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달콤한 인생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이 빚어낸 비극

이병헌 달콤한 인생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이 빚어낸 비극

 

이병헌의 [달콤한 인생](김지운 감독)은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린 마음 한자락, 이루어질 수 없는 그 달콤한 꿈에 덧없이 추락해 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처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2005년에 상영됐으니 10여 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긴 영화인데, 당시의 이병헌 모습과 요즘 tvN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에게서는 의아하리만큼 세월의 괴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나이가 거의 스무 살이나 차이나서 장차 연인이 될 김태리와의 케미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은 것 같은데, 약간 애송이(?) 티가 나는 10여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면 김은숙 작가가 예상한 대로 드라마를 잘 이끌어나갈 거라고 믿어진다.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개인적인 불미스러운 일을 차치한다면, 연기력 하나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달콤한 인생]에 함께 출연한 명품배우 김영철황정민조차 병풍으로 만들어버리는 괴력의 이병헌이다.  

 

이병헌 달콤한 인생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이 빚어낸 비극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것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다."

 

[달콤한 인생]의 오프닝 멘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여인의 향기에 짧은 순간 마음이 움직인 탓에, 일생일대의 목숨을 건 투쟁을 벌여야 했던 한 남자의 스토리를 다 보고 난 후라면, 너무나도 아련하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선문답이다. 영화 속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꾼 대가가 달콤하기는커녕 너무나도 잔혹하고 혹독했기 때문이다. 

     

이병헌 달콤한 인생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이 빚어낸 비극

 

보스(김영철)의 명령에 어떤 의문도 품어본 적 없는 부하 이병헌은 보스의 부탁으로 그의 애인을 감시하던 중, 그녀에게서 난생 처음 느껴보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그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이병헌이 자신의 애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을 눈치챈 보스는 남자로서의 모욕감을 느낀다. 조직은 보스의 명령에 따라 이병헌을 적으로 돌리고, 이병헌은 그로서는 느닷없다고 여겨질 수밖에 없는 보스와 조직의 공격에 전 생애를 건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멜로도 아닌 느와르 액션에 붙은 [달콤한 인생]이라는 제목은 이처럼 달콤한 한순간을 맛본 대가로 정점에서 추락해 버린 한 남자의 인생을 역설적으로 상징하고 있다.

 

그런데,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것은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사랑 싸움이 아니라, 남자로서의 '가오' 싸움이다. 보스와 부하, 두 사람 다 '가오'가 서지 않는다고 여겨지자 물불 가리지 않고 투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것이다. 보스는 찰나일망정 감히 자신의 애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이병헌이 자신한테 도전하는 것으로 여겼기에 그를 응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병헌은 이병헌대로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잠시 마음 한자락 흔들렸을 뿐인데 그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가혹한 것이 도무지 납득이 안 돼 억울하다.

 

 

그리하여 마침내 보스 대 부하가 아닌, 순수하게 '남자 대 남자'의 치열한 싸움이 앞만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폭주한다. 둘 중 하나, 아니면 두 사람 다 죽어야만 끝나는 싸움이다. 그러니 보스가 한 발 양보해 부하의 순간적인 일탈을 너그러이 보아넘겼더라면, 또는 부하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그것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이었을 뿐이라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용서를 빌었더라면 그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싸움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거라는 말은 부질없는 소리일 뿐이다. 이미 두 사람 다 상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칼에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리석은 것이 테스토스테론이 넘쳐 미친 듯이 돌진하는 남자의 속성이고, 혹여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해도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벼랑끝을 향해 질주하는 것이 남자의 특성이다. 그러니 누가 나서서 말린다고 해서 들을 리 없다.

 

이 남자들의 비정하고 비장한 세계를 김지운 감독은 마치 한 편의 시라도 읽어내려가듯 유려하게 그려냈다. OST인 유키 구라모토의 로망스(Romance) 또한 이 피튀기는 영화의 제목이 아이러니하게도 [달콤한 인생]인 것이 그리 의아할 것도 없다고 여기도록 만들어주었다. 영화의 엔딩 멘트와 함께 아름다운 선율의 사랑의 노래를 올려본다.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해 보면, 냉철하고 명민한 완벽주의자 선우(이병헌)은 '왜'라고 묻지 않는 과묵한 의리, 빈틈없는 일처리로 보스 강사장(김영철)의 절대적 신뢰를 얻고 스카이라운지의 경영을 책임지기까지 꼬박 7년이라는 세월을 바쳤다. 룰을 어긴 자는 이유를 막론하고 처단하는 냉혹한 보스에게는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젊은 애인 희수(신민아)였다. 그녀에게 젊은 남자가 생긴 것 같다는 의혹을 가진 강사장은 선우에게 그녀를 감시할 것과, 그것이 사실이면 처리하라고 명령한다.


희수를 따라 다니기 시작한 지 3일째, 선우는 희수와 남자친구가 함께 있는 현장을 급습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알 수 없는 망설임 끝에 두 사람을 놓아준다. 그것이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단 한순간에 불과했던 그 선택으로 인해 선우는 어느새 적이 되어버린 조직 전체를 상대로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대역 없이 직접 차고, 때리고, 맞고, 쏘고, 선우가 소화한 액션은 어떤 영화보다 다양하다. 카 스턴트용으로 엔진이 개조된 차량을 직접 몰아 시멘트벽을 뚫고 나오고, 맨주먹, 불붙은 각목, 시멘트 블록, 휴대폰 배터리, 권총에서 다연발 기관총까지 선우가 절박해질수록 그의 눈에 띄는 것은 모두 무기가 된다. 특히 러시아제 쉬테시킨, 스미스앤웨슨 38구경 리볼버 등 실제 총이 등장하는 총격전의 규모는 가히 놀랍다.

 

[달콤한 인생]은 남자들의 영화다. 보스 강사장, 보스의 절대적 신뢰를 받는 선우를 질투하며 끊임없이 견제하는 No.2 문석(김뢰하). 선우에게 단 한 번 갈굼을 당한 후 복수의 이를 가는 백사장(황정민). 권총밀매조직의 보스 태웅(김해곤), 태웅의 끄나풀 명구(오달수), 러시아인 조직원 미하일 등 선 굵은 배우들은 선우의 앞길을 가로막는 적들로 선우와 목숨을 건 전쟁을 치른다. 

 

이상, 이병헌 달콤한 인생 이루어질 수 없는 달콤한 꿈이 빚어낸 비극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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