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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

23아이덴티티 제임스 맥어보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23아이덴티티 제임스 맥어보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영화 [뷰티 인사이드(The Beauty Inside)]는 매일 일어나면 남자, 여자, 아이, 노인, 심지어 외국인으로까지 모습이 변하는 우진이라는 남자가 나온다. 우연한 기회에 우진을 사랑하게 된 이수(한효주)는 그의 남다른 비밀을 알게 되면서 혼란과 고뇌에 빠진다. 한효주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관객들은 엄연히 동일인물이지만, 외모가 바뀌면 도저히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상대의 내면보다는 외모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외모가 아닌 내면을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텐데, 사실 쉽지는 않은 일이다. 외모지상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기까지 외모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뷰티인사이드]가 자아정체성은 변함이 없지만 외모가 계속 바뀌는 인물을 내세웠다면, 이와 반대로 외모는 같지만 내면은 전혀 다른 자아정체성을 가진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도 있다. 연전에 방영했던 지성의 [킬미 힐미]나 현빈의 [하이드 지킬 나] , 그리고 조인성의 [괜찮아 사랑이야] 등이 그것이다. 한 인물 속에 전혀 다른 둘 또는 그 이상의 인격체가 등장하는데, 이 중에서도 [킬미 힐미]는 주인공 역을 맡은 지성이 7개의 서로 다른 자아를 잘 표현해 주어서 흥미롭게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23아이덴티티 제임스 맥어보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아무리 드라마라고는 해도 하나의 동일인물 속에 7개의 자아라니, 상상력이 너무 치달은 건 아닌가 싶지만,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니, 놀랍다. 최근 개봉한 영화 [23아이덴티티]는 그런 인물들 중 한 사람인 빌리 밀리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7개도 아니고 무려 23개의 자아를 가진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이 언제 누가 등장할지 모르는 인격들 사이를 오가는 그를 유일하게 이해해 주는 플레처 박사(베티 버클리)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러한 다중인격장애, 즉 해리성 정체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다중인격자들의 특징은 어릴때부터 지속적으로 신체적/정신적/성적으로 가혹한 학대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에 따르면, 그들이 가혹한 학대의 충격에서 자신을 보호하거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23아이덴티티]에서도 청결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란 소년이 나약한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힘센 인격체를 불러들이는 장면이 나온다. 아직 미처 성장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이 부모를 비롯한 주변사람들의 학대에 나름대로 대항하기 위해 슬픈 분열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을 상황을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누설의 염려를 피해 스토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23개의 자아를 가진 케빈은 어느 날 아직까지 등장한 적이 없는 24번째 인격이 지시하는 대로 세 명의 소녀를 납치한 후 오래도록 계획했던 비밀스러운 일을 꾸민다. 어릴때 학대받은 경험이 있는 케빈,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난 배리, 강박증을 가진 데니스, 9세 소년 헤드윅 등이 수시로 나와 소녀들을 만나고, 납치된 소녀들은 갖은 수를 써서 도망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23개의 다중인격을 가진 복잡한 인물인 케빈과 헤드윅, 데니스, 패트리샤, 배리, 오웰, 제이드, 비스트 등 8개의 인격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제임스 맥어보이다. 차갑고 냉철한 남자, 다소곳하지만 섬뜩하게 느껴지는 여인, 천진난만한 아홉 살 소년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제임스 맥어보이는 분명 같은 사람인데도 순간순간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에 충분한 연기를 보여준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제임스 맥어보이의 현란한 연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 만했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과 극도의 두려움 속에서도 케빈과 대립하면서 23명의 인격과 심리전을 펼치는 여주인공 케이시(안야 테일러 조이)다. 케이시 역시 어린시절 삼촌으로부터 남모르게 성적 학대를 받아온 상처를 지니고 있기에 함께 납치된 다른 두 소녀와 달리 이 공포스러운 상황에 침착하고 의연한 태도로 대처한다. 

 

그렇긴 해도 케이시가 어린시절을 회상할 때마다 펼쳐지는 장면은 어린 소녀로서는 차마 감당하기 어려웠을 상처를 보여준다. 하긴 케빈이나 케이시가 겪어야 했던 몹쓸 학대의 경험이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세계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곳에선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불행한 현실이지만 말이다. 

 

 

샤말란 감독은 뉴욕대학 재학시절, 해리성 정체장애 수업을 듣고 자신의 상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관련 이론들을 오랫동안 관심있게 지켜봐오다가 [23아이덴티티]를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해리성 정체장애에 관해서 궁금했던 건 각각의 개별 인격이 다들 자기 자신을 진짜라고 100퍼센트 확신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것이었다”라고 밝힌 그는 이와 관련된 모든 기록물을 읽고, 정신과 의사들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중인격자들에 대해서는 물론 정신과 의사들이 그들과 상담하는 진행과정도 눈여겨보았다고 한다.

 

다음 포스팅은 23개의 정체성을 가진 [23아이덴티티]의 실제 인물 빌리 밀리건다중인격, 즉 해리성 정체장애다중인격자들의 여러 인격에 대해 설명해 놓은 것이다. 정신적/신체적/성적으로 학대를 받으면서 성장한 사람들의 불행한 삶에 대해 알면 사람이 사람을 학대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져야 할 최대의 악(惡)이라는 것도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상, 23아이덴티티 제임스 맥어보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였습니다. 흥미로우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