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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보는 세상/일상다반사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와 서양우화 일곱 개의 황금항아리

 

몇 년 전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 LA에 있는 라스베가스에 갔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당연한 수순이지만, 코인을 바꿔 카지노 게임을 했었지요.
20불로 시작해서 한 700불까지 땄던 것 같습니다.

의외의 횡재에 신이 난 저는 20불로 700불을 만들었으니,

700불로는 그야말로 상상도 안 되는 큰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욕심에
원래는 12시까지만 하려고 했던 게임을 새벽 2시 넘어까지 했지요.

그리고 그 결과는 “빵”이었습니다.

아마 제로가 아니었으면 그날 새벽 일찍 라스베가스를 떠나야 해서

그때쯤엔 잠을 자러 객실로 올라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계 앞에 눌러앉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왜 중간에 코인을 돈으로 바꿀 생각을 못하고 빈손이 될 때까지

기계 앞을 떠나지 못했는지는 지금 돌이켜봐도 잘 이해가 안 갑니다..ㅠㅠ

아마 처음 해보는 게임인데다, 또 게임이 술술 잘 풀리니 흥분된 마음에 욕심이 눈앞을 가린 것이겠지요.

결국은 빈손이 되어야 그 앞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고요.

아니, 그 정도만 돼도 사실은 20불만 잃은 셈이니 괜찮은 거죠.

그곳에서 잭팟을 터뜨려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거머쥐는 행운을 얻은 사람도 있지만,

빈털터리 알거지가 되는 것을 넘어 빚더미에 짓눌려 죽고 싶은 심정인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까요.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로 들어가면서 가이드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라스베가스의 밤은 화려하게 화장으로 한껏 치장한 여인이라면,

라스베가스의 아침은 그 화장이 다 지워져 더없이 추레해진 여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어마어마한 규모와 화려함을 자랑하는 호텔 중에는 객실이 5000개가 넘는 곳도 있는데,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객실 5000개라는 것이 금방 감이 안 왔지만,

그 호텔 사장이 매일 객실을 하나씩 쓴다면 무려 15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서야 그 대단함이 머릿속에 그려지더군요. 

그런 호텔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도 다 저 같은 사람들이 갖다바친 돈 덕분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었구요.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일단 카지노 게임에 빠지면 집에 돌아가기 위한 기름값만

남겨놓고는 탈탈 털릴 때까지 기계 앞을 떠나지 못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거기가 끝이 아닙니다. 결국은 그 기름값마저 털어놓고 배회하다가
누가 기름값이라도 하라고 우리나라로 치면 개평을 주면
그 돈을 받아 기름을 넣으러 가다가 다시 돌아와 그 돈마저 날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카지노 호텔들은 사람들이 약간의 게임을 끝내고 잠을 자러 객실로 올라갔더라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기기 앞으로 달려가도록 객실의 온도도 약간 높여놓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계에서 “띠띠띠딩....” 하고 일정하게 울리는 음향은 사람들의 기분을
가장 기분좋고 들뜨게 만돌도록 조작되어 있어서 침실에 가서 누워도 계속 귓가에 울리는

그 음향 때문에 다시 기계 앞으로 달려가도록 만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즉 그곳은 욕심으로 눈이 멀면 섶을 지고 불더미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심리를

최대한 이용해 거부들이 더 큰 부를 쌓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게임은 절대 재미로만 하셔야 합니다. 

 

다음에 올린 서양우화를 읽다 보니 사람의 욕심, 아니, 탐욕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예전 기억이 떠올라 몇 년 전 경험을 써보았습니다.  
 


 

 

옛날 임금님의 이발사가 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황금이 가득 담긴 항아리 일곱 개가 있는데, 갖겠느냐?”
이발사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황금이 담긴 항아리 일곱 개를 준다는 말에 욕심이 나서 말했다.
“네, 갖겠습니다.”
그러자 곧 다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집에 돌아가거라. 너의 집에 이미 일곱 개의 항아리를 갖다놓았다.”

 

이발사가 급히 집으로 달려가보니 과연 일곱 개의 항아리가 있었다.
그는 황금항아리를 하나하나 열어보았다. 모두 황금이 가득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일곱번째 항아리만은 황금이 절반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는 그 일곱 번째 항아리마저 황금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욕심이 일어났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재산을 팔아 황금을 사서 그 일곱번째 항아리에 넣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리 넣어도 이 마술의 항아리는 차지 않았다.
화가 난 그는 마지막 남은 세간까지 다 팔아서 그 일곱 번째 항아리에 넣었다.
그러나 역시 항아리는 차지 않았다.

 

얼마 후 그는 임금님에게 가서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임금님은 그의 청을 쾌히 들어주어 월급을 두 배로 올려주었다.
그는 이 월급으로 모두 황금을 사서 항아리에 넣었지만, 항아리는 역시 가득차지 않았다.
그래서 마침내 그는 문전걸식을 하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걸식을 해서 모은 돈과 월급으로 모두 황금을 사서 넣었지만 그 항아리를 채울 수는 없었다.

 

 

 

 

이렇게 한 달이 지나갔고, 날이 갈수록 이발사의 근심도 깊어갔다.

어느 날, 근심이 가득한 그의 얼굴을 보고 임금님이 물었다.

 

“너는 전에는 지금보다 월급이 적었어도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요즘은 월급을 두 배로 올려주었는데도 더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구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혹 일곱 개의 항아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냐?“

그 말에 이발사는 깜짝 놀라 임금님에게 물었다.
“임금님, 저에게 일곱 개의 항아리가 있다는 사실을 누가 알려주었습니까?”

그러자 임금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도깨비의 항아리다.

도깨비는 내게도 일곱 개의 항아리를 갖겠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도깨비에게 그 일곱 개의 항아리에 담긴 황금을 다 써도 되느냐,

아니면 보관만 하고 있으라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도깨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도깨비의 그 황금은 누구도 쓸 수가 없다는 것을 너는 몰랐느냐?

그 황금항아리는 오직 황금을 모으고자 하는 너의 탐욕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어서 가서 그 황금 항아리를 되돌려주어라.“

 

임금님의 말에 이발사는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다시 그 나무 밑으로 가서 말했다.
“도깨비야, 황금항아리를 도로 가져가라.”
그러자 곧 “좋다, 가져가겠다” 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이발사가 돌아와보니 일곱 개의 항아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고 합니다.

동시에 평생 동안 모았던 그의 재산도 다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는 씁쓸하지만 

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