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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무역에서 매너가 중요한 이유

무역에서 매너가 중요한 이유

 

35년 가까이 무역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저자 홍재화는 우리 기업들이 만들어 파는 해외시장의 환경, 즉 국제정치와 문화 등 무역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짚어보고 있는데, 이 중 [무역에서 매너가 중요한 이유]를 포스팅해 보았습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서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역에서 매너가 중요한 이유

 

 무역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국제매너가 중요하다

 

1989년 코트라에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전체 신입사원을 고급호텔에 불러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서양식 테이블 매너를 배우기 위한 교육시간이었다. 호텔의 교육담당자가 나와 포크와 나이프 놓는 법, 음식을 먹고 마시는 법, 손님을 초대했을 때 와인 시음하는 법, 자리 배치하는 법 등을 두 시간에 걸쳐 배웠는데, 그 테이블 매너를 배우고 나니 외국인들과의 식사자리가 거북하지 않았다. 그 후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것이 꼭 외국인들과의 자리뿐만 아니라 잘 모르는 한국사람들과의 자리에서도 통하는 매너였다.


흔히 사람들은 격식이라는 것을 쓸데없이 복잡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그런 것 안 따져!”라며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기도 한다. 한국사람들끼리라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으니까 하고 이해해 줄 수도 있다. 그런데 무역을 하면서 이런 격식에 무지하면 바이어와의 거래는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무역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국제매너가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에티켓이다. 이게 생활화되어 있어야 한다. 그게 왜 중요할까?

 

무역에서 매너가 중요한 이유

 

 무역은 한마디로 외국인과 하는 장사다

 

무역은 외국인과 장사를 하는 것이다. 같은 문화, 같은 언어, 같은 법률, 서로 잘 아는 종교권에서 이루어지는 국내장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같은 것은 ‘제품의 가치를 높여 나의 이익을 취한다’라는 것뿐이다. 특히 사람관계는 더욱 그렇다. 한국의 문화, 이란의 문화, 미국의 문화, 파나마의 문화, 핀란드의 문화는 다 다르다. 아무리 인터넷과 매스미디어를 통해 세계가 소식을 빠르게 주고받는다 하더라도 다른 것은 다른 것이다.

 

문화란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 언어, 지식은 물론 행동에 대한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상대방의 문화를 모르면서 내 물건을 팔려고 한다면 큰 실패작이 되기 십상이다. 쉽게 말하면 돼지고기가 금지되어 있는 이슬람 국가에 삼겹살을 팔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무역을 하려면 바이어가 속해 있는 문화권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바이어의 문화권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그런데 이런 보이는 규제들은 오히려 쉽다. 파나마에서 시장개척단이 왔을 때다. 꽤 괜찮은 제품이었다. 바이어도 필자와 이미 여러 차례 만나 친숙한 관계였다. 호텔에서 컨벤션룸을 빌려 한국의 한 업체와 그 바이어의 상담을 주선했다. 물론 두 사람이 만나기 전에 한국업체의 상품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는 했고, 바이어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속으로 큰 기대를 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별 대화의 진전 없이 금방 바이어가 일어나 돌아갔다.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것이다.

 

한국의 수출업체는 크게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는 자신의 제품에 대해 크게 관심을 보였던 바이어가 왜 무관심하고 냉랭해졌는지 몰라 당황했다. 나중에 그 바이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도 무척 기분이 나빴다고 한다. 원인은 한국업체의 세일즈맨이 대화를 하면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다 자꾸 손가락질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무슨 말을 하면 습관적으로 자기에게 손가락질을 해서 말이 탁탁 막혀 그냥 일어나버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바이어를 만나 잘 상담하고 기분좋게 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바이어는 딴소리를 하는 경우는 몹시 안타깝다. 졸지에 천하의 불상놈이 되어버린 경우다.

 

 

 악수 매너도 중요하다

 

또 하나의 유명한 예는 미국의 빌 게이츠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악수를 한 일이다. 이 일을 두고 국내에서 빌 게이츠가 예의를 지키지 않았는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물론 나라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별문제가 아니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에티켓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도 서양의 신사도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빌 게이츠는 좋지 않은 악수 매너를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서양 에티켓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배려다. 그리고 그 배려의 근원은 폭력과 배신이 난무하던 시절에 ‘난 너를 해칠 의도가 없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데 있다. 손님을 초대했을 때 주인이 먼저 와인을 시음하는 것도 “봐라, 이 잔에는 독이 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마시잖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악수도 ‘내 손에는 당신을 해칠 칼이 없습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빌 게이츠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악수를 한 것은 “난 당신에게 뭔가를 감추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에티켓의 기본은 상대에 대한 배려다

 

그렇다면 어떻게 에티켓을 잘 알고 지킬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나라는 다 나름의 예의범절이 있다. 그걸 다 알고 외울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의범절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다. 그리고 그 배려는 ‘불편하고, 위험하고, 힘들고, 나쁜 것은 내가 먼저 하고, 편하고 좋은 것은 상대에게 먼저 하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위험한 자동차나 엘리베이터는 내가 먼저 타고 상대를 먼저 내리게 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파나마 바이어와 한국 세일즈맨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다시 떠올려보자. 만일 그 세일즈맨이 상대가 자기 아버지였어도 그렇게 손가락질을 하며 대화를 했을까? 그럴 리 없다. 그건 상대에 대한 배려, 상대를 높이고 나를 낮추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상거래에서는 신뢰성으로 평가된다. 저 사람이 나를 존중하고, 서로 약속을 지킬 마음이 있는지로 판단되는 것이다. 깔보는 상대와는 약속을 잘하지도 않을 뿐더러 지키지도 않는 것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마찬가지다.

 

이상, 무역에서 매너가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