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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PD수첩] 당신이 잠든 사이-수술실이 위험하다 / 대리수술의 실태 고발

 

지난 22일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당신이 잠든 사이-수술실이 위험하다"

방송했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병원 수술실에서 환자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대리수술/대리진료 의 실태를 고발하고, 그 해결의 실마리는 없을까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었지요. 그 내용을 PD수첩을 보면서 떠올랐던 기억과 함께 포스팅해 보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축구를 하다가 친구녀석의 팔꿈치에 왼쪽 입 가장자리를 정통으로 맞아서 

응급실로 직행해야 했던 적이 있다. 덩치도 크고 기운도 센 녀석이라 그 뾰족하면서 둔탁한,

거의 무기라 할 만한 팔꿈치의 위력도 어머어마해서 그 순간 하늘이 노래지고

말 그대로 별도 수백 개까지는 아니어도 수십 개쯤은 눈앞에서 반짝였던 것 같은데,

일단 왼쪽 인중께가 찢어지고 거기서 바로 피가 흘러 반짝이는 별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병원에 간 나는 마취를 하면 흉터가 남기 쉽다는 여의사의 말에(근거가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꾹 참을 테니 마취 없이 그냥 꿰매달라고 부탁했고, 머리칼처럼 가느다란 바늘로 일곱 바늘을 꿰맸다. 

그때는 무척 아팠을 테지만, 지금은 따끔따끔했던 정도로 기억하는 걸 보면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참 좋은 면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재빨리 조치를 한 덕분에 흉터 없이 잘 아문 것도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내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그때 무척 불쾌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남은 마취도 없이 아픈 것을 참느라 이를 악다물고 있는데, 그 여의사와 옆에 있던 간호사는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시시껄렁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하하호호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이야기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피를 흘리며 달려와 얼굴을 맡기고 있는 사람 앞에서

주고받을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어쩌면 극히 사소하달 수 있는 이 기억도 불쾌한데, PD수첩에서 밝혀나가는 대리수술/대리진료

실태를 보고 있노라니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인 만큼 더욱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즘 환자를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보는 과잉진료로 인해 별로 호의적인 눈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의료계이기에 문제가 더욱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서 대리수술의 실태를 제보하게 되었다는 한 의사는

<PD수첩>의 제작진에게 어느 성형외과의 CCTV 영상을 넘겨주었는데, 그 영상화면에는 

수술실에서 의사도 없이 간호사들이 수술을 시행하고 마취까지 하는 현장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한 성형외과 수술실. 수술실 위에 누운 환자를 둘러싸고 지방이식 수술 준비가 한창이다.

그런데 거침없는 손길로 환자의 허벅지 지방을 채취하는 사람은 다른 아닌 간호사다. 

의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마취상태인 환자는 그저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다.

 

 

 

 

또 다른 수술현장. 익숙한 손놀림으로 마취된 환자의 얼굴을 봉합하는 사람은 역시 간호사들이다.

꽤 오랜 시간 간호사들이 봉합을 마무리할 때까지 의사들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 외 또 다른 수술실에서 익숙하게 환자의 얼굴에 주사기로 국소마취를 시행한 수술 또한 간호사들의 몫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이 영상을 제보한 의사는 우연치 않게 수술실을 지나가다가

수술방 문을 열었는데, 그때 간호사도 아닌 상담실장이 수술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리수술의 피해자인 이자영(가명) 씨는 평소 열정적인 네 아이의 엄마였지만 

너무나 간단한 모발수술을 받다가 그 길로 의식을 찾지 못한 채 한순간에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제작진은 해당 병원의 의무기록을 다른 전문의에게 감정을 받아보았는데, 

“이것은 마취기록, 의무기록이라고 볼 수가 없다. 필요한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병원측은 “수술에 집중하느라고 산소포화도를 체크하는 데 소홀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씨의 남편은 “성형외과라고 이름붙여진 곳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른바 비전문의가 국소마취만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술을 전신 수면마취까지 진행하면서 수술을 집도하게 된 것이다.
또한 성형외과는 당초 약속했던 병원비와 수술비 등을 부담하겠다는 것도 나중에는 지키지 않았다.

원장은 이씨가 세 달이 넘도록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씨의 남편에게

“이제 병원비는 지급하지 않겠다”는 전화 한 통으로 모든 보상을 끊었다고 한다.

 

 

 

 

8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손영준씨 또한 대리수술의 피해자다.

