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나랏님 연산군에게 검을 내리기로 결심한 홍길동(윤균상)

 

역적 나랏님 연산군에게 검을 내리기로 결심한 홍길동(윤균상)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는 사람사냥을 하는 연산군(김지석)의 광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사람사냥의 대상은 다름 아닌 백성들의 마음을 훔치는 홍길동(윤균상)입니다. 하늘에서 내린다는 임금인 자신보다 홍길동에게 백성들이 더 믿음을 보낸다는 것을 알고 분노한 연산군은 분노의 폭주를 시작하는데, 그것이 가히 싸이코패스를 연상케 하는 수준입니다. 보통 조선의 2대 폭군으로 광해군과 연산군을 일컫는데, 광해군이 이 말을 들으면 "저런 미친 연산군을 나와 더불어 폭군으로 싸잡아 부르다니, 억울하고 통탄스럽다"고 땅이라도 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하늘이 내린 아기장수의 힘을 가지고도 아직 전적으로 백성들을 위해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홍길동은 마침내 대신이며 양반이며 천민 할 것 없이 백성들을 벌레만도 못하게 여기는 연산군의 폭정에 대항하여  아부지, 제가 나랏님헌티 검을 받는 장수가 아니라, 장차 검을 내리는 사람이 되믄 어떻겄습니까?”라며 떨치고 일어납니다. 앞으로 홍길동이 어떤 방법으로 연산군에게 대적하여 백성들의 마음을 훔치는 대도(大盜)의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흥미롭습니다.    

 

역적 나랏님 연산군에게 검을 내리기로 결심한 홍길동(윤균상)

 

연산군은 홍길동에 대한 복수에 나선 참봉부인(서이숙)이 들려주는 어머니 폐비 윤씨의 서한에 적힌 글을 들으면서 눈물을 뚝뚝 흘린다. 특히 '백돌'이라는 어릴적 태명을 듣는 순간 오열을 금치 못한다. 세기의 폭군 연산군도 사약을 받고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간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은 억누를 길이 없었던 모양이다. 

 

가슴속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게 마련인 이런 측은지심이 있으면서도, 이런 마음이 오로지 제 피붙이나 특정인에게만 향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큰 문제다. 이 마음이 오히려 더 걷잡을 길 없는 복수의 염(念)을 불태워 갑자사화를 일으키게 만드는 불씨가 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피투성이가 된 채 체포돼 홍길동을 찾아간 연산군은 "네놈의 아비가 감히 내 어머니가 남긴 서한을 뺏어 주인을 겁박했다지? 이제 보니 네놈 뼈와 피에 능상이 새겨져 있구나. 내 네놈을 제일 먼저 죽여 능상척결의 본을 보여야겠다!"며 직접 칼을 뽑아 죽이려 한다. 

 

하지만 길동의 형 길현이 "어찌 전하의 손에 도적놈의 피를 묻히려 하십니까? 제가 대신 이놈을 죽이겠나이다"는 읍소에  연산군은 칼을 버리며 "지금부터 누구든 이놈을 불쌍히 여겨 물 한 모금이라도 주는 놈은 당장 하옥시켜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 홍길동 이놈을 여기서 서서히 말라주게 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뜬다.  

 

 

이어서 연산군은 아버지 성종의 두 후궁을 불러 자루 속에 집어넣고 미친 듯한 광기에 사로잡혀 몽둥이로 내리친다. 그리고는 피투성이가 된 자루 앞에서 헝클어진 머리를 한 채 "내 그 동안 궁 안에서 일어난 일은 궁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일렀지만, 오늘 일은 널리 알리도록 해라.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중신들도 알아야 할 것이야"라며 광기어린 눈빛을 번뜩인다. 

