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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조선의 교육은 해방되지 않았다

조선의 교육은 해방되지 않았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의 일제강점기. 8.15해방으로 어언 70여 년이 지났건만 일제의 잔재는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일본은 조선을 정신적으로도 손아귀에 완전히 쥐기 위해 특히 조선 민족정신 말살 정책에 여념이 없었는데, 그 때문인지 그 잔재는 교육계에도 깊이 뿌리내린 채 그 동안 많은 변화를 이뤄오기는 했지만 아직 완벽하게 벗어나지는 못한 듯합니다. 

 

EBS [지식채널e]에서 방영했던 [조선의 교육은 해방되지 않았다]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일은 언제 들어도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밉니다. 당시 그 고통을 직접 겪었던 분들은 어떤 심정으로 살았을까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그 치욕의 잔재가 말끔히 걷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조선의 교육은 해방되지 않았다

 

1910년 8월 29일은 경술국치일이다. 이후 일본은 조선 민족정신 말살 정책을 위해 이듬해인 1911년 8월 23일 칙령 제229호 조선교육령을 발표한다. 한일병탄 이전부터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서 입안한 조선교육령이다. 

 

조선의 교육은 해방되지 않았다

 

조선교육령 제2조는 "교육은...충량한 국민을 기르는 본의로 한다"이다. '충량한 국민'이란 일왕에 충성하고 일제에 복종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이어서 그들은 충량한 국민을 기르기 위해 시급히 일본어 수업을 시행한다.  

 

 

1911년에 시행된 공립보통학교 주당 시간표를 보면 일본어 시간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10시간인 데 비해 조선어와 한문시간은 6시간이다. 게다가 일본어 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시작해서 주 54시간으로 늘어나더니 1922년 제2차 조선교육령에서는 주 64시간으로 확대된다. 그것도 모자라 1943년 제4차 조선교육령에서는 조선어수업이 완전히 폐지되고 만다.

 

 

사라진 자리를 채운 조선교육령 제3조는 "교육은 시세와 민도에 맞도록 이를 베푼다"고 되어 있다. 조선인의 시세(時勢)와 조선인의 민도民度)에 맞는 교육이란 ‘조선의 상황이 고상한 학문을 받을 상황이 아니므로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을 만드는 일’을 뜻한다. 그리고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한 차별이 시작된다.  

 

먼저 교육기간의 차별로 보통학교 수업연한을 4년으로 단축한다. 교과편성의 차별은 한국 역사와 지리를 제외하고 실업교육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일제 패망 직전인 1943년 중학교 주당 교수시간표는 교련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3시간, 체조/무도는 1학년~2학년 3시간, 3학년~4학년 5시간씩 배정된다.

 

 

이어서 1943년에는 학병제, 1944년 8월에는 여자정신대근로령이 내려지고, 1945년 5월 22일에는 전시교육령이 내려진다.

 

 

그리고 조선인 학생을 군사로 키우기 위한 제4차 교육령이 내려지는데, 1차부터 4차까지의 핵심은 일왕에 대한 헌신과 충성을 강요하고 군국주의에 동조하도록 가르쳐 국민을 신민으로 만들고자 한 일제의 ‘교육칙어'(教育勅語)다. 교육칙어란 1890년 일본의 메이지 천황이 천황제에 기반을 둔 교육방침을 공표한 칙어로, 천황의 신격화와 유교적 가족 도덕을 강조하며 군신, 부자 등의 상하관계를 중시한 일본 국민의 정신적 규범을 말한다.

 

 

이 교육칙어는 전시 중에는 유효했지만 일제 패망 후인 1948년, "일본 국회 일왕을 신격화한 교육칙어는 기본적 인권을 침해한다"고 하여 국회에서 무효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미 학무국장 리카드 대위는 "일본어를 한국어로, 일본식 민주주의를 한국식 민주주의로, 일본인 교사를 한국인 교사로 대치하는 개혁을 제외하면 한국인은 1905년 이후 겪어온 교육체제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예는 애국조회와 국민체조, 국민교육헌장과 국기에 대한 맹세, 관제대회 동원과 포스터 표어 만들기, 교훈과 급훈, 두발 제한과 소지품 검사 등 넘치도록 많다.  

 

1980년대까지 우리 안에 많이 남아 있던 일제의 교육제도는 국가 - 교육청 -  학교 - 교사 - 학생으로 이어지는 국가 주도적이고 수직적인 교육제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을 담은 <교육기본법> 제2조는 "교육은...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지만, 우리의 교육은 과연 그 이념에 충실한지 묻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교육학자이자 위스콘신대 석좌교수인 마이클 애플의 "만약 학교가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지지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그 학교들은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는 것이거나 위험한 것이다. 이러한 학교들은 기껏해야 자신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길러내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백년지계인 교육계에 몸담은 사람들은 필히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이상, 조선의 교육은 해방되지 않았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