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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세상

시대별 사회별 이상적인 인간형

시대별 사회별 이상적인 인간형

 

시대별 사회별 이상적인 인간형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사회마다 어떤 사람을 높이 평가하느냐의 기준은 저마다 다릅니다. 또 기술, 억양, 기질, 성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들을 단죄하거나 무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영원한 것도 아니고 보편적인 것도 아닙니다. 어떤 곳에서는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나 자질이 다른 곳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로 유명한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중에서 [시대별 사회별 이상적인 인간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여러 시대, 여러 사회에서  어떤 사람을 명예로운 사람으로 간주했는지,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시대별 사회별 이상적인 인간형

 

 기원전 400년 그리스 반도 스파르타

 

고대 스파르타 사회에서 가장 큰 명예를 얻었던 구성원은 남자, 특히 근육질에 싸움을 잘하고, (양성애적) 성욕이 왕성하고, 가족생활에 별 관심이 없고, 장사와 사치를 싫어하고, 전장에서는 특히 아테네인을 죽이는 데 열의를 보이는 남자였다.

 

스파르타의 투사는 돈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미용사와 연예인을 피했고, 처자식에게 감성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장터에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는 것 자체가 수치였으며, 심지어 셈을 할 줄 아는 것도 상업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져 경멸을 당했다.

 

스파르타의 모든 남자는 일곱 살 때부터 군인이 되는 훈련을 받았고, 병영에서 먹고 자면서 전투 연습을 했다. 결혼을 해도 아내와 집에서 같이 살지 않았으며, 자식을 낳기 위해 한 달에 하룻밤을 함께 할 뿐이었다. 약한 아이가 태어나면 황량한 타이게투스 산기슭에 내다버리는 것이 관례였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476-1096년 서유럽

 

로마제국 붕괴 후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 존경받는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모범으로 삼는 사람들이었다. 교회가 성직자로 여긴 이 사람들은 절대 무기를 들지 않았고, 다른 인간을 죽이지도 않았으며, 짐승을 죽이는 것도 피하려 했다.

 

성자들은 물질적인 부를 피했다. 그들은 집이나 말을 소유하지 않았다. 성 힐라리온은 가로 1.5미터 세로 1.2미터의 작은 방에서 살았고,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는 '가난 부인'과 결혼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추종자들과 함께 초벽으로 둘러싸인 오두막에서 살았으며, 탁자나 의자 없이 지내면서 바닥에서 잠을 잤다. 파두아의 성 안토니우스는 뿌리와 풀만 먹었다. 도미니쿠스 수도회의 창시자 성 도밍고 데 구스만은 부유한 상인의 집을 지날 때는 눈길을 돌렸다.

 

성자들은 성적인 감정을 억누르려 했으며, 신체적 절제를 극단으로 밀고 나가는 것으로 유명했다. 성 카시미르는 가족이 침대에 넣어준 처녀를 돌려보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미모와 향수로 그를 유혹하려는 여자와 탑에 갇혔지만 잠시 흥분읗 했을 뿐 곧 그녀를 밀어내고 신으로부터 '영원한 동정이라는 띠'를 받았다.

 

 

1096-1500 서유럽

 

1차 십자군 이후의 시기로, 이때는 기사(騎士, knight)가 서구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기사는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성에서 살았고, 침대에서 잠을 잤으며, 고기를 먹었고,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여기면 죽여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지 않을 때는 짐승에게 눈길을 돌렸는데, 장 드 그라이는 멧돼지를 4천 마리나 죽였다고 전해진다.

 

기사들은 또 능숙한 연인 노릇을 하여 궁정에서 여자를 유혹했으며, 이때 시를 세련되게 이용하기도 했다. 그들은 처녀를 특히 높이 쳤다. 기사는 돈에 관심을 가졌지만, 장사가 아니라 땅에서 나오는 돈만을 높이 쳤다.

 

그들은 말도 좋아했다. [정복되지 않은 기사]의 저자 구티에레 디아스 데 가메스는 "기사는 나귀나 노새를 타는 사람이 아니다. 기사는 약하고 소심하고 겁 많은 사람이 아니다. 기사는 강하고 힘이 넘치며, 담대하고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사에게 어울리는 짐승은 좋은 말밖에 없다"고 말했다.

 

 

 1750-1890 잉글랜드

 

이 시기에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신사'(紳士, gentleman)였다. 신사는 부유했고, 자신의 소유지를 관리하는 일 외에는 별로 하는 일이 없었으며, 장난삼아 산업이나 무역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상인이나 산업가 등 열등한 계급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려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들은 가족을 사랑해야 하고, 자식들을 산비탈에 버려 죽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했다. 그럼에도 시내에 정부(情婦)를 두는 것은 상관 없었다.

 

이 시대에는 늘쩍지근하면서도 우아한 모습을 멋지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머리 손질이 필수였기 때문에 이발소에도 정기적으로 드나들어야 했다. 체스터필드 경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신사의 대화는 '엉뚱한 열의'를 보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충고했으며, 또 신사라면 모름지기 우아하게 미뉴에트를 출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여자 옆에 앉게 되면 신사는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여자한테 둔감하거나 오만하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체스터필드 경

 

 1600-1960 브라질

 

아마존 북서부 쿠베오 부족에게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은 과묵하고(주절거리면 속의 힘이 다 빠져나간다고 생각했다), 춤을 추지 않고, 자식을 키우는 데 관여하지 않고, 무엇보다 재규어를 죽이는 데 능숙한 사람이었다.

 

지위가 낮은 사람은 낚시꾼으로 전락했고, 지위가 높은 사람은 사냥에 나섰다. 재규어를 죽인 사람은 그 이빨을 매단 목걸이를 걸었다. 재규어를 많이 죽일수록 부족의 추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추장은 재규어 이빨이 달린 커다란 목걸이를 걸 뿐 아니라 아르마딜로 허리따도 찼다.

 

여자는 밀림의 빈터에서 카사바 뿌리를 재배해야 했다. 이 부족의 남자들에게 아내가 카사바 뿌리로 음식을 만드는 일을 돕다가 들키는 것만큼 수치스러운 일은 없었다.

 

이상, 시대별 사회별 이상적인 인간형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