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로 보는 세상

역적 아모개(김상중) 강상죄에 강상죄로 통쾌한 반격을 날리다

 

역적 아모개(김상중) 강상죄에 강상죄로 통쾌한 반격을 날리다 

 

 

캄보디아를 여행할 때 가이드로부터 들은 이야기였다. 평일이어서 학교에 가 있어야 할 시간인데도 열 살 안팎의 아이들이 관광버스만 도착하면 우르르 몰려들어 조잡한 물건을 사라고 내밀거나 아예 무조건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곤 해서 어찌된 일인가 물어보니, 학교에서는 굳이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국민들이 많이 배우면 배울수록 나라에 대한 불만이 많아지고 이러니 저러니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골치아파서라고 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이 지식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참으로 어이가 없고 믿기 어려운 답변이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라고 뭐 다를 게 있었나 싶다. 과거에 양반이니 상놈이니 천민이니 계급을 정해놓고 상민이나 천민에게는 아예 글을 배울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도 제대로 가르쳐놓으면 개돼지처럼 마음대로 부릴 수 없을 뿐 아니라 가타부타 따지고 드는 것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역적 아모개(김상중) 강상죄에 강상죄로 통쾌한 반격을 날리다

 

지난해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라는 사람이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민중들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라는 몹쓸 발언을 해서 큰 논란을 일으켰던 적이 있는데, 최근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서도 그와 유사한 말을 하는 사람이 나온다. 홍길동의 아버지인 씨종 아모개(김상중)의 주인댁 마님인 참봉부인(서이숙)이다. "천한 것들이야 다 그렇지요. 지 기분에 휩쓸려 죽을지 살지 뒷일도 생각 못하는 미개한 종자들 아닙니까"라고 말한 것이다.

 

참봉이라면 조선시대 여러 관아에 두었던 최말단직 종9품 벼슬이다. 기껏 참봉이라는 벼슬을 달고서도 천한 것들이니, 미개한 종자들이니 하는 말을 거침없이 입에 담는 것을 보면, 당시 양반들의 권세가 어떠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물론 제대로 배우고 인품을 갖춘 사람들은 그럴 리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실제로 못 배운 사람보다 더 못 배운 티를 내는 그들의 위선적인 가식을 보면 그들에겐 배움이라는 것이 개발에 편자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 아모개는 배우지는 못했어도 머리가 명민해서 삶에 대한 지혜가 풍부한 씨종이다. 덕분에 그는 40년 이상 몸바쳐 일한 노비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람 취급 안 하는 참봉부인을 향해 통쾌한 반격의 펀치를 날린다. 사이다, 사이다 하는데, 이런 사이다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주인댁 참봉나리를 죽인 아모개는강상죄(綱常罪)로 감옥에 갇힌다. 강상죄란 삼강오륜을 어긴 죄로, 유교사회였던 조선에서는 가장 큰 죄였다. 신분질서가 무너지던 조선 후기에 특히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서 부모나 남편을 살해한 자, 노비로서 주인을 죽인 자, 관노로서 관서의 장을 죽인 자는 가장 큰 죄로 다스려 사형시키고 죄인의 처자식은 노비로 먄들었으며 죄인의 집은 부수어 연못을 팠다고 한다.

 

그러니 씨종으로서 주인을 살해한 아모개는 죽을 날을 받아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비록 주인을 죽일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한들, 노비로서 낫을 휘둘렀으니 그 죄를 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모개는 감옥으로 자신을 찾아와 "네놈은 물론 네놈 아이들까지 하나하나 모조리 씨를 말리겠다"며 이를 가는 참봉부인에게 승부수를 띄운다. 참봉이 아들을 판서 자리에 앉히기 위해 폐비 윤씨와 내통했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당시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 윤씨가 사약을 받으면서 윤씨와 내통한 사람들은 무조건 잡혀가는 상황이었는데, 하늘이 도왔던지 아모개에게 이 사건은 목숨을 구하게 해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아모개는 서슬이 퍼런 참봉부인에게 느물느물 웃음을 지으며 "아무리 하찮은 종놈이라도 구석으로 몰면 안 되는 것이지라"라고 되받아친다.

