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마더]에 나오는 여러 유형의 엄마들

 

드라마 [마더]에 나오는 여러 유형의 엄마들

 

 

뒤늦게 지난달 종영한 tvN의 드라마 [마더]를 몰아보기로 시청했다. 마더(mother), 엄마에 관한 이야기다. 마더라는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이 드라마에는 여러 유형의 엄마들이 나온다. 친엄마, 입양모, 또 보육원에서 엄마 역할을 하는 수녀님 등. 일본에서 같은 제목으로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가 원작이라고 한다.

 

"가족이란 누가 보지만 않는다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은 존재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가족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말로 표현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자신의 딸을 쓰레기통에 버린 엄마가 있다. 다행히 현실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고, 드라마 [마더]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말이다.

 

 

학교에서도 반 친구들에게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왕따를 당하던 딸 혜나를 철따서니없는 엄마는 더럽다면서 추운 겨울날 커다란 검은 비닐 쓰레기봉지에 담고 그 위에 쓰레기를 부어 대문 밖에 내놓는다. 동거남이 어린 혜나의 얼굴에 짙게 화장을 하고 붉은 립스틱을 발라주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휴지로 딸의 얼굴을 닦아주다가 더럽다고 화를 터뜨리며 그런 황당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동거남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한다. 동거남이 "이렇게 추운 밤에 바깥에 두고 가면 영화 보고 올 때쯤이면 죽어 있을 거야"라고 말하지만, 엄마는 죽어도 할 수 없다고 대답한다. 낳기만 했다고 엄마는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여주는 대목이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혜나는 다행히 임시로 담임을 맡은 선생님 수진에게 발견되어 함께 도망치게게 되고, 혜나의 친엄마 등 여러 사람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둘 사이를 갈라놓으려 해도 꽉 잡은 두 손을 놓지 않고 기어이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엄마와 딸이 되어간다. 어릴때부터 엄마와 엄마의 동거남들에게 줄곧 아동학대를 당하면서 살아온 혜나, 그리고 수진 역시 어린시절 엄마가 자신을 정애원이라는 곳에 버리고 간 것에 대한 가슴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혜나의 친엄마, 혜나의 입양모가 되는 수진 말고도 여러 엄마들이 등장한다. 그 엄마들은 친엄마라고 해서 꼭 자기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입양모라고 해서 아이를 덜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는 성숙한 사람만이 아이들이 마음놓고 믿고 따르는 부모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러 유형의 <엄마>에 대해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등장인물 소개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다. 먼저 혜나부터 살펴보자.

 

 혜나 또는 윤복(허율)    

 

 

혜나는 누가 묻기 전에 먼저 괜찮다고 말하는 아이다. 초등학교 1학년. 몸에는 언제나 상처가 있고 먹을것을 보면 눈을 반짝이고 전단지를 통해 한글을 배우며 밤에는 햄스터 ‘찡이’의 사육통을 들고 거리를 헤맨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 엄마가 종종 알 수 없는 화를 내며 혜나를 때리곤 하지만, 혜나는 엄마를 그 조그만 머리로 최대한 이해하려고 애쓴다. 엄마까지 없으면 세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에게 심하게 맞고 쓰레기봉지에 담겨져 바깥에 내버려진 추운 겨울의 그날 밤, 혜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엄마가 자신을 보호해 주는 존재이기는커녕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에 빠뜨릴지 모르는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을. 그래서 임시 선생님인 수진을 만나 함께 도망치면서 혜나라는 이름을 버리고 수진과 함께 지은 윤복이라는 이름을 택한다. 그리고 뒷날 친엄마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도 단호한 태도로 따라나서기를 거부하고 수진 곁에 머문다.  

 

실제 나이도 8살인 혜나 혹은 윤복 역의 허율은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마더]에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아직 어린 나이답지 않게 자기 삶의 희로애락을 세심하게 표현해 내는 것을 보면 앞으로 얼마나 큰 배우로 성장할지 절로 기대가 된다.

