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과 떠나는 미국문학 여행 검은고양이 플루토와 여행하는 찰리

 

동물들과 떠나는 미국문학 여행 검은고양이 플루토와 여행하는 찰리

 

 

그 동안 집에서 기르던 반려견을 떠나보낸 것이 세 차례다. 중2 때 데려온 말티즈부터 고2 때 데려온 주먹만한 요크셔테리어까지 세 녀석 다 내 무릎팍에서 고히 눈을 감았다. 다행히 사고를 당하거나 하지 않고 모두 노환으로 자연사해서 눈앞에서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이 고마웠다.

 

개를 워낙 좋아해서 동물농장이며 개밥주는 사람 등  펫 관련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요즘 인기만점인 반려견 행동전문가들의 멋진 활약상에 환호하기도 하며, 특히 개인적으로 집안에서 수십, 수백 마리의 유기견을 기르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에 머리가 수그러지기도 한다. 반면에 갖가지 방법으로 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더 이상 기를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내버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는데, 영문도 모른 채 그런 꼴을 당하면서도 반항은커녕 아얏 소리 한 번 못하는 반려견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엄연한 생명체인 반려동물들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에게 화도 나고 말이다. 

 

동물들과 떠나는 미국문학 여행 검은고양이 플루토와 여행하는 찰리

 

그런데 얼마 전에는 어이없게도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일시 보호로 맡겨진 반려견을 실수로 안락사시키고, 이를 은폐하려고까지 한 정황이 드러나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짧은 여행으로 4살 된 말티즈 별이라는 이름의 반려견을 동물병원에 맡겼는데, 의사가 실수로 안락사를 시키고는 견주에겐 다른 강아지를 별이라고 하며 내주었다는 것이다. 

 

의사의 황당한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진 견주가 자초지종을 묻자 잠시 문을 열어놨는데 그 틈에 나갔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고 하니, 다른 사람도 아닌 동물병원 원장의 해명치고는 너무 치졸하다. 누구보다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동물병원 원장이어야 할 텐데 말이다. 견주는 결혼도 안하고 별이를 4년 동안 자식 이상으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키워왔는데 억울하고 분하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왜 안 그렇겠는가? 견주가 아닌 남이 들어도 소름이 오싹할 만큼 엄청난 일이 벌어졌으니 말이다.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

 

 

동물이라면 다 좋아해서 다시 태어난다면 수의사나 동물원 사육사가 되고 싶다는 바램을 가진 적도 있기에 동물들이 등장하는 책도 즐겁게 읽는 편이다. 특히 최근에 출간된 [검은고양이 플루토와 여행하는 찰리]는 동물들이 주인공인 등장인물들의 곁다리로 등장하는 정도가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 이름을 가지고 어엿한 등장동물로 활약하기에 더 흥미있게 탐독했다. 저자 카와시마 히로미는 미국문학을 전공한 교일본인 수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은 읽지 않았더라도 그 제목은 알고 있을 여섯 편의 미국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검은고양이]에 등장하는 플루토, 허먼 멜빌[백경]에 등장하는 흰고래 모비딕, 잭 런던 [황야의 부름]에 등장하는 썰매견 , 어니스트 헤밍웨이[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청새치, 존 스타인벡[찰리와 함께한 여행]에 등장하는 찰리, 워싱턴 어빙[립 반 윙클]에 등장하는 애완견 울프가 그 주인공이다. 하나같이 오랜 세월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명작들이다. 동물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특별히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을 터여서 작가와 더불어 등장동물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간략하게 포스팅해 보았다.

 

 

먼저 검은고양이 플루토.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에 등장하는 고양이다. 악귀의 심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에는 이른바 상식을 뒤엎는 힘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만취를 핑계로 고양이의 한쪽 눈을 도려내고, 지하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발에 엉겨붙는다고 해서 흥분해 도끼를 들고 고양이를 내려치려다가 아내를 죽이고 마는 주인공의 잔학한 행동엔느 뒤틀린 악귀정신이 깃들어 있다. 

 

보스턴에서 유랑극단 배우의 아들로 태어난 에드거 앨런 포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스 후 남부 상인의 아들로 들어가지만 음주와 도박에 빠져 양아버지와도 사이가 멀어진다. 편집일을 하면서 단편소설을 써서 새계를 꾸려나가지만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젊어서 죽은 아내는 병사하고 그 자신도 40세에 노상에 쓰러진 채 세상을 뜬다. 자신이 쓴 소설과 같은 인생이라고 회자될 만큼 기이한 생애였다고 할 수 있다.

 

 

모비딕은 허먼 멜빌의 [백경]에 등장하는 흰고래다. 이 흰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물어뜯긴 에이허브 선장은 '전 인류의 분노와 증오를 모두 쏟아붓고 말겠다!"는 결심으로 모비딕을 쫓는다. 이 거대한 밀향고래는 유벌나게 거대한 몸과 주름이 가득 잡힌 이마, 큰 혹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 때문에 멀리서도 알아볼 정도다. 

