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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케빈에 대하여 빌리 엘리어트 보이후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케빈에 대하여 빌리 엘리어트 보이후드

 

[케빈에 대하여], [빌리 엘리어트], [보이후드] 이 세 편의 영화는 모두 소년의 성장기를 다루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동시에 부모가 자녀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조명하고 있다. 하긴 자녀와 부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니 당연한 일이다.

 

자녀의 성장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은 실로 어머어마해서 자식의 생과 사를 가르기도 한다. 더욱이 부모라고 해서 정신적인 면에서든 생활적인 면에서든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에서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도 아니어서, 그 미숙함과 부족함으로 인해 빚어지는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케빈에 대하여 빌리 엘리어트 보이후드

 

예를 들어 [케빈에 대하여]의 엄마 에바(틸다 스윈튼)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태어난 아들 케빈(에즈라 밀러)에게 모성애를 바탕으로 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지 못한 대가를 스스로 톡톡히 치른다.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 재키(게리 루이즈) 혼자 아들 빌리(제이미 벨)를 키우는데, 궁핍한 삶에 허덕이느라 아들의 심중을 전혀 들여다볼 새가 없다. 그리고 [보이후드]에서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은 친부모가 이혼 후 재혼, 삼혼까지 하느 바람에 여러 명의 부모와 살게 되는데, 그런 혼란 속에서 자란 아이가 과연 부모를 사랑할 수 있을까 싶지만 실제 상황은 또 예상과 달라서 사랑의 질과 양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사실 이 영화 세 편은 모두 하나하나 따로 리뷰를 해야 할 만큼 뛰어난 작품들이지만, "소년의 성장, 그리고 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를 주제로 해서 간략히 소개해 본다.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케빈에 대하여 빌리 엘리어트 보이후드

 

케빈에 대하여(2011년) 린 램지 감독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케빈(에즈라 밀러)과 에바(틸다 스윈튼)는 서로에게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모자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낳은 아들을 사랑하기 힘들었던 에바는 자신의 더없이 자유로웠던 삶이 케빈으로 인해 다 무너져 버렸다고 생각하는 엄마다. 그런 속마음을 아는 듯 케빈은 아기 때부터 엄마를 힘들게 하고 서너 살쯤 되면서부터는 비웃는 듯 엄마를 바라보는 눈빛이 도저히 아이의 것이라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다. 

 

점점 자라면서 엄마를 괴롭힐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마다 않는 케빈과 그런 케빈을 사랑하지 못하는 에바를 통해 영화는 엄마의 <모성애란 타고난 것인가?>와 <싸이코패스 성향은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그렇게 길러지는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케빈이 애착성향이 강한 아이로 자란 것은 타고난 성향이 그러했을 수 있겠지만, 엄마의 사랑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록 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다 해도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면 그 성향이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까지 지닌 케빈은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줄 때 아빠가 나타나자 아이답지 않은 단호한 표정으로 나가달라고 말한다. 엄마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아빠에게 적개심을 보이는 것이다. 

 

동화책을 읽어준 그 짧은 시간은 엄마가 그에게 베풀어준 사랑의 모든 것이었다. 그때 엄마가 읽어준 동화책이 로빈훗이었는데, 그는 거기서 영감을 받은 듯 활쏘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결국엔 그 화살로 엄마를 제외한 아빠와 여동생, 그리고 자신이 다니는 학교 학생들까지 죽이는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지르기에 이른다. 

 

 

케빈의 입장에서만 생각해 본다면 아기 때부터 엄마의 사랑에 얼마나 목말랐던가 싶어 안타까운 심정도 든다. 세상에 오직 한 사람, 엄마의 사랑만 있으면 되는데, 바로 그 엄마가 자신을 마음속으로부터 진저리칠 만큼 거부하고 있으니 가슴에 증오의 씨앗이  심어진 것이리라. 그로 인해 결국엔 아빠와 여동생말고도 여러 사람들 죽이게 되기까지 그의 삶은 얼마나 암흑 같았을까?

