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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보는 세상

역적 연산군의 후궁 장녹수(이하늬)

 

역적 연산군의 후궁 장녹수(이하늬)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는 이제 연산군(김지석)을 중심으로 해서 차츰차츰 거리를 좁혀가고 있는 홍길동(윤균상)과 장녹수(이하늬)가 앞으로 펼쳐나갈 활약상을 예고하고 있다. 그 동안 드라마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던 아모개(김상중)는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고, 홍길동은 연산군에게 은광을 바침으로써 왕의 곁으로 다가갈 발판을 만든다.

 

한편 장녹수는 "떠도는 소문을 더 알아오라. 들은 건 무조건 사실대로 고하라"는 연산군의 명령을 받아들이면서 "제가 일을 잘 해내거든 저에게 작은 상 하나만 베풀어주십시오. 소인이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고 청하는데, 장녹수가 꼭 만나고 싶다던 그 사람은 다름 아닌 17년 전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에게 큰 수모를 준 현감이었음이 밝혀진다.

 

장녹수, 즉 공화의 어머니는 관아에 딸린 관기였는데, 현감이 어머니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궁핍한 삶을 살아야 했던 어린 공화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예순도 넘은 새 현감을 모시러 가면서 어미에게 제 자식 손을 잡고 오라고 시켰던 그 현감에 대한 피맺힌 한을 17년 만에 갚은 것이다.

 

역적 연산군의 후궁 장녹수(이하늬)

 

조선시대의 대표적 요부로 알려져 있는 장녹수는 본디 예종의 둘째아들인 제안대군의 종으로 가노(家奴)와 혼인하여 자식까지 하나 두었지만 춤과 노래를 잘해서 연산군에게 발탁되어 입궁했다. 궁중으로 뽑혀 들어와서는 연산군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는데, 그때 장녹수는 서른 살 남짓으로 아들까지 하나 있었지만 외모가 16세 처녀처럼 보였다고 한다. 

 

연산군은 장녹수를 무척이나 총애했고, 왕의 총애를 무기삼아 장녹수는 국사와 재정을 어지럽게 하면서 연산군의 실정을 부추겼다. 하지만 장녹수에게 푹 빠진 연산군은 장녹수를 내명부 종4품 숙원(淑媛)에 이어 종3품 숙용(淑容)에 봉했고, 장녹수의 집을 새롭게 단장시켰으며 장녹수의 오빠와 자녀들을 양인 신분으로 올려주었다.

 

“남모르는 교사(巧詐)와 요사스러운 아양에 왕이 혹해서 상으로 주는 돈이 거만(鉅萬)이었다. 부고(府庫)의 재물을 기울여 모두 그 집으로 보냈고, 금은주옥(金銀珠玉)을 다 주어 그 마음을 기쁘게 해서 노비, 전답, 가옥도 이루 다 셀 수가 없었다. 왕을 조롱하기를 마치 어린아이같이 했고, 왕에게 욕하기를 마치 노예처럼 했다. 상 주고 벌 주는 일이 모두 그의 입에 달렸다”고 실록의 기록은 그녀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했던가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연산군이 장녹수에게 빠져 날로 방탕이 심해지자 결국 할머니 소혜왕후까지 나서서 이를 나무랐지만, 연산군의 총애를 등에 업은 장녹수의 파행은 그칠 줄을 몰랐다. 궁 밖에 있는 사가(私家)를 재건하기 위해 민가를 헐어버렸고, 장녹수의 치마를 잘못 밟았다가 참형을 당한 기생도 있었다. 이러한 장녹수의 위세를 믿고 그 집 하인들마저 행패를 부렸고, 너도 나도 출세를 위해 장녹수 앞에 줄을 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연산군의 독재에 반기를 든 중종반정이 일어났고 연산군은 폐위됐다. 장녹수는 반정군들에게 붙잡혀 참형을 당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시체에 돌을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장녹수가 국정을 농단한 사례를 경계로 삼도록 하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원님을 태우고 거들먹거리는 말처럼 든든한 빽을 업고 분탕질하는 인간들은 예나 지금이나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기록에 의하면, 연산군이 장녹수를 그토록 총애했던 것은 서로 예술적인 교감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춤과 노래에 뛰어난 장녹수와 자유롭고 낭만적인 성품으로 풍류를 즐겼던 연산군을 이어준 것은 예술적 교감이었다는 것이다. 또 폐비 윤씨의 비극적인 죽음을 알고 늘 생모를 그리워한 연산군의 공허한 마음을 연상의 장녹수가 따뜻하게 어루만져준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한다. 자신의 방탕함과 폭정에 대한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아버지 손에 죽은 어머니를 둔 아들 연산군 또한 복수에 눈이 먼 삶을 살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피는 피를 부르고,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는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홍길동의 아버지 아모개는 아내를 죽인 참봉에게 살인이라는 복수를 하고, 지아비를 죽인 아모개에게 참봉부인 또한 복수를 하고, 또 참봉부인을 위해 아모개의 죽음을 도운 충원군에게 아모개의 아들 홍길동이 오랜 세월을 두고 복수를 한다. 연산군 역시 결국은 자신의 친모 윤씨를 폐비로 만들어 사약을 받게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폭군이 되어 날뛰다가 숱한 목숨을 앗아가게 만든 무오사화, 갑자사화를 일으키게 만든 장본인이다.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이렇듯 피를 부르는 복수로 인해 아무 죄 없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상, 역적 연산군의 후궁 장녹수(이하늬)였습니다. 드라마 [역젹 백성을 훔친 도적]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