 

해양소설의 최고 걸작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장편소설 [백경]은 첫머리부터 비밀스러운 요소를 내포하고 있어서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소설임을 예감케 하는데, 뉴욕에서 태어난 멜빌은 무역상이었던 아버지가 파산한 후 사망하자 학교를 그만두고 은행원, 교사 등으로 일하다가 선원이 된다. "포경선이야말로 나에게는 예일대학이자 하버드대학이었다"는 [백경]의 주인공 이스마일의 대사는 멜빌 본인의 생각으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잭 런던의 [황야의 부름]에 등장하는 돌아간 썰매견 벅은 세인트버나드견인 아버지와 셰퍼드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개다. 밝은 태양이 비치는 널찍한 저택에서 자유롭게 자라 인간을 신뢰하는 강한 자부심과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지 벅에게는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평화가 일평생 보장된 듯했지만, 도박으로 돈이 궁해진 조수가 벅을 빼돌려 낯선 사내에세 팔아넘기면서 벅의 미래를 뒤바뀌고 만다. 그 후 파란만장한 시련을 겪으면서 점차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벅은 결국 잠들어 있던 본능에 따라 늑대떼에 합류한다. 

 

썰매견 사회의 경쟁에서 이기고, 지혜와 힘을 갖춘 용감한 리더가 되어 자유롭게 달려나가는 벅이 독자들 마음에 각인되는 매우 미국적인 소설을 쓴 잭 런던은 일종의 공상소설에 힘있는 문체와 사실적 묘사로 현실성을 부여하여 자연주의자인 동시에 로맨티스트였다고도 평가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청새치는 연보랏빛 거대한 꼬리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는 거대하고도 아르다운 은빛 물고기다. 노인이 바다에 나온 지 3일, 지쳐가기 시작할 즈음에 청새치는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유유히 헤엄쳐 나가면서 처음으로 그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먼저 죽을지 모를 치열한 사투가 이어지고, 노인은 몇 번이나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지만 마지막 힘을 짜내 결국 물고기 옆구리에 작살을 쑤셔박는다. 그리고 이 물고기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돌아가던 중 배를 습격한 상어와 맞싸우면서 청새치에게 동지애를 느낀다.

 

노인이 바다에서 겪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독자들은 오랜 사투 끝에 가지고 돌아온 것이 물고기의 잔재뿐이었다는 결론을 읽고도 그것이 허무한 노력이었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는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이다", "인간은 파멸당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아", "희망을 버리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라는 노인의 말들은 단순한 억지가 아닌 그의 진심이며, 노인에게서 대단한 용기와 숭고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노인과 바다] 이후 헤밍웨이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창작력도 떨어져 1961년 앵요하던 엽총으로 자살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맹렬한 모래바람 때문에 발생한 가뭄으로 오클라호마의 많은 농민들이 땅을 잃고 쫓겨나 온 가족이 국도 66선을 타고 캘리포니아를 향해 서쪽으로 이동하는 이야기를 담은 [분노의 포도]의 작가 존 스타인벡이 미국을 여행하면서 기행문이 [찰리와 함께한 여행]이다. 훗날 자신의 조국 미국에 대해 잘 모른다고 느낀 스타인벡은 '자기 집을 짊어지고 마음편히 사는 거북이처럼' 여행하기 위해 혼자 떠나기로 하지만, 홀로 떠나는 오랜 여행길의 쓸쓸함을 채워줄 길벗으로 찰리를 선택한다.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푸들 잉글리쉬 찰리는 누군가 차 가까이로 다가오면 사자처럼 짖어대기도 하는 듬직한 존재다. 하지만 함께 여행을 하는 사이에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애견에게도 다른 면이 있음을 알아가면서 스타인벡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취해서 한숨 잤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있었다---는 것이 워싱턴 어빙의 [립 반 윙클]의 스토리다. 립은 평소에도 이웃에게 친절했기에 부부싸움을 하면 마을 여인들이 모두 립의 편을 들 정도로 인기가 많고, 아이들은 립 주변에 모여들었으며, 립에게 짖어대는 개는 한 마리도 없었다. 이웃의 부탁은 흔쾌히 들러주면서 자기 집 일은 싫어해서 머리를 쓰거나 일을 하느니 배고픈 게 낫다는 사람이니, 함께 사는 아내 입장에서는 바가지를 긁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립의 아내는 아침부터 밤까지 립을 다그쳐댔고, 그런 립의 유일한 내 편이 애견 울프다.

 

늘 주인을 따르며 말 그대로 고락을 함께하는 애완견 울프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울프라는 용감한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겁쟁이라는 점도 주인인 립과 꼭 닮았다. 평소에도 잔소리 많은 아내에게 꼼짝 못하는 립과, 역시나 립의 아내 앞에서는 벌벌 기는 울프는 산으로 나갈 때만큼은 가슴을 활짝 펴고 의기양앙한 걸음걸이로 캐츠킬 산맥의 높은 봉우리에 올랐다가 하룻밤 사이에 독립전쟁이 발생하고,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은 자유로운 합중국이 바뀌는 놀라운 변화에 맞닥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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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동물들과 떠나는 미국문학 여행 검은고양이 플루토와 여행하는 찰리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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