 

하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이의 탄생을 원치 않았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케빈처럼 군다면 도저히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지 않다. 그렇다 해도 어디선가 매듭을 풀거나 전환점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은 어찌됐든 오로지 엄마 몫이 아닐까? 부모에게 의존해서 살 수밖에 없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말이다. 

 

 
그러니 남녀 구분할 것 없이 어른이 되는 것, 특히 부모가 되는 것의 책임감을 결코 가벼이 생각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더불어 태교의 중요성도 깨닫게 된다. 태교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기의 탄생을 진정으로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상태를 말한다. 스스로 선택해서 부모가 원치 않는 탄생을 한 것도 아닌데, 그 대가를 아이가 치러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다.

 

사랑과 증오는 동전의 양면일 것일까? 에바와 케빈 두 모자의 서로를 향한 증오의 뿌리는 사랑이었던 걸까? 너무나도 엄청난 사건을 겪은 후에야 자신을 죽어라 증오하는 아들을 진정어린 마음으로 품고자 하는 엄마 에바다. 그리고 엄마를 죽도록 미워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너무나 큰 엄마에의 사랑과 열망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아가는 아들 케빈이다.

 

린 램지 감독은 "여성으로서 아이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그러다가 내 아이가 안 좋은 아이로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근원적 두려움이 나의 내면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영화를 통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틸타 스윈튼은 아들과의 힘겨운 대결(?)로 인해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텅 빈 모습의 엄마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해 주었다. 

 

 

빌리 엘리어트(2000년) 스티븐 달드리 감독 제이미 벨 줄리 월터스 게리 루이스

 

영국 북부 탄광촌에 사는 11세 소년 빌리(제이미 벨)는 남자라면 복싱을 배워야 한다는 아버지 재키(게리 루이즈)의 말에 따라 매일 오가는 체육관에서 우연히 여학생들이 발레 수업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는 재미삼아 토슈즈를 신은 여학생들 뒤에서 그 동작을 따라하는데, 그런 빌리에게 재능을 발견한 발레 선생님 윌킨슨 부인(줄리 월터스)은 그에게 특별수업을 해줄 뿐 아니라 로얄발레학교의 오디션을 보라는 권유까지 한다.

 

하지만 발레는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며 반대하는 아버지 몰래 신나게 춤을 추던 어느 날, 빌리는 불쑥 체육관에 찾아온 아버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향해 어려운 길을 가리고 결심한 빌리이자만, 막상 오디션을 보러 가야 하는 날 노조지도부인 형 토니가 경찰에 체포돼 꿈이 무산되고 만다. 윌킨슨 선생님은 빌리의 아버지와 형을 설득해 빌리가 뒤늦게라도 오디션을 보러 가게 하려고 하지만 두 사람은 선생님이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

 

 

발레수업은 포기했지만 춤을 포기할 수 없었던 빌리는 크리스마스날 밤 권투도장에서 친구 마이클에게 발레를 가르쳐주다가 아버지에게 들키고 만다. 그 순간 빌리는 기죽기는커녕 도발하듯 당당한 모습으로 아버지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본 아버지는 빌리의 재능을 깨닫게 된다. 그 후 아버지는 180도 변한 모습을 보이며 빌리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다.

 

엄마의 사랑은 받지 못하고 자랐지만 할머니, 아버지, 형의 사랑은 빌리에게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준다. 가족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그리고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아버지와 함께 로열발레스쿨의 면접시험을 보러 간 빌리는 극도로 긴장한 가운데에서도 “춤을 출 때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다”는 말을 하여 심사위원들을 움직여 합격통지서를 받는다.

 

시간이 흘러 아버지와 형 토니는 빌리가 주연을 맡은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러 오고, 그들이 감격스럽게 지켜보는 가운데 빌리는 무대에서 화려한 도약을 선보인다. 신파를 넘은 위대한 감동. 하늘을 향해 한 마리 백조처럼 찬란하게 날아오르는 빌리의 모습은 몇 번을 봐도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특히 엔딩의 마지막 씬은 그 장면 하나를 보기 위해 긴 시간을 영화에 바쳐도 전혀 아까울 것 없는 감동을 준다. 