 

 수진(이보영) - 자신처럼 친엄마에게 버려진 아이를 입양해서 잘 키우려고 하는 엄마  

 

드라마 [마더]에 나오는 여러 유형의 엄마들

 

강원도 한 대학 조류학 연구실의 연구원으로 바다오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던 중 학과 통폐합으로 연구실이 폐쇄되자 인근 초등학교에서 과학전담교사로 일하게 된 수진이다. 철새들이 떠날 때쯤 아이슬란드 조류학 센터로 떠날 예정이다. 그런데 운명처럼 혜나를 만난다. 엄마에게 맞은 것을 감추고,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밤이면 혼자 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

 

혜나를 알아보았을 때 수진의 마음속에서 경고등이 울린다. ‘저 아이를 바라보지 마. 저 아이에게 다가가지 마. 저 아이는 네가 아니야, 너와 아무 상관 없어...’ 하지만 어린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은 기억을 성인이 되도록 떨쳐내지 못하고 있던 수진이기에 혜나를 본 순간, 어렸을 때의 자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고통에 빠져든다. 그리고 혜나가 엄마에게 버려진 날, 수진은 혜나를 데리고 도망치기기로 결심한다.

 

수진이 그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입양해서 잘 키워준 엄마 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엄마가 아니어도, 아니, 딸을 버린 친엄마보다 더 큰 사랑으로 입양한 딸을 길러준 의붓엄마 영심처럼만 할 수 있다면, 자신도 혜나를 얼마든지 잘 키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혜나를 데리고 도망친 수진은 그 후 갖은 고난을 겪다가 결국 혜나를 납치한 죄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혜나에 대한 접근금지를 선고받는다. 하지만 모든 형량을 채운 그녀는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기어이 혜나를 입양하는 데 성공한다.

 

이보영은 겉으로는 차가우면서도 마음속 따스함이 느껴지는 수진  역을 완벽하게 해낸다. 수진은 자신이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라는 트라우마를 엄마에게 버려진 혜나를 만나 사랑을 쏟으면서 치유해 나간다. 혜나 또한 수진에게 거의 맹목적인 사랑과 믿음을 보여줌으로써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수진의 마음을 풀어준다.  

 

 영신(이혜영) - 남편 없이 무려 딸 셋을 입양해서 큰 사랑으로 키우는 엄마  

 

 

60대의 아름답고 위엄있는 여배우. 배우생활을 하면서 남편 없이 혼자 몸으로 세 딸을 입양해 훌륭하게 키워냈다. 지극히 이성적이면서도 무조전적인 사랑이 넘치는 그녀는 강인함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딸들에게 최고의 집, 최고의 학교, 최고의 옷, 최고의 친구들을 곁에 있게 해주려고 한다. 특히 큰딸인 수진에게는 누구보다도 최고로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그녀다.

 

하지만 영신은 수진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스물다섯에 수진은 잠적해 버린다. 그로부터 얼마 후, 수진이 초췌한 얼굴로 나타나 돈을 부탁한다. 이번에야말로 절대로 수진을 놓치지 않겠다고 결심한 영신은 수진이가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딸을 데리고 있는 것을 알고 놀란다. 암으로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딸을 위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그녀는 어떤 친엄마라도 쉽게 해내지 못할 고난을 자처한다. 

 

강인한 모성애를 가진 엄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이혜영은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모든 엄마들이, 친엄마든 의붓엄마든 아니면 아이를 입양한 엄마든 이혜영이 보여주는 성숙한 마더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 속에서 좀더 밝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희(남기애) - 딸을 살리기 위해서는 남편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엄마

 

 

여섯 살 수진을 정애원에 버리고 간 친엄마다. 27년 전, 영신이 사는 동네 미용실에 취직했다. 한쪽 새끼 손가락이 없어서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마녀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착실히 일해 돈을 모았다. 그리고 원칙을 정했다. 절대 수진을 아는 척하지 않기.수진의 삶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기. 그녀는 아침저녁으로 수진이 학교에 오가는 것을 지켜본다. 그그리고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수진이 보이지 않았다. 10년 후, 조그만 여자아이를 데리고 다시 나타난 수진을 보고 그녀는 어찌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절대로 아는 척하면 안 되는데… 홍희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수진과 혜나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남편을 죽인 살인자다. 감옥에 가서 죽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영신과 함께 TV에 나온 딸 수진의 모습을 보고는 그 날부터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녀가 남편을 죽인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허구헌날 집에만 들어오면 마누라를 두들겨패는 폭력남편이었던 것이다. 이러다가는 결국 맞아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 그녀는 바다에 빠져 죽을 생각으로 바닷가로 가지만, 딸 수진이마저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할 수는 없기에 보육원 앞에 버려두고 온 후 남편을 죽이고 감옥행을 택한다. 여기에도 역시 아동학대, 가정폭력이 등장한다. 딸을 버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리고 싶어서 버릴 수밖에 없는 엄마의 심정을 여느사람들이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으랴. 

