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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다산 정약용이 들려주는 독서교훈 5선

다산 정약용이 들려주는 독서교훈 5선

 

칠흑같이 어두운 봉건시대에 실낱 같은 한 줄기 민중적 의지로 75년을 치열하게 살다 간 다산 정약용은 먼 바닷가로 유배당해 18년간을 중죄인으로 지내는 동안에도 다방면으로 올곧은 생각을 나누고자 두 아들과 형님, 친지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박석무 교수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 그 내용을 편역해 담았습니다. 

 

다산이 학연, 학유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다산 정약용이 들려주는 독서교훈 5선]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독서의 참뜻을 알려주는 더없이 소중한 깨우침이 될 것입니다.

 

다산 정약용이 들려주는 독서교훈 5선

 

 1  오직 독서만이 살아나갈 길이다

 

누대에 걸친 명문가 고관들의 자제들처럼 좋은 옷과 멋진 모자를 쓰고 다니며 집안 이름을 떨치는 것은 못난 자제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너희들은 망한 집안의 자식들이다. 그러므로 더욱 잘 처신하여 본래보다 훌륭하게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기특하고 좋은 일이 되지 않겠느냐?

 

폐족(廢族)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하는 것 한 가지밖에 없다.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 아니라 호사스러운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이 그 심오함을 넘겨다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벼슬하는 집안의 자제로서 어려서부터 듣고 본 바도 있는데다 중년에 재난을 만난 너희들 같은 젊은이들만이 진정한 독서를 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다. 그네들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뜻도 의미도 모르면서 그냥 책만 읽는다고 독서를 한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이 들려주는 독서교훈 5선

 

 2  세상을 구했던 책을 읽어라

 

요즈음 한두 젊은이들이 원(元) 명(明) 때의 경조부박한 망령된 사람들이 가난과 괴로움을 극한적으로 표현한 말들을 모방해 절구(絶句)나 단율(短律)을 만들어 당대의 문장인 것처럼 자부하며 거만하게 남의 글이나 욕하고 고전적인 글들을 깎아내리는 것은 내가 보기에 불쌍하기 짝이 없다.

 

반드시 처음에는 경학(經學) 공부를 하여 밑바탕을 다진 후에 옛날의 역사책을 섭렵하여 옛 정치의 득실과 잘 다스려진 이유와 어지러웠던 이유 등의 근원을 캐볼 뿐 아니라 또 모름지기 실용의 학문, 즉 실학(實學)에 마음을 두고 옛사람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세상을 구했던 글들을 즐겨 읽도록 해야 한다. 마음에 항상 만백성에게 혜택을 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만물을 자라게 해야겠다는 뜻을 가진 뒤라야만 바야흐로 참다운 독서를 한 군자라 할 수 있다.

 

 

 3  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무릇 남자가 독서하고 행실을 닦으며 집안일을 보살필 때는 응당 거기에 전념해야 하는데 정신력이 없으면 아무 일도 되지 않는다. 정신력이 있어야만 근면하고 민첩할 수 있고, 지혜도 생길 수 있고, 업적도 세울 수 있다. 진정으로 마음을 견고하게 세워 똑바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태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대하여 깨달은 바가 무척 많은데 마구잡이로 읽어내려가기만 한다면 하루에 백 번 천 번을 읽어도 읽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나면 그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하여 그 근본뿌리를 파헤쳐 그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날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읽는다면 수백 가지의 책을 함께 보는 것이 된다. 이렇게 읽어야 읽은 책의 의리(義理)를 훤히 꿰뚫어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니 이 점 깊이 명심해라.

 


 4  독서의 참뜻

 

내가 너희들의 의중을 짐작건대 공부를 그만두려는 것 같은데 정말로 무식한 백성이나 천한 사람이 되려느냐? 청족으로 있을 때는 비록 글을 잘하지 못해도 혼인도 할 수 있고 군역도 면할 수 있지만 폐족으로서 글까지 못한다면 어찌 되겠느냐? 글 하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배우지 않고 예절을 모른다면 새나 짐승과 하등 다를 바 있겠느냐?


폐족 가운데 왕왕 기재(奇才)가 많은데 이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고 과거공부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과거에 응할 수 없게 됐다고 해서 스스로 꺾이지 말고 경전 읽는 일에 온 마음을 기울여 글 읽는 사람의 종자까지 끊기게 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5  사람과 짐승의 차이

 

번쩍번쩍 빛나는 좋은 의복을 입고 겨울에는 갖옷에 여름에는 발 고운 갈포옷으로 종신토록 넉넉하게 지내면 어떻겠는가? 그것은 비취(翡翠)나 공작, 여우나 너구리, 담비나 오소리 등속도 모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향기 풍기는 진수성찬을 조석마다 먹으며 풍부한 쇠고기 양고기로 종신토록 궁하지 않게 지내면 어떻겠는가? 그것은 호랑이나 표범, 여우나 늑대, 매나 독수리 등속도 모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러나 독서 한 가지 일만은 위로는 성현(聖賢)을 뒤따라가 짝할 수 있고, 아래로는 수많은 백성들을 길이 깨우칠 수 있으며, 어두운 면에서는 귀신의 정상(情狀)을 통달하고 밝은 면에서는 왕도(王道)와 패도(覇道)의 정책을 도울 수 있어, 짐승과 벌레의 부류에서 초월하여 큰 우주도 지탱할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해야 할 본분인 것이다.

 

맹자는 “대체(大體)를 기르는 사람은 대인(大人)이 되지만 소체(小體)를 기르는 사람은 소인(小人)이 되어 금수에 가까워진다” 하였으니, 만약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에만 뜻을 두고서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치려고 한다면 죽어서 시체가 식기도 전에 이름은 벌써 없어지는 자가 될 것이니, 이는 금수일 뿐이다. 금수와 같은데도 원할 것인가.
 

이상, 다산 정약용이 들려주는 독서교훈 5선입니다. 도움이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