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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프리즌 또 하나의 세상을 지배하는 한석규와 맞짱뜬 김래원

 

프리즌 또 하나의 세상을 지배하는 한석규와 맞짱뜬 김래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많은 사람들, 특히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과 어울려 사는 데서 마음의 안정을 얻고 행복을 느낀다. 요즘은 혼밥, 혼술이 늘어나고 있다지만, 어쩔 수 없는 삶의 방편일 뿐, 평생 혼자만의 고독한 삶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즉 주변사람들과 자유롭게 살던 삶에서 격리시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벌이 되기 때문이다.

 

감옥에서조차 더 큰 응징은 독방으로 보내는 것이니, 여느사람들에게 있어 감옥은 지옥이나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싶다. 형무소라는 섬찟한 단어 대신 요즘은 교도소라는 순화된 말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감옥에 가는 것도 싫고, 감옥에 갔다 온 사람도 꺼리고, 아무튼 감옥과 관련된 것은 되도록 멀리하고 싶은 것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감정이다.

 

프리즌 또 하나의 세상을 지배하는 한석규와 맞짱뜬 김래원

 

그런데 그 감옥을 자처해서 들어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감옥에서 절대로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현 감독의 영화 [프리즌]의 두 주인공 김래원한석규다. 0.1초의 머뭇거림도 없는 화끈한 액션과 125분이라는 런닝타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만큼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게 만드는 재미가 아주 잘 버무려져 있어서 관람 후 느낌이 마치 차가운 물에 세수라도 한 듯 깔끔했다. 다만, 그 화끈한 액션이라는 것이 잔혹한 폭력에 살인도 서슴지 않는 범죄행위의 연속이라는 것이 좀 받아들이기 거북하지만 말이다.

 

꼴통 중의 꼴통과 악마 중의 악마의 대결이랄까, 김래원과 한석규가 펼치는 연기대결이 볼 만했다. 마치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를 떠올리게 만드는 한석규의 미친 연기력이야 더 말해 무엇하리요만은, 그 파워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연기를 펼쳐보인 김래원의 활약이 영화의 흥미의 끈을 늦추지 않게 해주는 데 큰 역할을 한 듯싶다.

 

 

누설의 염려가 있으니, 홈페이에 올라 있는 정도로만 스토리를 소개해 보면, 밤이 되면 죄수들이 밖으로 나가 대한민국 완전범죄를 만들어내는 권력 실세이자 왕으로 군림하는 익호(한석규)가 있는 교도소로 검거율 100%로 유명한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이 뺑소니, 증거인멸, 경찰 매수의 죄목으로 입소한다. 이곳 죄수들은 마치 직장인이 출퇴근을 하듯 교도소 안팎을 자유롭게 오가며 사건을 일으킨다.

 

교도소 밖의 설계책이 새로운 범죄를 준비하고, 교도소를 의심 없이 넘나들 수 있는 연결책이 준비된 계획을 전달받는다. 그리고 모든 죄수들을 진두지휘하며 완전범죄를 계획하는 교도소의 실세가 새로운 판을 짠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드디어 감옥 문이 열리고, 각 분야의 전문가로 선발된 죄수들이 작업을 시작한다.

 

‘거대 기업의 탈세혐의를 밝힐 핵심 증인의 사망, 배후를 알 수 없는 대규모 마약 밀수입과 유통, 모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던 미제 담당 기자의 의문사 등, 작업을 마친 죄수들이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면, 어디서도 흔적도 증거도 찾을 수 없는 완전범죄가 된다. 그리고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교정/교화하는 시설인 교도소는 백 퍼센트 알리바이가 보장되는 완전범죄구역이 되는 것이다.

 

 

나현 감독은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교도소가 범죄의 대가를 치르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범죄를 생산하는 곳이라면? 죄수가 교도관을 휘어잡고 있다면? 죄수들이 교도소 안팎을 넘나들 수 있다면?’ 모든 관습을 뒤틀어버리는 완전히 새로운 교도소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몰라서 그렇지 어쩌면 이런 비스무레한 일들이 영화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으스스한 생각이 한편으로는 들었다.

 

세상이 점점 더 누가 누가 더 독하고, 누가 누가 더 잔인하고, 누가 누가 더 악마 같을 수 있는가를 경쟁하는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속 익호 같은 악마도 문제이지만, 이런 악마를 만들어내고 마음대로 설쳐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인간들 역시 또 한 종류의 비열한 악마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하긴 갑질을 하는 인간들 곁에서 행여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지레 알아서 기면서 다른 많은 을들 위에 군림하려는 비열한 을들이 존재하는 한, 악마의 탄생은 결코 그치지 않으리라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이상, 프리즌 또 하나의 세상을 지배하는 한석규와 맞짱뜬 김래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