 

 

연산군이 불러들여 자루 속에 집어넣고 몽둥이로 내리친 두 후궁의 자식들이다. 잔뜩 겁을 먹은 이 둘에게 연산군은 몽둥이를 던져주며 "잡아라. 이 자루 안에 있는 물건들을 때려죽이지 않으면 내 네놈들을 때려죽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들은 감히 내 어머니를 참소시켜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암캐들이다! 그러니 자, 어서 암캐를 때려죽이거라! 어서 때려죽이지 못할까!"라고 소리친다. 

 

자식들에게 제 어미를 때려죽이지 않으면 너희들을 때려죽이겠다니, 말 그대로 미치광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연산군이다. 하 지만 거기가 끝이 아니다. 연산군은 폐비를 논할 때 참여한 재상과 궐에서 나갈 때 시위한 재상, 사약을 받을 때 참여한 재상들, 그때 옛일을 인용하며 일이 이리 되도록 한 자, 사약을 받을 때 명을 받은 자들을 모두 따로 분류해서 아뢰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세좌와 윤필상을 사사하고, 집이 있던 자리는 모두 파서 우물로 만들고, 귀양간 그들의 형제들도 모두 목을 자르라고 명령한다. 갑자사화의 피바람이 불어친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날로 기세가 등등해진 연산군의 폭정은 궐 밖으로까지 뻗어나간다. 백성들이 사는 곳을 사냥터로 만들어라, 만일 백성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두들겨패서라도 내쫓으라고 명령한 것이다. 그로 인해 나라 방방곡곡이 고통에 빠진 백성들의 곡소리로 가득차지만, 연산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욱 가관이다.

 

"나는 인간을 믿지 않는 인간이다. 또한 인간은 뼛속까지 사악한 존재임을 믿는 인간이다. 해서 그 인간을 다스릴 땐 폭력만이 유일한 길이라 믿는 정치인이다. 사람들은 내가 어린시절 어미를 잃고 정을 받지 못해 이리 된 것이라 쑥덕거리겠지. 물론 내 어미야 가엾지. 허나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난 오래 전부터 인간은 폭력을 써야 다스려지는 존재라는 것을 깨우쳤을 뿐이다. 해서 2천 년 전 공자나 맹자 따위가 지껄인 말로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설치는 이 나라 선비들이 무척이나 우스웠었지. 지켜보거라. 내가 어찌 나라를 다스리는지."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더니, 자신의 끝간 데 모를 사악함을 참으로 그럴싸하게 합리화하는 연산군이다. 

 

 

이후 연산군의 광기는 홍길동에게도 이어져, 연산군은 피범벅이 된 홍길동을 감옥에 가두고 그가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더욱이 홍길동을 자신의 사냥터에 데려다놓고 그에게 활을 쏘기도 하고, 도망치는 홍길동을 그물로 잡기도 하면서 차마 인두겁을 쓴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짓들을 계속한다.

 

한편 사람사냥을 즐기는 연산군이 쏘는 화살을 피해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치던 홍길동은 잃어버린 여동생 어리니를 만난다. 임금님이 무섭다며 눈물을 흘리는 어리니를 보고 분노하기보다는 오히려 측은함과 슬픔에 사로잡힌 홍길동은 마침내 아기장수의 힘을 되살려 폭군 연산군에게 대항하기로 결심한다. 

 

너무 높은 곳에 계셔서 까마득한 아래의 일을 보지 못할 뿐이라고, 알기만 하신다면 모든 것을 바로잡아 줄 것으로 믿었던 연산군의 사악함을 처절하게 깨달은 홍길동은 아버지 아모개를 떠올리며 "아부지, 제가 나랏님헌티 검을 받는 장수가 아니라, 장차 검을 내리는 사람이 되믄 어떻겄습니까?” 하고 떨쳐 일어난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산군과 홍길동의 대립으로 돌입한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홍길동이 연산군의 폭정에 삶의 터전마저 빼앗긴 채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가엾은 백성들을 위해 어떤 사이다 같은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이상, 역적 나랏님 연산군에게 검을 내리기로 결심한 홍길동(윤균상)이었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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