 

 자영(조성희) - 아무런 생각도 없이 낳은 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엄마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어 결국 방치하고 마는 혜나의 친엄마다. 서울에 살면서 혜나를 가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다가 결국 낳았다. 딸을 사랑하면서 힘겨운 날에는 미움이 앞섰다. 혜나가 없었으면 내 삶이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혜나 때문에 시골에서 썩고 있는 것 같아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동거남인 화물운전사 설악을 만나 같이 살게 되면서, 그녀는 딸을 돌보는 것보다 오직 설악의 사랑을 얻기 위해 발버둥친다. 혜나 때문에 설악이 자신마저 귀찮게 여기면 어쩌나 하고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종종 혜나를 때리고, 심지어는 추운 겨울날 혜나를 쓰레기봉지에 담아 집 밖에 내놓으면서도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한다. 

 

수진이 혜나를 데리고 도망친 후 경찰은 실종된 혜나의 행방을 찾고, 그녀 역시 궁지에 몰려 딸을 찾아나선다. 하지만 딸을 만나게 되고, 그 딸이 자기는 혜나가 아닌 윤복이라고 하면서 친엄마인 자신을 따라나서지 않자 혼란스러움과 분노를 느낀다. 낳기만 했지 엄마 자격이라고는 손톱만큼도 그녀와 동거남은 기회를 틈타 혜나를 납치해 온다. 그리고는 수진에게 혜나를 데려가려면 5억을 내놓으라고 한다. 납치범이 아이를 유괴해 간 뒤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일은 봤지만, 친엄마가 입양모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딸을 돌려줄 테니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드라마에서일망정 처음 접하는 일이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 외 엄마들 - 폭력의 대물림에 희생양이 된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들의 자식을 돌보는 엄마 

 

 

이 드라마에는 위의 엄마들 말고도 버려진 아이들을 잘 보듬어주는, 여느 엄마와 다를 바 없는 수녀님도 나온다. 그리고 혜나 엄마인 자영의 동거남인 설악의 엄마도 후반부에서 다루어지는데, 설악이 잔인하고, 절대 눈물을 안 흘리고, 마음이 황폐해진 이유는 바로 그 엄마에게 있었다. 설악이 혜나를 데리고 가엾은 동물을 다루듯 가지고 놀면서 울지 마라, 더럽게 하지 마라며 옷을 입은 채로 샤워기를 들이대곤 한 것은 모두 그의 엄마가 그에게 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자기가 겪어온 끔찍한 일을 그대로 혜나에게 행한 것이다. 폭력의 대물림이다.

 


 

이 드라마에는 아버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는 분명 엄마와 아버지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탓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폭력을 행사하는 어버지 또한 하나같이 가정폭력, 아동학대의 당사자들이다. 그들 역시 대물림되는 가정폭력의 희생양들이었던 것이다. 부모의 정신적 폭력, 신체적 폭력, 언어 폭력으로 인해 아이들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마음을 소유자로 자라게 되거나, 또 다른 폭력자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하지만 "신은 이 세상 모든 곳에 있을 수가 없어 대신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도 있듯이 친엄마든 의붓엄마든 입양모든 이성적이고 사랑이 가득한 엄마가 곁에 존재하는 한 아이들은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수진 역을 맡은 이보영은 인터뷰에서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입양 가정에 대한 편견이 많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외면하는 부모도 있는 반면에 아이에게 가족이 되어주는 따뜻한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입양가정이라는 이유로 동정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일반 가정처럼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 드라마 [마더]에 나오는 여러 유형의 엄마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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