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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으로 보는 세상

[동조심리] 북적거리는 식당으로 발길이 가는 이유

 

연희동 사러가 백화점 쪽으로 죽 따라가다 보면 한식, 일식,

중식, 양식 할 것 없이 다양한 맛집들이 죽 줄지어 있다.

대부분 맛은 괜찮지만 가격은 약간 높은 편이어서 매일 먹기엔 좀 부담스럽다.
그래도 그 중 비교적 가격도 착하고 맛도 늘 변함이 없어서

점심시간이면 늘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국수집과 냉면집이 있다.
국수집은 특히 겨울에, 냉면집은 여름에 몇 미터씩은 기다려야만 들어갈 수 있고,
그렇게 기다렸다가 들어가서도 밖에 줄서 있는 사람들 생각하면

마냥 느긋하게 먹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후다닥 먹고 나와야 한다.

게다가 시간을 잘못 맞춰 가면 2,30분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그 금쪽같은 시간을 바쳐가며 다른 데로 안 가고

기어이 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남동에도 줄서서 기다리는 곳이 두어 군데 있다.

한 곳은 황태찜이 주메뉴인 집이고 또 한 곳은 수제고로케집이다.

특히 황태찜 집은 바로 그 옆식당은 텅텅 비어 있는데도 그 집으로는 안 들어가고 

아무리 줄이 길어도 무작정 이 집 앞에 서서 기다린다.

옆식당 문을 열고 들여다보고는 빈자리가 많은데도 도로 나와

길게 늘어선 줄 뒤로 가서 서는 심리 또한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덕분에 그 옆식당은 시쳇말로 파리만 날리다가 잊을 만하면 다른 음식점이 들어선다.

얼마 전에는 개그맨이 운영하는 치킨집으로 바뀌었다.

 

금세 먹을 수 있는 곳을 두고 굳이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러한 동조심리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이민규님은 <긍정의 심리학>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밀그램이라는 심리학자가 맨해튼 번화가에서 실험조수들에게

하늘을 올려다보게 한 후 그 곁을 지나가는 행인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한 명만이 올려다보고 있을 때는 지나가는 행인의 40퍼센트만이 머리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위를 쳐다보는 조수들이 늘어나자 하늘을 보는 행인들의 수도 늘어갔다.

다섯 명이 쳐다볼 때는 80퍼센트, 열다섯 명이 쳐다볼 때는 86퍼센트의 행인들이

무심코 주변사람들의 행동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분명하지 않을 때는 주변사람들을 관찰하여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노점상들이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바람잡이를 동원하는 것도,

북적거리는 식당은 더 북적거리고 썰렁한 식당은 갈수록 썰렁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고,

선거유세장에 동원하는 박수부대 역시 사람들의 그러한 동조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무려 160년 전에 벌써 영국에서는 가수들의 콘서트나 오페라 무대에 청중들의

갈채를 유도하는 박수꾼들이 동원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동조심리가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동조행동은 인간에게서만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동물들에게서도 먹이를 찾아 이동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일 때

집단적으로 이런 유사한 행동을 하는 것이 자주 관찰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찌르레기는 수만 마리가 큰 공처럼 뭉쳤다가 때로는 연기처럼 흩어져버린다.
이러한 동물들의 집단행동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이득이 있기 때문에 진화된 것 같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집단에서 이탈할수록 포획자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높아지기 때문이다.

 

 

 

 

유행을 따르는 행위건 소비행위건 아니면 사회규범을 무시하는 행위건

이렇게 맹목적으로 남을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많은 사람들이 다수대중에 동조함으로써 평범하게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하지만 남들과 같은 길을 가면 남들과 달라질 수 없다.

아무도 걷지 않는 길, 나만의 길을 가려면

먼저 맹목적인 동조자들의 특성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자긍심과 자신감이 부족하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다른 사람들에게 동조하는 경향이 심하다.

 

둘째, 애착욕구와 의존심이 강하다.

독립심과 자율성이 부족하고 남에게 의존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맹목적인 동조행동을 많이 한다.

 

셋째, 평가에 예민하고 인정욕구가 강하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비난에 대해 민감하고, 그들의 인정과 사랑을

추구하는 정도가 강할수록 동조하는 정도도 높아진다.

 

 


 

독자적인 사상가는 자기만의 언어를 갖고 있고,

뛰어난 과학자는 다른 사람과 다른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탁월한 경제적 업적은 모두 차별화의 산물이며

뛰어난 개인은 다수 대중과 다르게 행동한다.

 

쇼펜하워는 “우리는 다른 사람과 같아지기 위해 삶의 4분의 3을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맹목적인 생각으로 친구 따라 강남 가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살고 싶다면 다른 길을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