특진의사로 마취과장을 신청했지만 마취를  진행한 사람은 1년차 레지던트였다.

마취과장은 휴일이어서 수술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고 했다.

선택진료가 대리진료가 돼버린 현실, 대학병원도 결코 대리수술의 위험에서 안전할 수 없었다.

 

 

 

 

손영준의 어머니 우미향 씨는 “정말 병원에서 우리가 믿고 있는 원리원칙대로 했다면,

그리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억울하지 않는데요. 그게 아니란 걸 알았을 때

딱 우리 애 인생이 사기당한 느낌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전 회장은 이런 것들이 환자에게 정확한 정보와 계약된 내용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영리의 목적으로 행하는 것들을 대리수술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본인이 상담한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수술실에 들어와 수술을 하고 나가는 것이다.

 

 

 

 

아무리 병원의 직원이라 해도 의사가 아닌 사람이 환자를 수술하는 일은 위험천만한 행위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른바 의사 손 바꿔치기, 혹은 그림자 의사로 불리는

대리수술이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법상 의사면허를 소지하기만 하면 타 전공의 또한 개업 및 수술이 가능하다.

정확한 전공은 밝히지 않은 채, 각종 화려한 약력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흐리고 있는

의료 현실의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화려해 보이는 이러한 약력도 믿을 것이 못된다.

왜냐하면 한국미용성형학회의 경우 정회원이 되려면 20만원만 입금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환자를 받기 위해 홍보비,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대형병원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성형비전문의를 찾는 전략이 성형기술을 배우려는 의사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수술이 많은 성형외과에서 특히나 관행처럼 되어버린 대리수술.

성형외과 직원들의 구체적인 증언에 따르면, 대표 원장님이 지금은 상담중이니 수술날 수술을 해줄 거라며

수술날짜를 잡은 다음 무조건 수술이 진행되면 아예 의사 타이틀을 단 지 얼마 안 된 원장님이 한다. 

심지어 자신이 어떤 원장님한테 수술을 받았는지 모르는 환자도 있고,

자신을 수술해 준 분이 다른 원장님이냐고 의심스러운 듯 묻는 환자가 있으면

환자분이 수면중이어서 착각한 것이라며 슬쩍 넘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대리수술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만큼 의료인과 병원 관계자들의 의식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가들은 취약한 법 구조와 감독기관의 허술한 관리를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전 직원 11명을 간호조무사만으로 채용한 B정형외과는

간호사를 채용하라는 보건소의 시정명령을 받고 단 1명의 간호사만을 채용했다.

 

 

 

 

박현규(가명) 성형외과 전문의는 강남구에 있는 80% 이상이 비전문의일 거라고 말한다.

한편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전 회장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지 않고

환자를 속였다는 것은 비윤리적인 행위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선택진료를 신청했지만 그 의사가 아닌 대리의사가 수술을 시행하고,

결국 갑작스럽게 숨을 거둔 김진수(가명) 씨의 가족은 병원에 죽으러 갈 사람은 없고,

죽으려고 치료받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병원에서는 당연히 알 것이라고 말하면서 

의사라는 직업은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그만큼 도의적인 책임도 있어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PD수첩>의 제작진에 따르면, 비전문의나 간호조무사에 의해 이루어지는 마취와 수술,

선택진료에 대한 약속 불이행 등 수술실 안에서는 완자의 인권을무시하는 태도가

무분별하게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의료계 전반의 문제였다,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제작진은 대한의사협회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협회측은 의료계 전반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대답해 줄 수 없는 내용이며, 의료사고 통계조차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어서 의료체계 및 의료제도 개선에 힘쓰겠다는

대한의사협회의 홈페이지에 있는 소개가 무색했다고 한다.

 

 

 

 

<PD수첩>의 진성관 PD는 수술대에 누워 있는 사람이 내 딸이나

아버지였더라도 과연 쉽게 수술실을 떠날 수 있었을까 묻는다. 

의사(醫師)의 사(師)는 스승 사(師)자를 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행위만큼

존경받아 마땅하다는 의미일 텐데, 작금의 현실에서는 일부 의사의 비윤리적 행태로 인해

의사 본연의 의미가 사라지고 단지 돈을 쫓는 직업군 정도로 인식되지 않는지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의사의 권위와 신뢰회복을 우해서라도 의료계 내부에서부터 자성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면서, 달라지는 세태에 따르는 새로운 법안도 조속히 마련하기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