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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보는 세상/음악/문화/공연

에피톤 프로젝트 봄날, 벚꽃 그리고 너

 

 

 

"사랑은 희생이 없으면 얻을 수 없는 꽃이다. 

절벽 가장자리에 피어난 꽃을 따겠다는 마음가짐이 없으면 사랑을 얻을 수 없다."

-스탕달  

 

절벽 위에 핀 꽃이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야생화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높은 산,

바닷바람이 강렬한 해안가 절벽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데,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그 선명한 빛깔과 향기 덕분이라고 합니다. 

벌과 나비가 찾아오기 어려운 외진 곳에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처절한 몸짓인 것이겠지요.
절벽 위에 핀 꽃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일 테구요.

그런데 그런 아름다운 야생화를 집으로 가져와 실내에서 키우면,

절벽 위에서 풍기던 특유의 진한 향기가 옅어지고 빛깔도 잃어버린다고 하네요.

 

 

 

 

봄꽃이 피기가 바쁘게 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또 다른 꽃들이 피고 또 지겠지요.

이처럼 세상에는 영원히 지지 않는 꽃도, 사랑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절벽 가장자리에 피어난 꽃을 따겠다는 마음으로 얻은 아름다운 사랑은

그런 사랑을 했었다는 추억만으로도 가슴속에서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포스팅한 곡은 가사가 따로 없이 세 박자의 왈츠풍으로 구성된 에피톤 프로젝트의 <봄날, 벚꽃 그리고 너>입니다. 
에피톡 프로젝트의 차세정 씨가 지난 사랑에 대한  단상을 담은 곡이라고 하네요.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지만 앨범에 한 편의 시 같은 글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그 가사도 함께 올립니다.
연주를 들으시면서 함께 읽어보시면 감흥이 새로울 듯합니다.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 - 봄날, 벚꽃 그리고 너.flv

 

 

벚꽃이 지고 나서 너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길가에
벚꽃이 내려앉을 그 무렵, 우리는 만났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끌렸었고
또 그렇게 사랑했었다

 

비상하지 못한 기억력으로
너의 순서에 없는 역사를 재조합해야 했으며
전화기 속 너의 말들은 오로지 기록하려 했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나간다는 것은
한줄의 활자를 읽어나가는 것보다 값진 것

 

나는 너를, 너는 나를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아나가며 이해하고 이해받으며
때론 싸우고 또 다시 화해하며 그게 사랑이라고 나는 믿었었다


벚꽃이 피기전 너와 헤어졌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그래서 너의 벚꽃이 피어나면 구경가자던
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계절은 추운 겨울을 지나
또다시 봄이라는 선물상자를 보내주었다
우리는 봄에 만나 봄에 헤어졌고
너는 나에게 그리움 하나를 얹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