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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안데르센 나의 역경은 축복이었다

안데르센 나의 역경은 축복이었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까지 큰 시련을 겪은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지극히 평온한 삶이었다면 묻혀버렸을지도 모르는 재능이 이를 악물고

힘겨운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 활짝 꽃을 피우는 계기가 된 경우가 그런 예다.

그러고 보면 불행이란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반드시 괴로운 것만은 아닌 듯하다.

 

다윈은 “만일 내가 몸이 허약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큰일을 해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했고,

쉴러가 그 위대한 비극들을 썼던 것은 마치 고문과도 같은 육체적 고통을 극심하게 겪고 있을 때였다.

헨델은 손발이 마비되는 죽음의 고통을 견디며 책상 앞에 앉았고,

모차르트는 엄청난 빚을 지고 중병과 싸우면서도 레퀴엠의 최종곡과 오페라들을 작곡했으며,

슈베르트는 가난 속에서 허덕이며 32년이라는 짧고 빛나는 생애를 마쳤다.

그가 죽은 뒤에 남은 재산이라고는 입고 있던 양복과 은화 몇 푼, 자신이 작곡한 악보가 전부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아무런 장애 없이 평탄한 삶을 산 사람보다는 도저히 일어서기

힘들 것처럼 여겨졌던 사람들이 후대에까지 강한 영향력을 미친 경우가 많다.

아름다운 동화작가 안데르센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나의 역경은 축복이었다.

가난했기에 <성녕팔이 소녀>를,

못생겼기에 <미운 오리새끼>를 쓸 수 있었다.

-안데르센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미운오리새깨, 빨간 구두, 엄지공주 등은 모두 안데르센의 작품이다.

안데르센이 창작한 동화는 무려 163편에 이른다.

우리는 어린시절 밤을 새워가며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었고,

이 이야기들은 오날날에도 변함없이 전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안데르센의 동화를 사랑하는 까닭은

로맨틱하고 극적인 스토리에 아름답고 가련한 주인공이 등장할 뿐 아니라

이따금 배를 잡고 웃게 만드는 유머가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데르센의 동화를 읽고 자란 사람들은 대부분 안데르센의 삶이

그 동화만큼이나 아름답고 평화로웠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안데르센만큼 불행하고 저주받은 인생으로 굴곡진 삶을 산 사람도 없었다.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데다 아버지는 집안 대대로 유전되는 정신병으로 죽고,

어머니 역시 거렁뱅이 생활을 하다가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

제화공이었던 친할아버지는 훗날 인형이나 동물을 만들어서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듯 팔아서 생계를 꾸려나갔고,

친할머니는 병적인 거짓말쟁이였다.

이러한 집안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안데르센은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못생겼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세계에는 항상 부정과 긍정이 뒤얽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이 비참하면 비참할수록 그는 전혀 다른 사건으로 반전시켜 아름다운 동화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이 천재작가가 동화의 세계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과 자신의 정신병적 습성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다.

 

그는 작가로 유명해진 후에도 혈육에 대한 편집증적 열등감과 신경과민 증세를 보였다.

그래서 은근히 건방을 떨거나, 비굴해지거나, 정신적으로 불균형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많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는 아버지가 죽은 직후인 열한 살 때 목사의 미망인을 만나 책을 접하게 되면서

셰익스피어와 괴테의 문학작품에 몰두했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장차 예술가가 되어 세상을 흔들겠다”는 야심을 키운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그가 쓴 <미운 오리새끼>처럼 태어난 환경은 나쁘더라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백조로 거듭나겠다는 자세와 같다.

 

그는 자신의 재능에 대해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판에 따라 울고 웃으면서도 계속 작품을 발표했다.

그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이렇듯 실생활 속에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던 영혼에 대한 위로였다.

즉 그가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고 창작활동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상상의 세계를 통해서나마 현실세계를 묻어버리지 않으면

도저히 살아남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의 아름다운 동화들은 한 인간의 고통이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는 지를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기에 "인생은 가장 아름다운 동화다"라는 그의 말에는그 누구도 감히 딴지를 걸 수 없는 강한 힘이 담겨있다.

 

그는 자서전 끝부분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내 머리 위에는 행운의 별이 빛나고 있다.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 별을 가질 가치가 있는데,

왜 하필 나 같은 사람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을 주셨을까?

나는 항상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행운의 별이 가닿는 곳, 그곳에 새롭게 가장 좋은 나의 길이 열릴 것이다.

나는 신과 인간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사랑을 드린다.”

 

 

 

안데르센 나의 역경은 축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