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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불안]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면 불안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삶은 하나의 욕망을 또 다른 욕망으로,
하나의 불안을 또 다른 불안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불안

저자
알랭 드 보통 지음
출판사
이레 | 2005-10-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영국의 젊은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의 신작으로 지난 2천년간의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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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오늘날 우리가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보다 유명해지고,

보다 중요해지고, 보다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거기서 비롯되는 끊임없는 불안의 이유를

해명하기 위해 지난 2000년간 철학과 문학, 회화의 대가들이 남긴 유산을 파고들었다. 

“물질적 발전은 보통 시민들에게 지위, 성취, 수입에 대한 불안의 수준을 높이는

곤혹스러운 현상을 가져왔다. 그 결과 실제적 궁핍은 줄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궁핍감과

궁핍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났다”고 말하는 그는 이러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철학, 예술, 정치, 종교, 보헤미아 등 5가지를 제시한다. 

우리 삶에서 이 5가지가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고 그 효능을 누릴 줄 안다면 불안을 치유하거나,

최소한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불안의 원인 중 <기대>로 인한 불안 부분이 흥미로워서 정리해 올려본다. 

 

 

 

예전엔 상상도 못했던 부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늘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며

늘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부를 판단할 때 그 근거와 조건을 궁핍했던 예전 사람들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현재 우리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보다 놀랄 만큼 풍요로워졌다는 말을 들어봐야 마음에 와닿지 않으며,

단지 우리와 동등다고 여기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가졌을 때만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설사 웃풍이 심하고 지저분한 오두막에 살면서 크고 따뜻한 성에 사는 귀족의 지배에 시달린다 해도

우리와 동등한 사람이 우리와 똑같이 사는 것을 본다면 우리의 조건이 정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괴로운 조건이긴 해도 여기서 질투심이 생겨나는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

그러나 쾌적한 집에 살면서 편안한 일자리로 출근한다 해도 경솔하게 옛 친구 몇 명이

아주 매력적인 일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우리집보다 큰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왜 이리 불행할까 하는 생각에 시달려 정신을 못 가누기 십상이다.

 

우리와 동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더 나아보일 때 드는 그 느낌이야말로

불안과 울화의 원천이다. 예컨대 키가 작은 사람이라 해도 주변사람들이

다 고만고만하면 키 때문에 쓸데없이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이 집단의 다른 사람들의 키가 약간이라도 더 자라면 갑자기 불안에 빠지고

불만족과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키가 1밀리미터라도 줄어든 건 아닌데도 말이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수많은 불평들을 생각할 때 질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가 모든 사람들을 질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엄청난 축복을 누리며 살고 있어도 전혀 마음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보다 약간 나을 뿐인데도 끔찍한 괴로움에 시달리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자신과 동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데이비드 흄의 다음 말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질투심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와 타인 사이의 큰 불균형이 아니라 오히려 근접한 상태다.

일반 병사는 상사나 상병에게는 질투심을 느껴도 장군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일은 없다.

뛰어난 작가 또한 평범한 삼류작가보다는 자신과 좀더 근접한 작가들에게서 더 질투를 받는다.”

 

 

그러나 루소는 부(富)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부란 우리가 갈망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즉 부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라는 뜻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가질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고 할 때 자신의 소유와 관계 없이 가난해진다.

반대로 가진 것에 만족할 때 소유한 것이 적어도 부자가 될 수 있다.


루소는 사람을 부자로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말했다.

하나는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유하다고 느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돈을 많이 벌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동등하다고 여겼지만

더 큰 부자가 된 사람과 실제로나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더 큰 부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고 곁에 있어도 우리가 적게 가진 것을

의식하며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적은 것을 기대하면 적은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반면에 모든 것을 기대하도록 학습받으면 많은 것을 가지고도 비참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예전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기대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대가는 현재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데도

실제로는 더 나아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끊임없는 불안이다.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먼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비교와 기대에서 오는 욕망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많이 가지고도 불안에 떨며 불행하게 사는 사람보다는 적게 가지고도 

평온한 마음으로 풍요롭게 사는 사람이 바로 현명한 사람일 테니 말이다. 

 

 

 

 "우리를 망치는 것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눈이다.
만약 나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이 장님이라면
나는 구태여 고래등 같은 집도,
번쩍이는 가구도 바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