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으로 보는 세상

글로벌 경제 물건은 만든 사람의 정신과 같이 팔린다

글로벌 경제 물건은 만든 사람의 정신같이 팔린다

 

상품을 파는 것, 더구나 글로벌시장에 우리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단순히 품질이나 가격만이 아니라 국제정치와 문화 등 무역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엉뚱한 사드 때문에 우리 제품의 중국 진출이 어려워지고,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 타임지 표지에까지 실린 방탄소년단(BTS)은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얼마나 더 팔릴지 상상도 못할 만큼 큰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 물건은 만든 사람의 정신과 같이 팔린다 / 이미지 출처 KBS1 뉴스 

 

35년 가까이 무역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홍재화 대표는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 이처럼 국제시장과 국내시장의 역학관계, 국내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한중무역, 미국의 무역전쟁 등 무역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해외시장의 모든 것을 조목조목 짚어보고 있는데, 이 중 [물건은 만든 사람의 정신과 같이 팔린다]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한류문화의 세계적 성장이 우리 제품의 격을 얼마나 높여주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벌 경제 물건은 만든 사람의 정신과 같이 팔린다

 

 제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한 신문기자가 마릴린 먼로에게 “뭘 입고 주무세요?”라고 묻자 그녀는 “샤넬 No.5”라고 대답했다. 옷 대신 샤넬 5번 향수를 입고 잔다고 대답한 것이다. 그 후 샤넬 No.5는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마릴린 먼로가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베스트셀링 향수가 되었다. 아마 향수를 전혀 쓰지 않는 사람도 샤넬 No.5 하면 그녀의 아름다움, 백치미, 고독, 미국 대통령 케네디에 얽힌 음모론을 떠올릴 것이다. 만일 그녀의 이야기가 없다면 샤넬은 진작에 사라진 브랜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예술품이나 창의적 물건은 단순히 물건으로만 팔리는 게 아니다


이처럼 물건은 물건으로만 팔리는 게 아닌 경우가 많다. 예술품이나 창의성이 들어가는 제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우리는 흔히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외국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를 창의성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이 구찌의 디자이너인 프리다 지아니나 프라다를 만든 미우치 프라다만 못할까?

 

그렇지 않다. 한국에도 찬란한 역사와 아름다움을 내세울 수 있는 한복과 도자기가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현대에 와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한국사람에게 서양식으로 된 옷을 만들라고 하니 생각의 틀이 맞지 않아서다. 한복의 특징은 펑퍼짐하고 넉넉하면서도 몸매를 살려주는 옷이다. 하지만 서양식 옷은 몸을 꽉 죄면서 보이는 그대로 드러내주는 옷이다.

 

 

 서양식 문화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친 한국  

 

한국은 인정(人情)과 같은 감성을 중시하며 서양은 과학과 같은 이성(理性)을 중시한다. 한국인은 사람을 사귈 때도 자기를 드러내놓고 시작하지만 서양은 상대를 알고 나서 친해지려고 한다. 이처럼 서양사람들과 한국사람은 생각의 기반이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한국 디자이너들은 서양옷 만들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만일 미우치 프라다에게 한복을 만들어보라고 하면 동대문 한복시장의 한복 상인들만큼 만들 수 있을까?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세계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법이다.


현대세계의 문화는 서양식 문화다. 맥도날드가 잘 팔리고 나이키가 잘 팔리는 것은 미국식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그에 따른 소비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이제야 세계 패션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한국에서 나서 자랐지만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생각이 적응되었기에 서양에 맞는 옷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만든 사람의 문화와 정신이 담긴 명품 브랜드

 

명품이 팔리는 것도 그렇다. 프라다 가방이 왜 저렇게 많이, 그것도 엄청나게 비싸게 팔리는 것일까? 왜 좀 고급스러운 옷 하면 ‘Paris’라는 단어를 집어넣을까? 미국이 아무리 현대의 경제를 주름잡는다 해도 패션제품은 Paris지 New York이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와 관련된 IT제품은 역시 미국제품을 최고로 친다. 조립해서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누가 처음 생각해 내고 이를 실현시켰는가의 문제다.

 

Paris가 붙어야 더 고급스럽고 패셔너블한 기분이 든다. 미국의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으니까 스마트폰이 유행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터치스크린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을 먼저 개발한 것은 노키아지 애플이 아니다. 또한 노키아가 미국에서 잘 팔리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노키아의 발음이 일본어와 비슷하게 들려 사람들이 품질이 좋은 제품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명품 브랜드라는 것이 터무니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상당히 합리적이기도 하다.

 

이처럼 물건을 판다는 것, 그것도 서로 다른 문화, 언어, 종교, 자연환경에서 자란 사람들끼리의 거래란 단순히 물건의 싸고 좋음, 내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기네 문화나 환경에 맞는가의 문제도 실질적인 물건의 가치만큼이나 중요하다.

 

 

 해외시장에서도 신뢰를 받게 된 한국제품 

 

오래 전 이야기이지만 소련에서 만든 물건을 미국에서 팔려면 사람들의 편견을 넘어서야 했다. 단순히 공산권의 물건을 자본주의권에서 사줄 필요가 있느냐는 적대적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동권에서는 이스라엘 물건을 사면 안 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유태인이기 때문에 스타벅스 커피를 팔아주면 그 돈이 이스라엘로 들어가 팔레스타인인을 죽이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물건은 만든 사람의 정신과 같이 팔린다. 서로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나라에 물건을 파는 무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장에 가서 뭔가를 살 때 무심결에 원산지에 Made in France가 찍혀 있을 때와 Made in China가 찍혀 있을 때 받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다행히 이제는 세계시장에서 Made in Korea도 제법 먹힌다. 빨리빨리, 대충 적당히, 유연하게, 폭탄주처럼 화끈하게,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처럼, 학교 우등생처럼 영리하게, 전쟁을 극복한 사람처럼 처절하게, 유태인도 물리칠 만큼 영악하게, 안 되면 되게 하라, 일본인을 게으른 민족으로 보이게 한 것 등이 한국사람의 정신세계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외국사람들도 이제는 한국제품을 믿을 만하다고 인정한다.

 

이상, 물건은 만든 사람의 정신과 같이 팔린다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