 수도 있고, 남들에게 무능력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로 인해 마감기한을 넘기거나, 업무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업무 처리에 실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상, 애빌린 패러독스..최상위 지배층이 빠지기 쉬운 4가지 신드롬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