 

뒤늦게나마 빌리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파업도 뿌리치고 배신자 소리마저 감수한 아버지도 고맙고, 피붙이도 아니면서 빌리의 재능을 남몰래 갈고 닦아 빛나게 해준 윌킨슨 선생님도 너무 고맙다. 탄광촌 출신 소년이 편견에 맞서 발레의 꿈에 도전한다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이 영화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내용의 성장담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작품 중 하나이며 뮤지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보이후드(2014년)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퀘트

 

여섯 살인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와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싱글맘인 올리비아(패트리샤 아케이트)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아빠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는 1주일에 한 번씩 들러 메이슨과 ‘사만다’를 데리고 캠핑을 가거나 야구장에 데려가며 친구처럼 놀아주곤 하지만 함께 살지는 못한다. 게다가 엄마의 일 때문에 친구들과 헤어져 계속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메이슨은 외로운 나날 속에서 점차 성장해 나간다. 
 


[보이후드]는 특이하게도 12년 동안 같은 배우, 제작진들과 함께 한 소년이 어른으로 자라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6세 소년 메이슨이 18세가 되기까지의 12년 동안 그와 그의 가족들이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인생과 일상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다룬다. 영화는 그가 성장하는 시간을 따라가며 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마치 메이슨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주연 배우들인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케이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를 비롯한 제작진은 12년 동안 매년 만나 약 15분씩의 분량을 촬영했다고 한다. 수많은 기억의 조각들로 이뤄낸 특별한 성장기 [보이후드]다.

 

 

메이슨 주니어에게는 친부모 외에도 여러 명의 부모가 있다. 당연히 친형제자매가 아닌 의붓형제자매와도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혼란 속에서도 부모들은 각자의 역할을 다한다. 자신들의 삶 또한 힘겹기 짝이 없지만,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주고, 대화를 나누고, 함께 캠핑도 하면서 같이 살지는 않아도,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을 짧아도 마음껏 사랑을 퍼붓는다.

 

흔히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오래 함께 있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짧은 시간이나마 그 시간을 온통 그 아이만을 위해 쏟는 것이 좋은가 하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른바 사랑의 양이 중요한가 아니면 사랑의 질이 중요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사랑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서도 아내와는 이혼했지만 1주일에 한 번 만나 아이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애쓰는 아빠를 보면서 매일 한집에 살면서도 아빠 얼굴 한번 제대로 보기 힘든 집도 많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어쩌면 부모와 질적인 사랑을 나누는 데 있어서는 메이슨 주니어 남매가 더 나은 삶을 사는 게 아닌가 여겨졌다.            

 


  

귀여운 6세 소년이 1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면서 어느덧 수염이 거뭇거뭇한 18세 청년이 되었다. 그 사이에 씨실과 날실로 짜인 한폭의 인생이라는 그림 속엔 너무나 많은 사연들이 담겨 묵직하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지만, 그렇다 해도 절대 자책하지 않는 그들의 당당함과 의연함이 보기 좋다.

 


 

자라면서 뭔가 잘못돼 어른들(주로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지만)에게 야단을 맞거나 싫은 소리를 듣게 되면 다 아이들 잘못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 보니 그 대부분이 어른들 잘못인 것을 알게 된다. 아이들을 잘 기르려고 남다른 노력을 하는 부모든, 방치 혹은 학대를 하는 부모든 마찬가지다. 잘못된 방식으로 강요를 하거나, 통제를 하려 들거나, 간섭을 할 참이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방치하라는 게 아니다. 방목하면 된다.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다가 필요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는 것이다. 

 

이 세 편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하나같이 자연스럽게 자라지 못하고 어떤 의미로든 부모를 포함한 어륻들의 희생양이 된다. 다행인 것은 지혜로운 어른들도 있어서 올바른 성장의 길로 이끌어준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랑으로 말이다. 나이만 먹은 어른이 아니라 그 나이만큼 성숙하고 세상의 이치를 아는 어른들이 필요하다. 어떤 부모, 어떤 어른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무섭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어른이어야 한다.

 

이상,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케빈에 대하여 빌리 엘리어트 보이후드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