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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고수와 엄기준을 통해 본 사람 얻는 법

흉부외과 고수와 엄기준을 통해 본 사람 얻는 법

 

흉부외과 고수와 엄기준을 통해 본 사람 얻는 법

 

새로운 의학드라마가 다시 시작됐다. SBS 수목드라마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사람들]이다. 흉부외과라면 당연히 '심장을 치료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맞을 텐데, 뜻밖에도 '심장을 훔친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으니 의아하다. 

 

흉부외과 고수와 엄기준을 통해 본 사람 얻는 법

 

그런데 실제로 드라마 1회에서 태산병원 흉부외과 펠로우 박태수(고수)는 헬리콥터로 이식수술용 심장을 이송하던 중 병원에 도착하지만, 수술실 문 앞에서 느닷없이 발길을 돌려 심장이 담긴 박스를 들고 병원을 나가 어디론가 차를 타고 달려간다. 말 그대로 심장을 훔친 것이다.

 

아마도 그 어딘가에 심장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해 본다. 그리고 그 또 다른 사람이란 그 후의 드라마 전개를 보건대 아무래도 태수의 어머니일 것 같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말이다.    

 

 

한편 태수가 이식할 심장을 훔쳐 달아난 것을 알게 된 흉부외과 부교수 최석한(엄기준)은 황망한 표정으로 다급히 태수에게 전화를 걸어 "좀 늦는 건 괜찮다. 지금 오고 있는 거냐"고 물으며, "이 수술만 성공하면 다 끝난다. 우리가 염원한 것들 다 가질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그 심장을 가지고 돌아오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태수는 냉정한 얼굴로 차갑게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 원한 거였겠지"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린다.

 

 

누구의 심장인들 소중하고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만은, 석환이 이번에 행하는 심장이식수술의 대상은 다름 아닌 대통령 후보 한민식이다. 그러니 태수의 이런 행동이 태산병원은 물론 심장이식수술에 관한 한 최고의 명의로 알려진 집도의 석한을 어떤 궁지로 몰아넣게 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태수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 원한 거였겠지"라는 말로 추측해 보건대, 석환이 겉으로는 호의와 믿음과 사랑을 주는 척하면서 그저 태수를 이용해 왔던 것일까? 왜냐하면 현재 상황은 석환이 태수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전폭적인 도움을 준 사람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심장을 훔쳐들고 도망치는 의사와 그 심장으로 시간차 없이 이식수술을 시도하려 했던 의사들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다음 순간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수는 증산대학병원에서 전공의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의 어머니(이덕희)가 응급실로 실려온다. 아들이 의사가 됐는데도 그 동안 아들을 공부시키느라 해오던 밥배달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던 중 쓰러진 것이었다.

 

 

그 와중에 아이의 심장수술을 하던 중 의료사고를 일으킨 흉부외과 교수 황진철(조재윤)은 그 사고를 숨기고 넘어가려고 전전긍긍하면서 태수에게도 "이번 한 번만 넘어가자. 나 반성 많이 하고 있다"며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입다물어 줄 것을 종용한다. 하지만 태수는 수술 당시의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로 인해 황교수는 수술 정지 3개월 처분을 받게 된다.

 

 

바로 그 시각, 태수 어머니는 CT 촬영 결과 곧 수술을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태수는 어머니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조금 전 자신이 황교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도 생각 못한 채 그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고 어머니 수술을 해달라며 애원하고, 자기가 교수님 의료사고 사실을 밝힌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 줄 미처 몰랐다며 스스로 자기 뺨을 철썩철썩 때려가며 호소한다. 그러나 태수 때문에 수술 정지 처분을 받고 이를 갈고 있던 황교수인지라 그 애원과 호소를 들어줄 리 없다.

 

중산대학병원에서는 수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태수는 다급히 이 병원 저 병원에 전화를 걸어 수술해 줄 의사를 찾지만, 어느 병원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려던 순간 태산대학병원 석한이 돌리고 간 명함을 보고 전화를 건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그로부터 수술을 해주겠다는 답을 듣는다.

 

 

하지만 구세주라도 만난 듯 어머니의 위급상황을 가까스로 넘겨가면서 병원에 도착하고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석한은 자기 병원 내에 급한 응급환자 수술이 있어서 어머니의 수술을 해줄 수 없다며 차갑게 돌아선다. 태수는 “그딴 소리 듣자고 여기까지 온 줄 알아! 우리 엄마 죽으면 니들도 다 죽어!"라고 소리치고, "니들이 의사야! 그러고도 의사야! 닥치고 당장 수술해!“ 하며 절규한다. 

 

결국 석한은 마음을 바꿔 병원장 윤현일(정보석)이 부탁한 환자를 두고 태수 어머니 수술부터 먼저 한다. 다행히 무사히 수술이 끝나고, 태수는 어머니를 살려준 석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그로부터 5개월 뒤 태수는 흉부외과 전문의 시험 전국 수석자격으로 태산병원 흉부외과 임상강사 면접을 보고 같은 대학 출신인 석환의 도움으로  태산병원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지방 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남들은 1, 2년 하는 펠로우를 4년째 하며 현대판 노예 같은 날들을 견디고 있는 그다. 

 

그러던 중 태수는 뇌경색과 심내막염으로 폐색이 짙은 구희동(안내상) 흉부외과 과장의 환자를 리스크가 높은 것을 알고서도 수술하려 하고, 이를 알게 된 석한은 "운이 좋아서 수술에 성공하더라도 구교수는 자네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자신이 포기한 환자를 살려낸 팰로우를 두고 볼 교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환자가 사망하면 자넨 끝이야. 결국 자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라며 섣부른 행동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러자 태수는 4년 전 석환이 자기 어머니를 수술해 준 이야기를 하며 “제 어머니를 살려주셨을 때 얻으신 건 뭡니까? 병원장님이 반대한 수술을 하셨는데요?”라고 진지하게 묻고, 석한은 물끄러미 태수를 바라보며 “자네를 얻었지“라고 대답한다. 

 

극도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자신의 불익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석한이 사람을 얻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귀히 얻은 태수의 마음을 왜 돌아서게 만들었는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태수가 황교수에게 한 일은 물론 그에겐 치명타였다. 하지만 태수가 뭔가 보복을 하려고 했던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저 쉬쉬하고 넘어가려는 의료사고를 밝히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뿐이다. 그러니 황교수는 태수가 한 일로 인해 증오에 가까운 분노를 느꼈더라도, 아니, 그 이전에 그 일이 백 퍼센트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것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였더라면, 그래서 결코 내키는 일은 아니었겠지만 통크게 태수 어머니의 수술을 맡아 해주었더라면 자신을 평생의 은인으로 여길 태수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런 사사로운 감정을 따지기 전에 죽어가는 환자가 눈앞에 있다면,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옳다. 나무만 보면 시야가 좁아지지만 숲을 보면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는 법이다. 한 인간으로서도, 또 의사로서도 황교수는 너무 속좁고 근시안적인 짓을 한 셈이다. 이래서는 사람을 얻을 수 없다.   

 

 

배부를 때 차려준 진수성찬보다 목마를 때 건네준 물 한 잔이 더 뼈에 사무치도록 고마운 법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나가는 사람들에겐 뭐든 더 못해 줘서 안달을 하면서도 궁지에 몰린 사람은 거들떠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니, 거들떠보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 기회를 이용해 아예 짓밟아버리려고 나서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 인(因)과 연(緣)이 어떤 형태의 인과응보로 돌아올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길 없다는 것을 차라리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이상, 흉부외과 고수와 엄기준을 통해 본 사람 얻는 법입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