 

"폐비가 사약을 받았답니다. 폐비한테서 받은 서한을 어떻게 하셨스라? 참봉 나리 베개에서 묘한 서한을 하나 봤는데, 그것이 은 200백 냥을 바치고 폐비에게서 받은 서한이었지라. 지는 까막눈이라 우리 길현이에게 물어보니 <장차 주상의 발자취를 깎아버릴 것이다>라고 씌어 있다고 했서라.

 

나랏님한테 험한 말을 하면 강상죄를 범한 것이라고 합디다. 임금님한테 강상죄를 저지르면 사지를 찢어 죽이고 자식들은 노비를 만들고 집안은 박살을 낸다던데, 지 같은 종놈한테만 강상죄가 무서운지 알았더니 양반들한테도 강상죄가 겁나게 무서운 죄더구만요. 마님, 이놈이 죽는 마당에 마님도 강상죄인이 돼보실라우?"

 

강상죄에 강상죄로 맞서면서 참봉부인에게 통쾌한 반격을 날린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참봉부인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꼬리를 내린다.

 

 

그리고 다음날 사또 앞에서 남편 조참봉이 죽은 것은 도적들 짓이었다고 밝히면서 “참으로 송구합니다. 제가 아모개를 오해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아모개에게도 분한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아모개 자네한테도 미안하게 생각하네”라며 사과한다. 그런 참봉부인을 아모개는 비웃음이랄지 측은함이랄지 통쾌함이랄지..가 함께 어우러진 표정으로 바라본다.

 

 

마침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강상죄를 벗고 관아를 나오는 아모개. 그를 보니 남을 해꼬지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부당한 처사에 저항할 수 있을 정도의 지혜와 힘은 스스로 반드시 길러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저 먹고 살기에 급급하느라 이 생각 저 생각 없이 살아간 바람에 얼마나 많은 억울한 목숨들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스러져 갔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다.

 

다음 곡은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의 OST 안예은의 [봄이 온다면]이다. 전인권도 이 곡을 불렀다고 하는데, 안예은의 것이 훨씬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 있어서 이것으로 올려본다. 안예은은 SBS [K팝스타 시즌 5] 준우승자로, 데뷔 음반을 모두 자작곡으로 발표한 실력파 신인이라고 한다. "겨울이 모두 지나가고 봄이 온다면 만세를 부르자"는 가사가 참 의미심장하다. 

 

역적 OST 봄이 온다면(안예은)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먹구름이 걷히고 해가 드리우면
그 날이 온다면 나는 너에게
예쁜 빛을 선물할 거야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따스한 하늘이 우리를 감싸면
그 날이 온다면 나는 너의
무릎에 누워 꿈을 꿀 거야

 

어둠에 취한 사람들이
새벽 내내 흘린 눈물이
다 같이 만세를 불러
나비가 날아들 때
꽃망울이 수줍게 문을 열어줄 때
만세를 불러 슬픔이 녹아내릴 때
손을 맞잡고 손을 맞잡고
봄이 온다면

 

다 같이 만세를 불러

숲이 잠에서 깰 때
시린 잿빛 세상이
색동옷을 입을 때
만세를 불러 얼음 위에 금이 갈 때
손을 맞잡고 손을 맞잡고
손을 맞잡고
다 같이 만세를 불러
만세를 불러

 

푸른 잔디 향기가
코끝을 간질일 때
만세를 불러
겨울이 모두 지나가면
봄이 온다면

 

이상, 역적 아모개(김상중) 강상죄에 강상죄로 통쾌한 반격을 날리다 였습니다.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다음 포스팅을 참조하시면 됩니다.